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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정성 개념에 대한 단상

2018-02-17 10:37:21 0 comments

                                                                                               홍대식 교수 (서강대학교, 연구소장) 

 

공정성의 다양한 측면 

 

역사적으로 경쟁법에서 공정성은 그 발전 초기에서부터 위법성 판단기준으로 논의되었다. 독일에서 발전된 개념인 급부경쟁 또는 성과경쟁의 개념, 영미에서 발전된 개념인 장점에 의한 경쟁(competition on the merits)의 개념은 자유로운 경쟁보다는 공정한 경쟁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유럽연합(EU) 기능조약 서문에 등장하는 왜곡되지 않은 경쟁(undistorted competition)이라는 개념도 자유로운 경쟁과 연결되는 유효한 경쟁(effective competition)의 개념과 대비할 때 공정한 경쟁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그러다가 경쟁법이 시대를 거쳐 발전하면서 경제철학과 경제이론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되면서 경쟁의 공정성 개념은 후퇴하고, 경쟁의 자유와 이에 대한 제한을 측정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이 주어지게 되었다. 급기야는 경쟁법 또는 반독점법의 유일한 목적이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시카고 학파의 영향력이 매우 커지게 되었다. 경쟁법 학자들은 효율성이 유일한 목적이라는 견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이를 궁극적 목적으로 인식하거나 적어도 이를 일정한 유형의 행위와 관련된 편익 또는 위험을 사전적으로 식별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도구적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EU와 미국에서도 공정성이 경쟁법과 경쟁정책 영역에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EU 집행위원회의 경쟁위원미국 법무부 반독점국 책임자 연설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저명한 경쟁법 학자 및 반독점 경제학자 중에서도 소득분배의 관심에 대응하기 위하여 형평성 고려를 더 강하게 법 집행에 통합할 것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점차로 증가하고 있다. 

 

공정성은 크게 실체법적 차원과 절차법적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 이는 실체적(substantive) 공정성의 문제와 절차적(procedural) 공정성의 문제이다. 

 

실체적 공정성 

 

실체적 공정성은 자원배분의 성과의 속성에 관한 것으로서, 본질적으로 소득분배의 문제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 . 1. 가.에서 공정성을 경쟁수단의 불공정성과 거래내용의 불공정성으로 구분하고 있다. 여기서 거래내용의 불공정성이란 거래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저해하거나 불이익을 강요함으로써 공정거래의 기반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거래내용의 공정성을 위법성 판단기준의 하나로 삼고 있는 공정위의 태도는 실체적 공정성을 중시하는 태도이다. 

 

실체적 공정성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수직적인(vertical) 실체적 공정성과 소비자들 간 또는 거래상대방들 간의 수평적인(horizontal) 실체적 공정성으로 구분될 수 있다. 수직적인 실체적 공정성은 수직적인 관계에 있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배분적 정의와 관련된 문제로서, 경쟁법상 소비자 후생 기준과 총 후생 기준의 선택에 관한 논쟁에 반영되어 있다. 수평적인 공정성은 수요 측면 내에서와 공급 측면 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수요 측면 내에서의 수평적인 공정성은 소비자 간의 차별적 취급과 관련되어 있다. 공급 측면 내에서의 수평적인 공정성은 후생 기준의 선택과 관계없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동등한 경쟁 기회를 얼마나 줄 것인지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절차적 공정성 

 

절차적 공정성은 바람직한 성과를 산출하기 위한 방식으로서의 절차를 보호하는 것이다. 거래과정에서의 불공정성은 열등한 지위에 있는 상대방의 자유의사 구속이라는 일방성 또는 거래상대방의 자유의사의 부당한 억압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판례에서 문제된 사례를 보면,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는 일방적 의사결정인 경우에 부당한 불이익이 인정되는 근거가 된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2다67061 판결). 대로 동의가 자발적인 것이라면 거래과정에서의 불공정성이 인정되지 않고, 이런 점은 거래내용에서의 불공정성 판단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두9646 판결). 또한 동의가 있더라도 그 동의가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그렇지 않고 납품업자가 거래관계의 지속을 위하여 어쩔 수 없는 강요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인지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이나 상관습 및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추단하게 된다(위 대법원 2001두9646 판결). 

 

경쟁법에서 중심이 되는 경쟁의 자유와 보다 더 잘 연결될 수 있는 것은 절차적 공정성의 문제, 즉 경쟁의 자유가 존재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되는 경쟁 과정에서의 평등(기회의 평등 또는 장점에 의한 경쟁)이다. 절차적 공정성의 초점은 경쟁 과정의 보호와 진입장벽의 제거에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공정성 개념의 변화 방향 

 

4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혁명의 성격을 갖고 있는 3차 산업혁명이 한 단계 더 진화한 혁명으로 일컬어진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시대에서는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ICT)이 새로운 지능정보기술과 결합하면서 3차 산업혁명이 탄생시킨 온라인 또는 모바일 산업이 고도화될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도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 개념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이론적 토대는 플랫폼 시장 경제학에서 찾을 수 있다. 플랫폼 시장 경제학은 사업자 간의 상호의존성에 대한 관심을 증대하여 규제의 구조적 형태의 효과에 대한 보다 나은 이해, 시장의 단면을 넘는 관점의 확대, 비대칭규제의 잠재적 비용에 대한 보다 명확한 관점을 제공한다. 이 관점에서는 보완적인 서비스와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자(enabler)로서의 정보 플랫폼의 역할을 중시한다. 플랫폼 운영자는 보완적 서비스의 공급자에 대하여 개방적 접근을 허용할 유인이 있기 때문에 ICT 체계 내에서의 수직적 관계와 그 관계에서 발생하는 공정성의 문제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예외적 상황은 플랫폼 서비스와 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서비스가 플랫폼 운영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대체재도 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플랫폼 운영자의 시장 또는 거래에서의 행위가 공정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공정 개념의 변화는 이를 판단하는 위법성 심사 기준의 분석 틀의 개선을 필요로 한다. 온라인 플랫폼 소유자의 사업 원천으로서 데이터가 더 중요한가 아니면 알고리듬이나 데이터 분석 기술이 더 중요한가에 대하여 논란이 있지만,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데이터 수집·처리·이용에 따른 투명성과 책임성은 중요한 원칙이 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원칙하에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 경쟁에서 플랫폼 소유자의 전략적 행위에 대하여, 그로 인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플랫폼 참여자와의 이익 균형을 위하여 경쟁당국이 공정성에 관한 발전된 기준을 갖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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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경쟁법의 역할

2017-11-21 13:44:21 0 comments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홍대식

 


우리가 의식하든 못하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것 같다. 2017년 7월 19일 발표된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도 4차 산업혁명은 주요 목표인 ‘더불어 잘 사는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주된 전략으로 제시되었다. 4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혁명의 성격을 갖고 있는 3차 산업혁명이 한 단계 더 진화한 혁명으로 일컬어진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시대에서는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ICT)이 새로운 지능정보기술1) 과 결합하면서 3차 산업혁명이 탄생시킨 온라인 또는 모바일 산업이 고도화될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도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정책 추진 체계의 정립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정부의 기본자세는 4차 산업혁명의 동인(動因)이 되는 지능정보기술의 확보와 관련 산업의 육성 및 서비스 고도화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과 경쟁력 확보이다. 4차 산업혁명은 산업간 융합을 수반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의 도래로 영향을 받는 분야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산업을 막론하지만, 새 정부는 관련된 정책을 주관할 부처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선정하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온라인 산업의 총아인 온라인 플랫폼의 사업 영역이 점차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서비스 사업 영역으로 확대되고,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범용기술의 특성을 보유한 지능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오프라인 제조사업 영역에 대한 온라인 산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에 관련 정책의 주도권을 어느 부처가 가질 것인가 하는 점은 민감하고도 중요한 문제이다. 개인적으로는 새 정부의 결정이 과거의 정책 실패 사례를 고려한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2)


