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의 구글 안드로이드 판결이 경쟁을 훼손하고 혁신을 저해하는 이유

작성자 관리자   |   2018-08-05 21:36:47

더크 아우어(Dirk Auer)

원문 보기  

 

2018 7 18 

 

더크 아우어는 리에주 경쟁 혁신 연구소(Liege Competition and Innovation Institute)의 연구위원으로, 현재 유럽 경쟁법과 미국 독점 금지법의혁신 방어에 초점을 맞춘 박사과정 연구를 마무리하고 있다. 2011년 리에주 대학에서, 2014년 시카고대학 로스쿨에서 각각 법학석사(LLM) 학위를 취득했으며, 두 곳의 국제 로펌에서 경쟁법 관련 소송을 맡아 처리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야기는 2007 1 9일 아침에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눈치채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무선 통신의 세계가 영원한 변화를 겪게 되는 순간이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항상 입는 터틀넥 상의를 입고 무대에 올라 아이폰(iPhone)을 공개했다. 그 이후의 일은 역사가 말해준다. 아이폰은 무선 통신 업계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물리적 키보드도, 접었다 펴는 전화기 몸체도, 튀어나오는 안테나도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되었다. 검은색의 아름다운 디자인, 거대한(당시에는 3.5인치면 상당히 큰 것이었다) 터치스크린, 후면 카메라가 이 모든 요소들을 대체했고, (조금 뒤의 일이지만) 애플리케이션을 소비하는 혁명적인 방식이 새롭게 등장했다. 바로 앱스토어(App Store). 매출은 폭증했고 애플(Apple)의 주가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 중 하나가 될 기세로 치솟았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지금 우리는 모두가 아이폰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년 전 구글(Google)안드로이드(Android)라는 이름의 작은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무선 통신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처음에는 2007년 말 첫 휴대전화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 발표로 인해 구글은 계획을 다시 세워야 했다. 결국 구글과 파트너들이 경쟁력 있는 해답, HTC가 만들어낸 구글 넥서스 원(Google Nexus One)을 내놓은 것은 2010년의 일이었다


유럽 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내린 구글 안드로이드 결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3년의 시간 동안 구글이 실행한 전략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최고의 혁신에 맞서는 방법


 아이폰을 타도하기 위해혹은 그저 경쟁이라도 할 수 있도록구글은 많은 후발주자들이 경험하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따라 할 것인가, 차별화할 것인가? 구글의 해결책은 양자를 결합한 것이었다. 터치스크린,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은 받아들였지만 한 가지 핵심적인 측면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애플이 아이폰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반면, 구글은 소위 말하는 애플의담장이 있는 정원(Walled Garden)”의 대체재로서 보다 탈중앙화된 접근방식인 라이센스 방식의 오픈소스 운영체제를 채택했다.


구글과 여러 파트너들은 2007 11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Open Handset Alliance, OHA)를 결성했다. 네트워크 운영자, 소프트웨어 기업,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느슨하게 연결된 이 조직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이끈 동력이었다. 구글과 파트너들은 OHA를 통해 OHA 호환 안드로이드 기기에 대한 최소 사양을 마련함으로써 기기 제조사부터 앱 개발자까지 기기 생태계의 모든 수준이 적절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했다. OHA는 첫 번째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휴대전화 제조사와 무선 통신 운영업체들은 안드로이드를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함으로써 혁신적인 신제품을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욱 빠르게 시장에 선보일 수 있게 될 것이다. "

"개발자들은 휴대전화의 기능과 도구에 대한 온전한 접근권을 가짐으로써 보다 강력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구축하여 인터넷 개발자 모델을 모바일 공간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또한 전세계 소비자들은 보다 강력한 서비스, 풍부한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지닌 모바일 기기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보다 우월한 모바일 경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오픈소스 방식은 여러 가지 이점을 갖고 있지만특히 노동력 분산의 개선의 측면에서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 핵심 난제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수십 개의 기업을 조정, 독려하는 일이다. 구글은 다양한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향하도록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무료로 제공되는 속성을 가진 제품으로부터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유럽 위원회 조사의 시발점이 된 것은 이러한 두 가지 문제에 대한 구글의 해답이었다.


    첫 번째 문제는 안드로이드의 탈중앙화의 직접적 결과이다. 동일한 운영체제에서 작동되는 아이폰은 소수인 반면(애플이 일정 시기에 시판하는 몇몇 모델로 한정된다), 안드로이드는 엄청나게 다양한 제품으로 출시된다. 일부 기기는 구글이 자체적으로 만들지만 다른 기기들은 삼성, LG 등의 하이엔드(high-end) 제조사들이 만들어내며, 원플러스(OnePlus)와 같은플래그십 킬러(flagship killer)’, 모토로라(Motorola), 아너(Honor, 화웨이(Huawei)의 브랜드 중 하나) 등과 같은 저가폰도 있다. 차이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삼성, 샤오미(Xiaomi), LG (외에도 여럿 존재한다) 등과 같은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의 기본적인 설정을 변경하고 있다. 삼성 휴대전화의 경우 자사의 인공지능 가상 비서인 빅스비(Bixby)를 대거 채택하고 있으며, 샤오미의 경우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안드로이드 시장은 엄청나게 다양화되어 있다.

