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대 안드로이드 :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 가르기

작성자 관리자   |   2018-08-05 21:20:47

지가 튀르크(Žiga Tu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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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7 9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신이나 관료의 지적 설계가 아니라 경쟁이다. 따라서 경쟁을 보호하는 것은 유럽 위원회의 주된 책무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의 경우 위원회가 커다란 실수를 하고 있다는 것이 지가 튀르크 교수의 주장이다.

지가 튀르크 교수는 슬로베니아 류블라냐대학 토목측량공학부에서 건설정보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슬로베니아 정부에서 두 차례 장관직을 역임한 바 있으며 펠리페 곤잘레스(Felipe Gonzalez)가 이끄는 유럽의 장래 문제 검토 그룹(Reflection Group on the Future of Europe)에서 사무총장직을 맡았다.

안드로이드(Android)가 등장하기 전, 스마트폰 시장은 분화되어 있었다. 블랙베리(Blackberry), 노키아(Nokia), 에릭슨(Ericsson), 모토로라(Motorola) 등이 저마다 이메일, 웹 브라우저 등 스마트폰의 기능을 자신의 기기에 넣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2007년 애플(Apple)이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서드파티 앱, 앱 마켓을 지닌 현대적 스마트폰 개념인 아이폰(iPhone)을 개발했다.

이들 제조사 각각은 자체적으로 기기를 만들었고, 자체적인 운영체제와 자체적인 앱을 구동했다. 애플의 경우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판매할 의향이 있는 앱들이 구동되었다. 경쟁은 소수의 제조사로 제한되었다. 다른 모든 것은 하나를 선택하면 따라오는 것들이었다.

이들 스마트 기기의 가격은 1천 유로를 넘었다. 기업가나 정치인 등이 초기의 스마트폰을 사용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설의 노키아 1100과 같은 일반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안드로이드의 등장

안드로이드는 구글(Google)이 만들었지만 이를 사용하고자 하는 하드웨어 제조사에게 오픈 소스로 제공되었다. 몇 번의 버전 갱신이 이루어지고 난 후 안드로이드는 품질 면에서 애플의 iOS를 따라잡았고, 마침내 소비자들에게 스마트폰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다. iOS, 블랙베리, 안드로이드 등의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안드로이드 생태계 내에서도 수십 개의 제조사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고, 많은 이들이 안드로이드를 선호했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의 가격은 극적으로 낮아졌고 스마트폰 기술에 대한 접근성의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오늘날 누구나 1천 유로가 넘는 삼성 스마트폰과 매우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샤오미(Xiaomi) 스마트폰을 150 유로에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두 스마트폰 모두 동일한 앱을 사용할 수 있다.

순수한 하드웨어 사양의 측면만 보더라도 오늘날 판매되는 150 유로짜리 스마트폰은 3년 전 판매되던 최고 사양 스마트폰에 필적하는 배터리 수명, 화면 해상도, 프로세서 처리속도, (RAM) 크기 등을 갖추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플랫폼, 그리고 기기 제조사 간의 경쟁이다. 아이폰의 가격은 여전히 높다.

안드로이드는 멍청한 전화기를 똑똑한 스마트폰으로 만들어주는 소프트웨어, 즉 앱이라는 새로운 경쟁 시장을 열어주었다. 전세계의 창조적인 사람들이 지금까지 3백만 개에 달하는 앱을 개발했다. 그것의 시작은앱 경제라 불리는 것이었다.

많은 유럽 기업들도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앱을 가장 많이 개발하는 20개 국가 중 6개가 EU 회원국이다. 앱 경제는 EU 내에서 2백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요컨대, 안드로이드는 (1) 스마트폰의 민주화의 측면에서 어느 국가 보조금 또는 사회 정책보다 훨씬 큰 역할을 했고, (2)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고도 경쟁 시장을 만들어냈으며, (3) 고도로 창의적이고 경쟁적인 스마트폰 앱 시장을 만들어냈다.