공정위의 역할 인식과 경쟁법의 미래 역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라 한다)가 중심이 되는 정책도 새 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로 제시되었다. ‘활력이 넘치는 공정경제’라는 전략의 실천 과제로서 제시된 일련의 과제들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과제들 중 재벌 견제에 초점이 맞추어진 과제는 공정위가 주도하더라도 반드시 공정위가 전담할 수 있는 과제라고 보기는 어렵고, 공정한 시장질서나 공정거래 감시 역량 강화와 같은 과제 설정에는 공정위의 전담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경쟁정책의 역할이 명시적으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정위의 역할에 대한 인식은 신임 김상조 위원장의 취임 직후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엿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에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어서 선점하면 그것으로 끝”이라며 구글(Google)이나 페이스북(Facebook)의 정보 독점과 불공정 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하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가 빅 데이터(Big data)와 같은 4차 산업혁명 이슈를 잘 모른다는 점을 인정하고, 공정위의 미래 역할을 연구하며 경제분석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3) 이러한 인식은 공정위가 국제경쟁네트워크(International Competition Network; ICN)이나 경제협력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를 통하여 외국의 경쟁당국과 활발히 교류하면서 얻게 된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되는 지능정보기술이 적용되어 새롭게 떠오르는 온-오프라인 융합 산업으로는 핀테크(FinTech), 드론(drone), 자율주행 자동차 등이 있지만, 아직 이런 산업 분야에서 경쟁법의 적용이 검토되어야 한다는 논의는 많지 않고, 적용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은 역시 온라인 플랫폼(online platforms)이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성장한 대표적인 산업으로서 주요 경쟁당국의 감시 대상이 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algorithm)과 같은 인공지능기술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경쟁법의 미래 역할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이들이 적용하는 인공지능기술이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에 기초한 정책 방향 설정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과 그에 적용되는 인공지능기술에 대한 이해

 

사업 모델로서의 플랫폼은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사업과 구별된다. 파이프라인 사업(pipeline business)은 가치의 창출과 이동이 단계적으로 일어나는 선형적 가치 사슬로 구성되어 있다.4) 수직적 제한을 전제로 하는 전통적인 경쟁법의 이해와 분석 틀은 이러한 단면시장(one-sided market)을 전제로 한다.

이에 대하여 플랫폼 사업에서는 플랫폼을 매개로 하여 다른 종류의 이용자들이 서로 만나고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가치가 창출된다.5) 플랫폼 소유자와 참여자(개발자, 콘텐츠 또는 광고 공간 제공자, 광고주, 이용자 등)의 관계가 반드시 수직적 관계라고 할 수 없는 이러한 양면시장(two-sided market)에서 전통적인 경쟁법의 이해와 분석 틀은 이미 도전을 받았다. 플랫폼 사업은 오프라인 영역에서도 존재하였다. 신용카드 사업과 PC 운영체제 사업이 대표적이다. 논란은 있었지만, 한국을 포함한 주요 경쟁당국에서는 이러한 오프라인 플랫폼 사업의 경쟁 이슈에 대하여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의 부정적인 측면을 포착하여 효과적으로 대처한 바 있다.

이에 대하여 온라인 플랫폼 사업은 오프라인 영역에서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다양한 중개시장(matching markets)을 창출하였다. 온라인 플랫폼은 유선 또는 무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이다. 온라인 공간을 활용하는 사업의 장점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다른 종류의 이용자들 사이에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내부화하기 위한 기술 혁신을 적용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구글의 검색엔진은 생성된 웹페이지 인덱스(index, 찾아보기)를 바탕으로 이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에 ‘좋아요’, 리트윗(retweet), 댓글 등의 구체적 정보를 결합하여 검색 알고리즘이 최적의 검색 결과를 제공하도록 한다.러한 과정은 이용자와 플랫폼 간 또는 이용자와 다른 종류의 이용자 간의 피드백 고리(feedback effect)를 형성하여 동일면(same-sided) 네트워크 효과와 교차(cross-sided) 네트워크 효과6)를 강화해준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형성되는 네트워크 효과를 강화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데이터의 축적이다. 축적된 데이터와 이것이 유도하는 이용자들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하여 시행착오(trial-by-error) 또는 행동학습(learning by doing)을 필요로 하는 알고리즘의 능력과 서비스의 품질도 향상된다. 이러한 현상을 ‘데이터 주도(data-driven)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른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기계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인공지능기술이 여기에 결합될 경우, 이러한 효과의 크기는 더욱 커질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이 전통적인 경쟁법에 주는 도전

 

전통적인 경쟁법의 분석 틀은 관련 시장 획정을 전제로 하여 그 시장에서 시장력(market power)을 가진 사업자를 포착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으므로,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에서 이러한 분석 틀에 부합하는 요소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부 학자들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대하여 경쟁법의 특별한 관심이 주어져야 하는 근거로, 시장에서 우세한 몇몇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누리고 있는 데이터 주도 네트워크 효과가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와 함께 따라붙는 수식어가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승자독식시장(winner-take-all market)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네트워크 효과를 시장력의 원천으로 이해하였던 오프라인 플랫폼 분야에서의 사건의 경험이 배경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사건에서는 PC 운영체제 플랫폼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리케이션 진입장벽을 구축함으로써 개발자와 이용자 간 네트워크 효과가 인접시장(다름 아닌 막 형성되려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경쟁자 배제 효과를 초래한다는 논증이 사용된 바 있다. 데이터 주도 네트워크 효과를 전통적인 네트워크 효과의 자리에 두고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시장의 관계를 전통적인 인접시장 간의 관계로 본다면, 이러한 논증을 유추하여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이해하려는 시도도 언뜻 보기에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오프라인 플랫폼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행위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장의 주도권이 바뀌는 것을 저지하고 자신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의도와 효과가 분명히 나타났던 것과 달리,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주도적 사업자의 행위 의도가 예컨대 직접적으로 시장지배력 유지와 관련되지 않는 상황도 있으며,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의 특정행위에 대한 경쟁효과 분석은 보다 복잡한 문제이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는 경쟁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관련 시장 획정 방법론에 의하여 온라인 플랫폼 분야를 잘게 쪼개어 특정 시장 내에서의 플랫폼 간 경쟁(competition in the market)을 살펴볼 수도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 형성하는 생태계 간에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competition for the market)이다. 일단 관련 시장을 획정하면 시장력을 포착하고, 그 행사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는 물론 이를 상쇄하는 경쟁촉진 효과, 효율성 증대 효과나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까지 시장 단위로 평가하는 전통적인 분석 틀에 의해서는 이러한 새로운 경쟁 현상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의 생태계 확보 경쟁이 혁신적인 지능정보기술의 개발 및 적용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법적 평가에 기술 혁신의 요소를 어떻게 어느 정도로 고려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어느 경쟁당국이나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로에 선 경쟁법과 경쟁법 원칙의 유효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쟁법은 전통적인 경쟁법 분석의 원칙과 틀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법률 분야로부터 추가적인 요소를 도입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이 문제에 있어서 한국의 경쟁법은 다른 나라의 경쟁법에 비해 취약하다. 경쟁법의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의 내용과 그 집행에 이미 시장 실패(market failure)나 경쟁 피해(harm to competition)와는 거리가 먼 공정거래의 문제, 대법원 판결의 표현을 빌면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의 문제7)가 상당히 깊숙하게 침투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빅데이터와 관련된 소비자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의 선택 범위나 품질의 문제를 경쟁법에 접목시키면, 정보 실패(information failure)나 소비자 피해(harm to consumer)라는 소비자법적 요소가 경쟁법에 추가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경쟁법적 평가에 반영하게 되면 경쟁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의 경계가 희미해지게 된다. 경쟁법은 무늬만 경쟁법이지, 더 이상 시장에서의 경쟁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시장의 범위와는 별 관계없이 거래 상대방이나 경쟁관계가 가깝다고8) 할 수 없는 경쟁자를 보호하고 최종 소비자를 직접 보호하는 법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시장과 경쟁환경에서 경쟁법이 어떠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경쟁당국에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친 보고서를 잇달아 발간하여 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주목할 것은 독일과 프랑스 경쟁당국이 발간한 합동보고서9)와 영국 상원 위원회의 보고서10)이다. 독일 및 프랑스의 경쟁당국은 전통적인 경쟁법의 원칙이 원칙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시장 실패에 대처하기에 적합하고, 다른 법 분야로부터 추가적인 요소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또한, 영국 상원 위원회는 경쟁법은 원칙에 기반을 두고 유연한 한도에서 온라인 플랫폼 영역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남용행위에 대처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플랫폼에 특유한 규제의 사용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필자도 전통적인 경쟁법 원칙은 온라인 플랫폼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데 동의한다.