    이러한 다양성을 관리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다(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이 파국을 맞지 않도록 하는 것은 모든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과제이다). 구글과 OHA는 이에 대해 훌륭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비호환기기, 즉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가 사전에 결정된 사양과 너무 동떨어진 기기에 벌칙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구글은 자사 소유의 애플리케이션 (대표적으로 플레이스토어(Play Store)) 사용권 허가를 거절할 수 있다. 최소한의 통일성을 확보하는 것은 앱이 모든 기기에서 순조롭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사용자에게 일관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이로써 안드로이드 브랜드를 보호한다)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비용을 줄여준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이 이러한파편화 방지조치를 칭송하고 위원회의 조사를 재앙이라 부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문제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오픈소스 프로젝트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기기 제조사들은 무료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작은 이점이 아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가격을 낮추어 저가 시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는 하나, 최상위 제품인 삼성 갤럭시 S9+($819)가 이에 상응하는 애플의 아이폰 X($1165)보다 약 30% 저렴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쟁력 있는 운영체제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환상적인 거래일 수 있으나 사업적 측면에서는 분명한 문제가 된다. 구글과 OHA의 다른 구성원들이 안드로이드 기기의 개발, 개선, 홍보에 퍼부은 엄청난 돈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 다른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보완재에 의존해야 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제작할 때 수익이 나는 광고 기반의 서비스 (특히 구글 검색) 소비가 늘어날 것을 기대한다. 이러한 전략은 로스 리더(loss leader) 또는 보완재 전략이라 불린다.

    구글은 이러한 로스 리더 전략을 구체화하는 두 가지 주요 계약 조항을 활용한다. 첫째, 다수의 자사 소유 애플리케이션을 번들로 제공한다. 제조사는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중추인) 플레이스토어 앱을 얻기 위해 반드시 구글 검색과 크롬(Chrome) 앱을 사전 설치해야 한다. 둘째, 구글은 제조사 및 네트워크 운영자와수익 공유계약을 다수 체결했다. 이들 기업은 사용자의 홈 화면에 구글 검색을 두드러지게 표시하는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 실제로 이들은 이러한 검색창의 사용을 통해 구글이 얻게 되는 한계 수익의 일부를 받는다. 두 가지 조치 모두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구글의 가장 수익성 있는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넌지시 독려한다그러나 강요하지는 않으며 사용자가 경쟁 앱을 설치하는 것을 막지도 않는다.

    독자들은 이것이 윈-윈의 상황이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사용자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무료로 얻고, 구글과 다른 OHA 구성원들은 애플과 맞서 경쟁할 수 있는 충분한 돈을 번다.

    하지만 위원회의 생각은 다르다.


    위원회의 오만

    유럽 위원회는 구글이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믿는다. 아직 결정문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주장의 골자는 구글의 파편화 방지 조치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경쟁 운영체제를 출시하지 못하도록 막고 번들 제공과 수익 공유가 경쟁사의 검색 엔진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몇 가지 명백한 사실들에 반하는 것이다.

          우선,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활력이 넘친다. 수많은 기업들이 안드로이드의 변형 버전을 출시했으며, 이들 중에는 구글 앱을 포함하고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아마존(Amazon)의 파이어(Fire) 제품군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둘째, 구글의 행위가 검색 엔진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해도 반경쟁의 속성을 띄지는 않는다. 만약 지난 2005년 야후(Yahoo)가 모바일 인터넷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었더라면 엄청난 실패를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야후는 여전히 30%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고, 구글의 시장 점유율은 36%였다. 사업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된다. 이것은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시장 경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이로써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이 드러나고 가치가 적은 제안으로 자원이 배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구글의 행위는 다른 검색 엔진이 자사의 검색창 또는 가상 비서를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 이는 기본적으로 삼성이 자사의 빅스비 서비스를 위해 구글 서비스를 포기함으로써 한 행동이다. 달리 말해 구글은 단순히 핵심 앱을 기기의 홈 화면 또는 그 가까이에 배치하기 위해 다른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것 뿐이다

       

      심지어 위원회의 논리가 일정 부분 옳다고 하더라도, 이는 마치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집어 드는 격이다.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산업, 유럽 경쟁법에 미칠 잠재적 반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우선 위원회가 안드로이드의 경쟁 입지를 애플에 비해 현저히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안드로이드는 복잡한 생태계이다. 전체적인 생존 가능성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전략에 점증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은 위원회의 오만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보다 크게 보면 구글을 가혹하게 대하는 것은 다른 기술 플랫폼에 현저한 유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른  이들이 이미 지적했듯이, 위원회의 결정은 지배적 기업이 경쟁사 서비스와 비교해 자사 서비스를 선호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기반한다. 이러한 차별 금지 정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기업은 폐쇄형 플랫폼을 설계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다. 경쟁사를 처음부터 배제하면 차별할 대상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로써 반독점 규제기관의 접근 여지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위원회는 애플의 자사 서비스에 대한 훨씬 더 실질적인 선호가 아니라 구글의 자사 서비스에 대한 최소한의 선호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담장이 있는 정원만 존재하는 세계는 사용자와 혁신을 만들어내는 이들 모두에게 해가 될 수 있다. 

       


      향후 수 일, 수 주에 걸쳐 많은 이들이 위원회를 변호하려 나설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조치가 실리콘밸리의 거대한 기술기업이 가진 추상적인권력에 맞서기 위한 필수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경쟁사들은 자신의 정당성이 입증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이러한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데에는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위원회는 스마트폰 세계에서 가장 경쟁적인 제품의 심장에 비수를 꽂을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가 될 것이다.  

      이것은 경쟁법이 실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다



      tags  
      #홍대식
      #ICT법경제연구소
      #홍대식교수
      #안드로이드
      #유럽위원회
      #더크아우어
      #오픈핸드셋얼라이언스
      #유럽경쟁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