유럽 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개입

유럽 위원회(EC)는 구글이 시장에서의 지위를 남용해 경쟁을 훼손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조사 중에 있다로이터(Reuters)에 따르면 EU 경쟁당국은 안드로이드에 대한 결정을 다음주(7 16-20)로 연기한 상태이다. *

안드로이드의 개발은 공짜가 아니며, 구글도 자선단체가 아니다. 사람들이 안드로이드를 사용해 웹 검색을 하고, 인터넷 세상을 돌아보며 플레이스토어(Play Store)에서 앱과 콘텐츠를 구입할 때 구글은 수익을 낸다.

또한 제조사들이 크롬(Chrome), 검색, 플레이스토어 등을 자사 기기에 설치해 출고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 대가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운영체제를 공짜로 받고, 몇몇 구글 앱을 공짜로 받으며, 심지어 구글이 이러한 앱을 통해 만들어내는 수익의 일부를 받기도 한다.

이에 동의하는 업체에게 구글은 EC 조사 대상이 되고 있는 세 가지 계약, 즉 호환성 계약(Compatibility Agreement),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배포 계약(Mobile Application Distribution Agreement), 수익 공유 계약(Revenue Sharing Agreement)을 제공하고 있다.

호환성 계약은 안드로이드 시스템이 제조사 버전별로 세분되지 않고 안드로이드용으로 만들어진 앱은 삼성, LG, 모토로라, 화웨이(Huawei), 샤오미 등 제조사를 불문하고 구동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아마존(Amazon)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고 안드로이드 오픈소스를 무료로 가져다가 자사의 태블릿에 설치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안드로이드 앱이 그 아마존 기기에서 작동될 것인지의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앱 제작자들은 아마존 태블릿만을 위한 특별 버전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완벽한 시장에서 퇴행하는 길이다.

두 번째 계약은 제조사들이 구글에게 최대 수익원이 되는 앱을 포함한 11개 구글 앱을 미리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중 어떤 것도 설치하지 않기로 선택할 수는 있으나,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서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구글은 제3자 검색 및 브라우저 앱에 대해 우위를 갖게 되지만, 제조사는 구글 생태계에서 발을 뺄 수 있는 선택지를 갖고 있다. 필자는 구글이 설치되지 않은 중국제 스마트폰을 갖고 있었는데, 그런대로 잘 작동했다. 나중에 구글 앱을 추가하는 것은 터치 몇 번으로 가능했다.

수익 공유는 특정 조건에서 가능하다. 통상적으로 제조사가 자신의 기기에 MS-도스(MS-DOS)나 윈도우(Windows) 등의 운영체제를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돈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구글 검색을 설치하면 오히려 돈을 받는다.

이 또한 최종 사용자에게 이점이 된다. 개별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가 소프트웨어 사용권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많고 사용량이 많은 사용자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을 지원해 주는 셈이다. 소프트웨어를 작동하게 만들어주는 사용권이 아니라 플랫폼을 사용하고 플랫폼 상에서 구입하는 데에서 수익이 나오기 때문이다


출구 경쟁과 혁신

몇몇 구글 앱이 경쟁에서 유리한 지위에 있는가? 그렇다. 11개의 앱이 있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경쟁이 이루어지는 스마트폰 생태계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작은 대가에 불과하다. 안드로이드와 같은 운영체제를 만드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는 하드웨어 제조사들간의 경쟁 환경을 만들고, 앱 개발자들간의 경쟁 환경을 만들어낸다. 애플의 폐쇄적이며 독점적이고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에 맞서는 대안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 가격이 낮아져 대중들이 스마트 모바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언제든 터치 몇 번이면 구글 앱의 대안 앱을 설치할 수 있다.

위원회는 세 가지 앱의 경쟁을 미약하게 개선하기 위해 스마트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경쟁 시장을 만들어내고 유럽 스타트업들이 애플 지배의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만들어준 사업 모델을 끝장내려 하고 있다.

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일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일이다. 이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편집자 : 유럽위원회는 2018. 7. 18. 안드로이드 결정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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