 

경쟁법의 분석 방법론 개발과 개입 수단 선택의 원칙

 

보다 실천적인 과제는 경쟁법의 분석 틀과 도구를 새로운 시장 및 경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확장 또는 수정할 필요성이 있는지, 그 정도와 방법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관련시장 획정이 그 다음 단계에서의 시장력 평가와 경쟁에 미치는 영향, 소비자 후생, 효율성 및 기술 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사실상 규정짓는 방식의 경직된 분석 틀은 대폭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 관련 시장 획정은 어디까지나 사업자의 행위에 작용하는 경쟁상 제약을 파악하여 위법성 심사에 도움을 주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양면시장형 사업 모델에 적합한 시장획정 방법론을 개발하지 못하는 한, 기존의 방식에 의한 관련 시장 획정은 위법성 심사에 적절한 지침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보다 적합한 관련 시장 획정 방법론 개발 노력과 함께 위법성 심사 단계에서 획정된 시장에 국한하지 않는 총체적인(holistic) 접근이 요청된다.11)

위법성 심사 기준으로서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는 것은 차별성 분석 틀과 공정성 분석 틀이다. 온라인 플랫폼 소유자의 사업 원천으로서 데이터가 더 중요한가 아니면 알고리즘이나 데이터 분석 기술이 더 중요한가에 대하여 논란이 있지만,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데이터 수집·처리·이용에 따른 투명성과 책임성은 중요한 원칙이 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원칙하에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 경쟁에서 플랫폼 소유자의 전략적 행위에 대하여, 그로 인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플랫폼 참여자와의 이익 균형을 위하여 경쟁당국이 차별성과 공정성에 관한 발전된 기준을 갖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

다만, 경쟁법의 역할은 문제되는 행위가 경쟁질서와의 관련성을 가진다는 점이 실질적인 증거에 의하여 충분히 인정될 때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데 주의해야 한다. 플랫폼 소유자의 전략적 행위로 인하여 플랫폼 생태계 내의 자기 규제 거버넌스(governance) 메커니즘에 문제가 생기고, 플랫폼 참여자에게 구체적인 불이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자율적 조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때에 한하여 공정위는 법에 주어진 권한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경쟁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공정위의 개입 수단은 플랫폼 소유자가 선택한 개방성의 정도와 관련된 사업 모델12)과 충돌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플랫폼 생태계 간 경쟁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플랫폼 소유자가 선택한 사업 모델의 다양성은 바로 그 경쟁과 그에 따른 기술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 변수이기 때문이다. 



[미주]

1) ‘지능정보기술’이란 인공지능기술과 이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네트워크기술(IoT·Cloud·Big data·Mobile; ICBM)을 융합하여 인간의 고차원적 정보 처리 능력(인지·학습·추론)을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관계부처 합동,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 (2016. 12.), 6-7면.

2) 지금보다는 초기 단계였지만, 역시 산업간 융합이 화두였던 이명박정부 때에는 융합의 대상이 되는 산업을 주관하는 개별 부처가 정책 주관 부처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ICT 산업과 도시개발산업의 융합을 예고한 유비쿼터스 도시(Ubiquitous City, U-city) 정책의 주관 부처는 국토교통부였다. 그러나 ICT 전문가의 역할이 축소된 정책 추진에는 한계가 뚜렷하였다. 유비쿼터스 도시 사업은 물리적 기반 구축의 성과는 이루었으나 산업의 육성 및 서비스 고도화에는 이르지 못한 채, 최근에는 ‘스마트시티(Smart City)’라는 이름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3) 연합뉴스 2017년 6월 25일자 온라인 기사 “[김상조 취임 인터뷰] 구글·페북 등 시장지배력 남용 규제 검토” 참조.

4) 마셜 밴 앨스타인, 상지트 폴 초더리, 제프리 파커 저, 이현경 역, 플랫폼 레볼루션, 부키 (2017), 36면.

5) 위의 책, 37면.

6) 이를 ‘파급효과(spill-over effect)’라고 부르기도 한다. Stucke, Maurice E. and Allen P. Grunes, Big Data and Competition Policy, Oxford University Press (2016)

7)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두18325 판결.

8) 경쟁관계의 근접성(closeness)은 경쟁 분석에서 중요한 쟁점이다. 교차탄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대체성이 높은 동등하게 효율적인 경쟁자를 배제할 경우 경쟁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보다 분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9) The Joint Paper Competition Law and Data, published by the Autorite de la Concurrence and the Bundeskartellamt on 10 May 2016, available at http://www.autoritedelaconcurrence.fr/doc/reportcompetitionlawanddatafinal.pdf

10) House of Lords EU Select Committee on the EU’s ‘Online Platforms and the Digital Single Market’.

11) 경쟁분석에서 총체적인 접근이 시도된 사례로는 영국 상급법원(High Court)의 Streetmap Litigation 사건을 들 수 있다. Case A3/2016/1210, Streetmap.EU Ltd (‘Streetmap’) v Google, Inc and Others. 이 사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Alexiadis, Peter, “Forging a European Competition Policy Response to Online Platforms”, Business Law International, Vol. 18, No. 2 (2017. 4.), p.118-119 참조.
 

12) 플랫폼 사업자는 이용자 그룹의 범위나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방성의 정도에 대하여 다른 전략적 모델을 취하게 된다. 이러한 전략적 모델은 오픈소스 모델(파편화 불가피)부터 코드와 인터페이스를 모두 개방하되 자신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선택 기회를 제공하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 모델(파편화 관리), 자신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만을 이용하도록 하되 인터페이스를 제한적으로 개방한 후 호환되는 앱 등록 심사를 엄격히 하는 애플 앱스토어 모델(파편화 봉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홍대식, “온라인 플랫폼 시장과 경쟁법적 쟁점”, 경쟁법연구 제34권 (2016. 11.), 17면. 플랫폼의 개방성의 정도에 따른 개방형과 폐쇄형 플랫폼의 특징과 평가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앨스타인 외, 플랫폼 레볼루션 (2017), 223-262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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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인하, 어떻게 할 것인가?

2017-11-21 13:33:09 0 comments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00년대 초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약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통신비 인하다. 새 정부는 생활비 절감 공약의 하나로 통신비 인하 목표를 제시했다. 흔히 통신비라고 통칭하지만 여기에는 순수한 통신 서비스 요금뿐만 아니라 단말기 구매 비용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가 단말기 지원금을 받고 기간약정으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통신비 인하 방안 중 하나로 월 1만 1천 원인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그 방안의 실현이 현실적인 난관에 부닥치자 정부는 대안으로 기초연금 노인․저소득층에 대한 통신요금 감면 혜택 확대,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대한 보편적 요금제 의무화,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즉 선택적 요금할인의 폭 확대 등의 방안을 새로 내놓았다. 보편적 요금제는 현재 출시되는 요금제 상품보다 기본 제공되는 이용량을 늘리면서 월정액은 대폭 낮추는 상품이다. 이에 대하여 SK텔레콤에서는 단말기 유통과 통신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단말기 자급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단말기 구매 비용을 통신비에서 분리하여 통신비가 너무 높다는 일반의 인식을 개선하고 마케팅 비용도 절감하겠다는 복안이다.

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한 정책 대안들이 어지럽게 제기되면서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당장 알뜰폰 사업자와 이동통신 유통 대리점, 판매점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보편적 요금제 출시나 단말기 유통 분리가 이루어지면, 저가 상품에 주력하던 알뜰폰 사업자나 단말기 지원금 재원으로 조성되던 수수료에 의존하던 중소 유통사업자가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특히 알뜰폰 사업자의 몰락은 이동통신시장에서 눈에 띄던 경쟁압력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치명적이다.

통신비 인하 정책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이 많이 제기하는 문제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정부가 그 동안 의존한 정책 수단은 시장 영역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 수단인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정부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대한 요금 인가제를 통해 사실상 이동통신 3사의 가격정책에 관여를 해왔다. 또한 단말기유통법에서 지원금을 받지 않은 이용자에 대해 선택적 요금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게 하여 요금할인을 유도하였다. 특히 선택적 요금할인제도는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이 요금경쟁이 아니라 단말기 지원금 경쟁 양상으로 벌어지면서 소비자 간 차별을 가져온다는 불만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규제이다. 현재의 요금할인율은 20%인데, 최근 통계에 의하면, 단말기 지원금 대신 요금 할인을 선택하는 가입자 수가 1,500만 명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시장은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균열이 발생하면 시행착오를 통하여 새로운 조정과 균형을 향해 나아가는 속성이 있다. 견고하게 보이던 이동통신시장에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정체된 시장에서 정부의 규제는 균열을 야기하여 새로운 조정과 균형을 향한 시장 참여자들의 움직임을 재촉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정부가 사용한 직접적 시장 개입 수단은 일정 부분 그런 기능을 해왔고, 시장에서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알뜰폰 사업과 선택적 할인요금제의 등장으로 저가요금제를 찾거나 단말기 자급을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이 그 사례이다. 이러한 변화는 유력한 경쟁사업자의 성장과 선택의 폭이 늘어난 소비자 행동의 힘, 즉 시장과 경쟁의 힘에 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관점에서 변화의 속도가 여전히 느리다고 평가된다면, 이제는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게 시장과 경쟁의 힘이 더 잘 작동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이다. 현재의 시장구조에서 사업자 쪽의 경쟁 유인이 아직 부족하다면 새로운 이동통신사업자의 진입을 완화하는 정책을 쓰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그 동안 정부는 몇 차례 제4이동통신사업자 허가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였지만, 후보사업자들이 번번이 재정적․기술적 능력에 관한 높은 심사기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신규 사업자의 진입 문호는 상시적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또한 당장은 기존 사업자와 동등하지는 않지만 합리적인 효율성을 가진 사업자도 진입이 가능하도록 현실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정책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면 가까운 장래에 신규 진입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신규 사업자가 현재 미국에서 공격적인 무제한요금제 출시로 요금경쟁을 이끌고 있는 T모바일과 같은 파격적인 경쟁자라면 그 이상 좋은 정책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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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데이터, 경쟁과 소비자 보호의 갈림길에서

2017-11-21 13:30:30 0 comments

빅 데이터, 경쟁과 소비자 보호의 갈림길에서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페이스북(Facebook), 경쟁법의 도전을 받다

 

2016년 3월 초, 독일 경쟁당국이 페이스북에 대하여 사회관계망(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분야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여 경쟁법을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조사에 착수하였다는 외신이 전해졌다. 페이스북이 사람들의 디지털 정보를 수집하는 자신의 지위를 함부로 사용하였다는 것이 혐의의 내용이다.

페이스북은 수집한 정보를 이용한 광고 수입으로 돈을 버는 회사다. 이 회사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회원에게 다양한 공유 기능을 제공하는데, 회원이 공유하기로 선택한 정보는 그 회원이 어떤 성향이고 어떤 관심사를 갖고 있는지를 헤아려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자신이 파는 상품에 대해 관심을 가질 만한 소비자나 관심을 끌고 싶은 소비자를 절실히 찾는 판매자 입장에서 이는 정말 탐이 나는 정보이다. 페이스북은 회원이 공유 기능을 사용하여 제공한 정보를 재료로 회원의 성향과 관심사를 분석하여 생성한 빅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가 판매자인 광고주가 광고의 타겟으로 일정 범위의 정보를 선택하여 요청하면 이를 제공해주고 대가를 받는다.

개인정보를 영업의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업 모형은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페이스북의 데이터 정책에 의하면, 페이스북은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정보만을 광고주와 공유한다고 한다. 아마도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제를 준수하거나 회피하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그러면 개인정보보호법 이슈에서는 한 발짝 비껴난 것일 수도 있는데, 왜 독일 경쟁당국은 경쟁법을 들고 나온 것일까?

독일은 유럽연합의 회원국으로서 유럽에서는 가장 먼저 경쟁법이라고 불리는 법률을 만든 나라이다. 이 법을 처음 만든 게 1957년이니까 60년 정도 되었다. 독일 전에 이와 유사한 법률을 갖고 있던 나라는 미국뿐이었다. 미국에서는 1890년부터 반트러스트법이라고 불리는 일련의 법률들을 만들어 이미 하나의 법체계를 이루고 있었다. 경쟁법 또는 반트러스트법이라고 불리는 법률은 우리나라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또는 공정거래법이라는 형태로 들어왔는데, 이는 1980년 말의 일이다.

경쟁법은 경쟁을 제한하는 사업자의 행위로부터 경쟁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경쟁법 집행의 주체는 나라에 따라 다른데, 독일의 경우에는 연방카르텔청이라는 정부기관이 이 일을 담당한다. 하는 일이 똑같지는 않지만 대체로 이 기관의 역할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와 비슷하다. 누가 경쟁법을 집행하든 효과적인 집행을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사업자의 어떤 행위가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인지를 분별하는 문제이다. 독일 연방카르텔청이 페이스북의 행위에 대한 경쟁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페이스북의 사업방식이나 사업형태가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고 보거나 이를 의심해보는 근거가 되는 그럴듯한 설명이 가능한 상황을 포착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물론 그럴듯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 그런 일이 있다고 증명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는 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하자.

독일 경쟁당국이 문제를 삼은 것은 페이스북의 데이터정책이다.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회원 가입을 하면서 페이스북이 제시하는 이용약관에 동의하여야 한다. 그런데, 약관에 의한 거래를 할 때 으레 그렇듯이 글자도 작고 내용도 너무 많다. 페이스북이 나름대로 이용자한테 읽어보고 동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는 하지만 필자를 포함해서 실제로 이를 꼼꼼히 살펴보고 가입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어쨌든 ‘동의’라는 단추를 눌러 회원으로 가입한 이상 이 이용약관은 나와 페이스북 사이의 계약의 내용이 된 것이다.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그 자체로 개인 이용자에게 대가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이용약관에도 이용자에게 특별히 불리한 내용은 없을 것이라고 추측하기 쉽다. 그런데, 독일 경쟁당국은 이용약관에 포함된 데이터정책에 주목하였다. 페이스북은 데이터정책에서 회원의 활동과 회원이 제공한 정보, 그 회원과 관련된 다른 사람의 활동과 다른 사람이 제공한 정보, 네트워크 및 연결 정보 등 실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고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페이스북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사진을 업로드하게 되면 그 사진 촬영 장소나 파일 생성 날짜와 같이 내가 제공한 콘텐츠 또는 콘텐츠에 포함된 정보가 수집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렇게 보유한 정보를 회원에게 관련 광고를 표시하고 광고 및 서비스의 효과와 도달 범위를 측정하기 위해 광고와 측정 시스템을 개선하는 용도로 활용한다. 독일 경쟁당국은 이처럼 페이스북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하기 위하여 설정한 거래조건이 이용자에게 ‘불공정’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유럽에서 경쟁당국과 상대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페이스북은 2014년 2월 메시징 서비스를 제공하는 왓츠앱(WhatsApp)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정도 규모의 기업결합 사건은 유럽 경쟁당국의 심사 대상이 되기 때문에 경쟁당국이 다른 기업결합 사건과 마찬가지로 검토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경쟁당국은 다른 시장에서 일어나는 기업결합에 적용하는 분석 틀을 그대로 적용하였을 뿐 개인정보와 관련된 쟁점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빅 데이터를 활용한 영리한 돈벌이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 제공 사업자의 사업 모형은 양면시장형 사업 모형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서로 다른 유형의 이용자 그룹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을 인터넷에 열어두고 더 많은 이용자가 그 공간을 방문하여 활동하도록 매개하고 촉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익을 추구하는 사업 아이디어이다. 까다롭고 변덕 많은 인터넷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려면 이용자가 그 공간에 더 자주 방문할 뿐만 아니라 오래 머물만하다고 느낄 만한 가치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페이스북은 사회관계망 서비스 분야에서 매우 성공적인 플랫폼 사업자이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2017년 2월 기준으로 페이스북의 월간 실제 이용자(Monthly Active User, 월간 1회 이상 앱을 사용한 이용자)의 숫자는 18억 6,000만 명이고, 2016년 9월 기준으로 일간 실제 이용자(Daily Active User, 일간 1회 이상 앱을 사용한 이용자)의 숫자는 1억 2,300만 명이다. 또한 엄청나게 많은 이용자들이 시시각각으로 또한 엄청난 정보를 페이스북에 제공하고 있다. 60초마다 510,000개의 코멘트가 게시되고 293,000개의 상태가 업데이트되며, 136,000개의 사진이 업로드된다. 이런 방식으로 축적되어 페이스북 내부에 저장하고 있는 데이터만 해도 300페타바이트 수준이라고 한다. 페타바이트는 1,000테라바이트이다.

사회관계망 서비스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에서의 성공 요인을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로 많이 설명한다. 네트워크 효과는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가 몰리면 몰릴수록 이용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용어이다.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경우 그 자체의 품질보다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사용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네트워크 효과는 직접적 네트워크 효과와 간접적 네트워크 효과로 나누어진다. 직접적 네트워크 효과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이용자가 같은 유형인 경우로서, 전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전화 서비스의 경우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이용자는 서로 통화를 원하는 동질적인 그룹이기 때문이다. 간접적인 네트워크 효과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이용자가 서로 다른 유형인 경우로서, 유료방송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유료방송서비스의 경우 한쪽에는 방송프로그램 시청을 원하는 시청자가 있고 다른 쪽에는 이들이 방송프로그램을 시청해주기 원하는 콘텐츠 제공자가 있는데, 이들은 서로 동질적이지 않은 그룹이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이를 통해 형성되는 네트워크에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원하는 동질적인 이용자도 참여하고 이들에게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기 원하는 광고주도 참여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네트워크 효과와 간접적인 네트워크가 모두 발생할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는 성공한 사업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일단 이러한 효과를 누리는 선발 사업자가 존재하는 시장에 새로 진입하여 지경을 넓히려는 후발 사업자 입장에서는 넘기 어려운 벽이 될 수도 있다. 네트워크 효과가 성공 비결인 서비스에서 꼭 필요한 이용자 그룹을 선발 사업자가 이미 확보하고 가두어놓아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트워크 효과는 제3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 네트워크 외부효과라고 불린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성공 스토리는 네트워크 외부효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페이스북 이전에도 많이 있었고 페이스북은 이들과의 경쟁을 통하여 시장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이러한 서비스로 처음 두각을 나타낸 서비스는 2002년 3월에 개시된 프렌드스터(Friendster)였지만, 이 서비스는 2003년 8월에 개시된 마이스페이스(MySpace)에 그 자리를 내주었고, 이를 이어 2004년 2월에 개시된 페이스북이 시장의 승자가 되었다. 이론적으로는 프렌드스터나 마이스페이스가 네트워크 효과에서 비롯되는 선점효과 또는 잠금효과를 누릴 수 있었음에도 이용자는 프렌드스터에서 마이스페이스로, 다시 마이스페이스에서 페이스북으로 이동하였다.

이러한 이동이 일어날 수 있게 한 요인으로는 서비스 운영정책의 차이가 꼽힌다.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이용자 중에는 가짜 신분으로 다른 이용자를 불쾌하게 하는 나쁜 행동을 하는 이용자도 생기게 된다. 이에 대하여 프렌드스터가 가장 엄격한 태도를 취하였다면, 마이스페이스는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여 프렌드스터에 실망한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마이스페이스의 정책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켜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찰나에 페이스북이 등장하여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여럿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분석이다. 필자 역시 페이스북 사용을 처음 사용하게 된 계기는 실제 친구나 지인들과 실명으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의견이나 소식을 나누기 위한 것이었다. 페이스북에서 경험하는 관계 맺기와 정보 공유 기능은 그 전에 알던 다른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겪을 수 없었던 다른 차원의 서비스였다.

그렇다면, 우수한 서비스 품질과 운영 방식으로 승자독식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승리한 페이스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페이스북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페이스북이 돈을 버는 방식을 향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인터넷 광고 회사 중 하나이다. 페이스북의 2016년 한 해 총 매출액은 276억 달러였는데, 이 중 광고 매출액이 268억 달러이고 이는 전년 대비 57% 증가한 수치이다. 페이스북이 광고로 이처럼 많은 매출액을 올리는 이유는 어느 사업자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정확한 맞춤형 광고 매체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광고주에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페이스북 광고 페이지에 올라 있는 광고주들의 경험담은 정말 솔깃하게 만든다.

 

“페이스북에서는 사람들이 언제, 어떻게 저희 제품을 살펴보는지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성 높은 광고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페이스북의 광고 인터페이스는 타 광고 플랫폼보다 훨씬 쉽고 효율적입니다.”

 

“화제와 참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기획했던 강렬한 TV 광고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동영상 광고에 접목하여, 도달 범위를 크게 확대하고 사람들의 기대를 더욱 높일 수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은 어떻게 광고주한테 자신의 상품에 관심을 가질 만한 이용자 타겟을 선택하여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광고 플랫폼을 만들 수 있었을까? 페이스북의 혁신적인 노력도 적지 않았겠지만, 그 바탕에는 회원들이 시시각각으로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로부터 이름과 나이, 성별 같은 인구통계학적 자료만 모으는 게 아니다. 좋아하는 책과 음악 같은 취향과 ‘좋아요’ 단추를 누르고 공유한 콘텐츠의 성격까지 차곡차곡 쌓아둔다. 페이스북은 빅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적용하여 이처럼 축적된 데이터를 재료로 맞춤형 광고에 최적화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다. 결국 페이스북의 주된 수익원이 되는 광고 사업은 개인에 관한 데이터의 수집, 이용과 제3자 제공을 큰 축으로 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과 제3자 제공은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제 대상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사업자가 개인정보처리자로서 정보주체인 개인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때 엄격하게 정해진 방법으로 사전에 동의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예외가 규정되어 있지만 제한적이다. 동의의 방법이 엄격해서 동의를 받으려면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항목 전체를 모두 구체적으로 알리고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동의를 받았더라도 항목이 빠지거나 동의를 받은 후 항목이 추가되는 경우 법에 위반될 수 있다. 또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목적이 명확해야 하고,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수집하여야 하며, 목적 범위 내에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이러한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제 구조는 페이스북이 이용하는 빅 데이터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사업자가 어떤 개인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수집하여 어디에 이용하는지를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빅 데이터는 다양한 형태의 정형 또는 비정형의 데이터로 구성되므로, 언제 어떤 데이터가 수집되고 그 데이터가 어떤 목적으로 누구의 이익을 위해 이용될 것인지 미리 알기 어렵다. 내가 페이스북 게시판에 올라 있는 지인의 여행 게시 글을 보고 ‘좋아요’ 단추를 눌러 전달된 정보가 그 지역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광고주가 타겟으로 삼고 싶은 정보가 될 것인지를 어떻게 미리 알 수 있겠는가?

빅 데이터에서 주로 개인정보보호법의 문제가 되는 것은 맞춤형 광고를 위한 빅 데이터 분석이다. 맞춤형 광고를 위해서는 타겟이 될 만한 개인을 추적·식별하기 위하여 프로파일링 기법을 이용하여 개인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집 단계에서는 개인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과 관련 없는 정보가 빅 데이터 분석을 거쳐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로 탈바꿈되어 마케팅에 이용되기도 한다. 미국의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인 타겟(Target)은 임신한 여성에게 나타나는 구매행태 패턴을 분석하여 개인을 추적·식별한 끝에 여성 고객의 집에 우편으로 아기 옷 할인 쿠폰을 보냈는데, 하필이면 그 여성은 고교생이었다. 그 바람에 그 아버지의 거센 항의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딸이 가족도 모르게 임신 중이었다. 이 얘기는 빅 데이터 분석의 놀라운 정확성과 함께 그로 인한 사생활 침해의 위험을 보여준다.

페이스북은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광고의 범위나 효과에 관한 정보를 광고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수익을 올린다. 오프라인 업체의 경우와 다른 점은 타겟이 되는 회원과 광고주를 연결해주기 위하여 굳이 회원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은 광고주에게 개인 식별 정보가 없는 경우 또는 정보가 통합되어 개인 식별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광고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홍보한다. 광고주가 타겟으로 선택한 범위에 있는 고객에게 페이스북 게시판 기능을 이용하여 뉴스피드를 보내면 되므로 고객이 누구인지 반드시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페이스북 게시판에 나도 모르게 여행 사이트나 맛집 사이트의 광고 게시 글이 뜬다면, 그건 내가 나도 모르게 여행이나 맛집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다른 회원의 글에 좋아요 단추를 눌렀기 때문일 수 있다. 그 광고를 나한테 보내기 원한 광고주가 굳이 내가 누구인지를 알 필요는 없다. 내가 광고하는 내용에 관심이 있다면 알아서 찾아올 테니까.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잘 준수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 정부가 페이스북에 이 법이나 이와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는 다른 법률(‘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을 적용한 사례가 아직 없어 정확히 알 수는 없다. 2004년 8월에 케이티(KT)가 ‘KT 소디스’라는 이름으로 고객 데이터베이스 임대 사업을 한 적이 있었다. 이 사업은 KT가 오프라인과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고객들의 동의를 얻어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기업 고객 연락처를 업데이트해주거나 마케팅을 대행해주는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고객에게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으로 인한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국 규제의 된서리를 맞았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개인을 알아보지 못하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페이스북 사례에 빗댈 것은 못 된다.

다시 독일 얘기로 돌아가면, 독일은 경쟁당국이 나서기 오래 전부터 데이터 보호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이 페이스북의 정보 수집 방식에 대하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독일의 개인정보보호법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의 데이터 보호 기관은 2010년에는 페이스북의 친구 찾기 기능에 대하여, 2011년에는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 기능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였다. 문제 제기 초기에는 정부기관과 페이스북 간의 의견 대립으로 소송 위기까지 가기도 했지만, 협상 결과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설정 관리 방식을 고치기로 하면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독일에서 페이스북이 경계해야 할 것은 정부기관만이 아니다. 독일 법에 의하여 소비자단체는 소비자법 위반을 이유로 한 단체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유독 독일에는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제공하고 있는 여러 기능이 소비자법에 위반한다는 소송이 많고, 페이스북의 패소율도 높다.

페이스북은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이용자도 모르게 이용자에 관한 더 많은 정보가 페이스북에 제공되는 방식으로 그 기능이 활용된다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설정 관리 기능을 제공하여 회원이 원하면 설정을 선택, 변경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초기 설정은 페이스북에 유리하게 최대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회원이 이를 변경하려고 해도 그 메뉴를 찾기 어렵게 해놓았다는 불만도 있었다. 더욱이 이런 기능에서 제공하는 단계를 거쳐 정보 삭제를 요청해도 실제로 페이스북이 그 정보를 서버에서 완전히 삭제하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도 남는다. 그래도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한 문제 제기는 페이스북이 계속해서 개인정보보호에 더 적합한 방법을 개발하여 문제를 개선하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에 대하여 개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이 권리를 보호하는 방식은 자신에 관한 개인정보가 누구에 의하여 어떤 목적으로 얼마만큼 수집되고 이용되는지, 그리고 누구에게 제공되는지를 미리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를 ‘옵트 인(Opt-in) 방식’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개인이 미리 알고 대비하면 권리 침해가 예방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 동의한 후에도 자신의 개인정보가 도대체 어떻게 쓰이는지를 나중에 확인하거나 마음이 변하여 동의를 거둬들이고 정보의 정정·삭제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를 ‘옵트 아웃(Opt-out) 방식’이라고 한다. 우리 법은 두 가지 방식을 다 규정하고 있지만, 옵트 인 방식에 따른 의무가 워낙 강하다 보니 사업자도 이용자도 동의를 한 후의 보호절차에는 별로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가 소비자 보호의 문제로


그렇다면, 개인정보보호법에 정한 의무만 준수하면 개인정보에 관한 법적 문제는 끝난 것인가? 과연 개인은 자신에 관한 개인정보가 자신도 모르게 수집·이용되거나 제3자에게 제공되는지 여부에만 신경을 쓰는 것일까? 적어도 개인정보보호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만 해도 개인정보의 침해나 유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의 문제가 주된 문제였다. 개인정보는 인격권에 관한 문제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인격권에 관한 문제로만 바라보고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언제나 지켜져야 하는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

개인정보는 실제로 거래의 대상이 되어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하려는 개인정보처리자의 대부분은 사업자이다. 사업자가 소비자 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백화점과 같은 대형 유통업체는 오래 전부터 고객 카드 제도를 운영해 왔다. 이 제도는 카드 보유자가 그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제공하는 정보를 갖고 판매 기반이 되는 고객을 더 잘 이해하여 광고 타겟을 설정하고 사업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10년 사이에 다양한 경제 분야의 사업 모형이 점점 더 정보의 수집과 이용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바가 크다. 기술의 발전으로 전보다 더 빠르고 지능적인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시대에는 서비스 이용의 대가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이용자의 지위를 소비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상품의 최종 수요자인 소비자가 시장에서 주인으로 행세할 수 있으려면 소비자가 상품 선택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갖추고 그 정보에 근거하여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그릇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사유로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게 되면, 소비자의 권리는 침해된다. 소비자가 제공하는 데이터에 대하여도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양면시장형 사업 모형을 채택하는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하여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는 아무런 경제적 대가 없이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한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는 엄밀히 말하면 공짜가 아니다. 개인정보의 상업적 이용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이용자는 더 많은 개인정보를 알게 모르게 제공하도록 유도된다. 그런데, 이용자가 자신이 제공하는 개인정보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아는 정도는 제각각이다. 개인정보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사업자의 투명성 부족으로 이용자는 서비스 이용의 대가로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하여 정보에 근거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된다. 이는 소비자법에서 관심을 갖는 전형적인 문제이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도 개인정보의 문제를 소비자법의 문제로 접근한 적이 있다. 2015년 5월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포털 사업자, 롯데쇼핑, 이마트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를 포함한 21개 온라인 사업자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약관을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소비자에게 서비스 이용의 대가로 제공해야 하는 개인정보를 불필요하게 많이 수집하여 오래 보유하고 제대로 알리지 않고도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약관에 정해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가 회원 가입 시 통합 아이디를 설정하도록 유도한다. 그런데, 회원은 통합 아이디를 설정하면 그 사업자에게 제공되는 개인정보가 제휴관계에 있는 다른 사업자와 공유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개인정보법제에 의하면, 이런 경우에는 이용자에게 미리 그 사실을 알린 후 별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가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제공한다면 어느 범위에서 제공할 것인지를 고려하여 서비스를 선택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 삼은 개인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이름, 연락처, 주소 등 신상에 관한 정보이다. 그런데 빅 데이터라고 불리는 정보는 단순히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를 넘어 그 개인의 관심사나 경험과 성향, 취향에 관한 정보도 널리 포함하고 있다. 사업자가 이러한 정보를 갖게 되면 그 소비자에 맞게 맞춤형 광고나 개인화된 콘텐츠를 내보낼 수 있다. 이런 정보는 가입할 때 한 번 제공하는 정보와 달리 이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제공될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수집되기도 한다. 이용자가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하여 검색어를 입력하는 행위,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 또는 단순히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하여 사이트에 접속하는 행위가 하나하나 사업자 입장에서는 쓸모 있는 이용자 행태정보의 수집 원천이 된다.

소비자 보호의 문제로 개인정보의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은 소비자가 자신이 이용하는 서비스의 대가로 어떤 정보가 제공되고 이 정보를 사업자가 상업적으로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알고 합리적으로 선택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서비스를 통해 수집하게 된 개인정보가 어떤 정보인지가 선택 행동을 결정하는 데 갖는 중요성이 다를 수 있다. 회원 가입할 때 개인 신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꺼림칙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는 최소화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위를 사업자가 내가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한 정보로 활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덜 민감할 수 있다. 내가 어느 지역을 여행하기 위하여 검색을 해보았는데, 사업자가 나의 검색 정보를 이용하여 내게 필요한 광고를 보여준다면 그 광고는 내게 유용할 수 있다. 반면에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내 관심사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했는데, 사업자가 그 정보를 통해 내가 그에 관한 상품을 원한다고 추측하여 관련된 광고를 자꾸 내보낸다면 성가시게 여겨질 수도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가 제공되는 시기나 종류에 따라 소비자가 갖는 민감도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개인정보보호법제는 일률적으로 사전 동의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뿐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돕기 위하여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다.

소비자가 정보에 근거한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소비자가 서비스의 대가나 그 내용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거나 잘못 알게 되는 상황인 경우도 있지만, 이를 잘 알더라도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인 경우도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제에서 정보의 수집․이용 또는 제3자 제공 때 사전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법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갖추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 소비자가 선택 행동을 하기 전에 서비스의 대가가 개인정보이고 서비스가 개인정보를 이용한 광고나 분석에 기반을 둔 수익 모형에 힘입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다 정확히 알게 된다면, 선택 행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그런 정보가 주어지더라도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서비스를 설계할 경우 소비자로서는 그 서비스를 선택하든지 떠나든지 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게 된다. 소비자는 제한된 선택 폭이 주어지더라도 그 가운데 자신의 선택 행동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 개시 단계뿐만 아니라 이용 도중에도 소비자가 개인정보를 주는 범위나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소비자법은 사업자의 개인정보보호정책이 소비자가 자신이 얻는 혜택과 대가를 비교하면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선되도록 촉구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개인정보에 관한 권리를 인격권으로 접근하여 서비스가 거래되는 맥락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개인정보보호법제와는 다른 점이다.

 

소비자 보호의 문제를 넘어 경쟁 보호의 문제로

 

소비자법이 개입하는 상황은 소비자에게 제한된 선택 폭이 주어진 상황이다. 만일 시장에 유사한 다른 서비스가 있고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개인정보를 덜 제공해도 된다면 어떨까? 소비자로서는 개인정보보호정책에 관한 선택 폭이 넓어지게 되므로 어느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더 많이 수집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설계하더라도 그런 정책이 소비자의 선택 행동을 제약하는 정도는 작을 것이다. 개인정보에 민감한 소비자는 서비스의 혜택과 대가 사이의 상충을 고려하여 서로 구조가 다른 서비스 간에 선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시장에 다양한 서비스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가, 다시 말하면 개인정보 이용과 관련된 사업 모형 사이에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가의 문제로 넘어간다.

경쟁법은 사업자들의 경쟁이 성립하거나 성립할 수 있는 단위로서 관련시장을 획정한 후 그 시장에서 경쟁자를 훨씬 앞서는 경쟁우위를 가진 사업자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사업자가 경쟁자를 배제하거나 소비자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빼앗아가는 행위를 선별하여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경쟁법은 사업자의 행위가 규제 대상이 되는지 판단하기 위한 전통적인 분석 틀과 도구를 갖고 있다. 이러한 분석 틀과 도구는 사업자가 무엇으로 경쟁하는가, 경쟁자나 거래상대방의 견제나 압력에서 벗어나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기 위하여 어떤 경쟁요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가를 분석하는 데 사용된다. 가장 많이 쓰이는 분석 틀과 도구가 사업자들의 경쟁요소 가운데 가격에 주목하는 방법이다. 이는 가격이 그래도 비교, 측정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가격 중심의 분석은 가격에 초점을 맞추어 과연 그 사업자의 행위를 시장에서 받아들여도 되는지를 판단하려고 한다. 경쟁우위에 있는 사업자가 책정한 가격을 경쟁 상황에서 형성되는 가격과 비교한다든지, 경쟁자가 경쟁할만한 비용 대비 가격이 적정한지를 보든지,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하여 차별적인 가격이 책정한 경우 그 가격 차이를 비교한다든지 하는 방법이 쓰인다.

사업자가 원자재 생산자나 유통업자 또는 소비자와 같이 한쪽 측면만을 상대하면 되는 단면시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가격의 책정과 변화에 초점을 둔 분석이 우세하고 또 쓸모가 있었다. 그런데, 양면시장형 사업 모형의 등장으로 기존에 쓰던 분석 틀과 도구가 잘 들어맞지 않게 되었다. 그에 따라 새로운 현상을 경제적으로 또한 규범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행해졌다. 새로운 사업 모형과 그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사업활동이 등장하면 이러한 사업이 경쟁과 소비자 복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각도의 사고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전에 생각하지 않았던 발상으로 경쟁과 소비자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설명을 제공하는 이론이 등장하게 되면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진다.

2014년 6월 유럽 데이터 보호 감독기관(EDPS)이 개최한 워크숍은 빅 데이터의 문제를 경쟁법적 관심사로 인식하려는 시도가 공식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워크숍에서 전문가들은 빅 데이터를 이용한 수익 모형이 시장을 선도하고 빅 데이터의 수집·축적이 사업자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경쟁법의 적용이 취약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보고서의 표현대로 이 워크숍에서의 논의는 “지니가 병 속에서 나오는” 것과 같았다.

이후 빅 데이터를 둘러싼 새로운 경쟁침해이론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출발점은 소비자가 공짜로 쓰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서비스가 실제로는 공짜가 아니고 개인정보의 형태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인식이다.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취득한 데이터가 새로운 화폐가 되는 시대에 선발 사업자는 데이터에 바탕을 둔 경쟁우위(data-driven competitive advantage)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정보가 가격이 아닌 경쟁요소가 된다는 주장도 인식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의하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서비스의 대가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의 품질도 고려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정보보호의 수준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자 하는 사업자에게 중요한 경쟁요소로서 서비스의 품질을 구성한다. 어떤 서비스는 더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이를 이용한 광고로 수익을 얻는 데 반하여 다른 서비스는 개인정보를 덜 요구하고 대신 이용자로부터 회비를 받아 수익을 얻는다. 이 중에서 돈 몇 푼보다는 개인정보의 제공에 민감한 소비자는 후자를 선택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런데, 개인정보를 이용한 광고로 수익을 얻는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더 잘 보호하는 사업 모형을 갖는 다른 사업자를 공격하거나 배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 소비자의 선택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이런 상황을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는 현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네트워크 외부효과에 대해서도 새로운 설명이 등장한다. 어느 사업자에게 이용자가 몰려 네트워크 외부효과가 발생하더라도 페이스북의 사례에서 보듯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여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런데 빅 데이터 시대에는 데이터의 규모나 범위뿐만 아니라 빅 데이터에 바탕을 둔 알고리듬 학습 행동의 규모의 차이도 네트워크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어 이를 복합한 크기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시장의 승자로 떠오르던 때만 해도 이용자가 데이터를 옮기는 게 아주 어렵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후발 사업자들이 극복할 수 없는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 때도 광고로 수익을 얻는 페이스북이 왓츠앱의 이용자 데이터를 축적하여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에 대한 경쟁당국의 답변은 2014년 10월에 발표된 결정문의 다음과 같은 문장에 담겨 있다.

 

“합병 후에도 시장에는 온라인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충분한 숫자의 다른 사업자가 존재한다. 현재도 페이스북 외에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상당히 많은 숫자의 시장 참가자가 있다. 합병 당사자가 페이스북의 사회관계망에서의 맞춤형 광고를 개선하기 위하여 왓츠앱 이용자 데이터를 이용하기 시작할 것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광고 목적으로 가치 있는 인터넷 이용자 데이터는 널려 있고 페이스북의 배타적 통제 하에 있지도 않다.”

 

이때만 해도 유럽 경쟁당국은 대규모로 축적된 데이터가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온라인 세상의 경쟁과 혁신의 속도는 빠른 것이다. 그런데, 2016년 12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링크드인(LinkedIn) 인수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유럽 경쟁당국의 판단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페이스북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사회관계망 서비스라면 링크드인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특화된 서비스이다. 유럽 경쟁당국은 개인정보와 관련된 우려가 그 자체로 경쟁법 위반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경쟁에 대한 영향 평가에서 고려될 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하였다. 소비자가 개인정보보호의 문제를 품질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사업자들도 이러한 요소에 관하여 서로 경쟁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라는 것이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사회관계망 서비스 간의 경쟁이 그런 것처럼.

빅 데이터와 디지털 경제의 시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장의 격변 속에 서 있는 사업자들 앞에 개인정보보호를 화두로 한 규제의 복병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이제 개인정보보호법, 소비자법 그리고 경쟁법의 삼각편대를 형성해가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세 개의 법의 역할이 나누어질 수 있지만, 분명히 겹치는 영역도 존재한다. 세 개의 법의 집행이 보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규제의 빈틈을 파고들려는 약삭빠른 사업자의 일탈행위도 잘 잡아낼 것이다. 하지만, 불필요하여 중복된 규제가 이루어질 경우 소비자가 편리하게 생각하던 서비스가 위축되거나 개발이 더디게 이루어지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

규제의 칼끝은 아무래도 시장을 선도하는 큰 회사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큰 회사를 규제할 경우 이를 뒤쫓으려고 하지만 역부족을 느끼는 후발 사업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이는 후발 사업자에게는 닫혀 있다고 느끼던 ‘경쟁의 관문’이 열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소비자와 데이터 이용 사업자 사이의 정보의 비대칭이나 힘의 불균형이 해소되어 소비자가 더 정확한 정보를 갖고 더 합리적으로 개인정보 제공과 이용에 대한 선택권을 행사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의 집행 강화가 반드시 해피 엔딩을 약속해줄 것인가?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큰 회사가 현재의 자리에 올 때까지 파괴적인 혁신과 점진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분명한 장점을 발휘해온 것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전에도 수많은 문제제기에 직면하여 시행착오와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자기 개선을 하는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왔다. 문제는 이들이 계속해서 그 과정을 밟아갈 것으로 믿는 신뢰가 남아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시장이 작동한다는 믿음은 큰 회사 외의 다른 경쟁자, 네트워크 사업 참여자나 소비자가 유효적절한 견제 수단을 갖고 있다는 전제에 서 있다. 유럽 경쟁당국은 그 믿음이 엷어져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그런 믿음을 가져본 적이 있기는 한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글쓴이: 홍대식 교수(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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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데이터가 (첨단) 기술 기업들을 경쟁으로부터 막아주지 않는다

2017-01-11 21:04:53 0 comments

아냐 램브레히트(런던 경영대학원) / 캐더린 터커 (MIT 슬로언 경영대학원)*

2016 4 28


원문 블로그


빅 데이터는 기술의 차세대 선도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경제가 나날이 디지털화되고 소비자들도 온라인상의 흔적을 더 많이 남기게 되면서,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쉬워졌다. 우리는 강력하면서도 저렴한 컴퓨팅 자원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으며, 기업들은 복잡한 데이터 분석(기술)을 활용하여 혁신을 달성하고, 새로운 벤처사업을 시작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부동산 전문 웹사이트 질로우 닷컴(Zillow.com)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혁신을 달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가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였다. 질로우는 초창기에는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개된 주택가격 관련 정보를 사용하였으나, 점차 사용자들이 만든 콘텐츠를 융합하여 주택의 가격 추정치를 계산하는 방식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였으며, 지금은 사용자들에게 소유 부동산의 현재 가치를 거의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혁신에 투자하는 질로우와 같은 회사들에게 데이터는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를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프랑스와 독일 경쟁당국들이 금년 4월 발간 예정인데이터 경제관련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유럽 규제기구들의 마음속에는 이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 반대되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규모로 축적된 데이터가 기업들에게 처음 예측했던 것보다는 적은 경쟁 우위를 준다고 결론지었다. 동 분석의 핵심에는 어떤 것이 지속적인 경쟁 우위의 근간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의 경쟁상대가 해당 기업이 누리는 혜택을 복제할 수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빅 데이터의 경우에는 이러한 전제가 해당될 수 없으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빅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도구들은 쉽게 구할 수 있고 저렴하다. 중소기업이건 대기업이건 빅 데이터에서 유용한 정보들을 도출하여 자신들의 경영에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둘째, 기업들은 다른 기업, 또는 심지어 자신들의 고객들로부터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대안이 있다. 데이터는 비경쟁 대상이다. , 만약 한 기업이 하나의 데이터를 소비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기업들의 데이터 가용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 결과, 컴캐스트 TV 시청 데이터에서부터 블루카이가 보유하는 소비자들의 온라인 행동 정보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정보들은 모두 공개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얻을 수 있으며, 따라서 새로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이 기존 기업들이 얻은 것과 유사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데이터를 적절히 사용하면, 기업들이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잠재적으로 사업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데이터 그 자체만으로는 본질적인 가치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데이터가 가진 잠재적인 통찰력을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은 활발한 실험과 알고리즘 적용을 통해 잡음을 없애고 유용한 통찰을 끌어낼 수 있는 경쟁력 있고 데이터 관련 지식이 풍부한 직원들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데이터는 유용할지 모르나 그 데이터의 진정한 가치는 기업의 직원들과 귀중한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실현 가능한 통찰력으로 바꾸는 전략 및 과정에 있다.


그러나 빅 데이터를 가진 기업이 다른 경쟁상대가 정복하지 못할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가장 확실한 지표는 많은 신생 기업들이 처음에는 데이터 열위에서 출발하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먼저 자리를 잡은 경쟁 기업들에 도전하거나 능가하는 경우이다. 이는 데이터가대체할 수 없는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혁신 기업들이 성공에 이르는 길은 다양하다. 왓츠앱(WhatsApp)은 고객들의 메시지 송수신 습관과 요금 선호도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진 전통적 통신업계를 데이터 우위로 이기려고 하는 대신, 사용하기 편리하고 매우 저렴한 가격의 메시지 송수신 서비스를 도입하였다.


또한,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경제에 새로 진입한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보다 저렴하고 편리하며 믿을 수 있는 옵션들을 제공함으로써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경쟁 업체들을 앞서 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공적인 신생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디지털 시장에서 빅 데이터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신, 혁신적인 사업 계획, 고객의 요구와 필요사항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아이디어, 똑똑하고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이야말로 성공을 이끄는 요인들이다. 빅 데이터는 새로운 시장 진입자들을 제한하고 견제하는 반경쟁 요소로 작용하기보다는 오히려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창출하여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고객들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발명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데이터는 경쟁업체를 무찌르고 보잘것없는 기업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단순히 데이터의 양이 아닌, 수준 높은 데이터 분석이 성공을 가늠하는 핵심 요인이다.

  

*저자에 대하여

 

아냐 램브레히트 박사는 런던 경영대학교 조교수를 역임 중이며, 캐더린 터커 박사는 MIT 슬로언 경영대학교 경영과학학과 석좌교수를 역임 중이다. 이 글은 동 박사들이 공저한 데이터가 기업을 경쟁으로부터 보호할 있는가? (Can Big data Protect a Firm from Competition?)” 제하 최근 보고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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