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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Sharing economy)에서 혁신과 규제

2016-05-24 10:30:04 0 comments


이성엽 (서강대학교 교수)


지난해 겨울 보스턴에 머물 때 일이다. 모임이 끝날 쯤 갑자기 폭설이 내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때 일반 택시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자가용 승용차 모양을 지닌 우버(Uber) 택시를 이용해 무사히 귀가하면서 우버의 편의성에 놀란 적이 있었다. 우버는 운전자가 자신의 차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 이용자는 앱(App)이 정해주는 요금을 신용카드로 앱 사업자인 우버에 지불하면 사업자는 일정율의 수수료를 공제한 나머지를 운전자에게 지급하는 차량 공유서비스이다.

우버는 수요가 증가하는 시간대에는 요금을 올려 공급을 늘린다. 소비자는 그만큼의 효용이 있기에 기꺼이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운전자는 심야 노동에 적정한 대가를 예상하고 공급에 뛰어 드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 없이도 시장에서 택시 승차난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늦은 밤 택시잡기가 하늘에 별따기여도 차량 공유서비스 도입은 기존 법제와 이해관계와의 충돌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도래에 따라 차량, 숙박공유와 같이 물건을 소유하기 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유 자원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쓰는 공유경제가 각광받고 있다. 공유경제는 내게 필요하지 않은 것은 남에게 빌려주고 내가 필요한 것은 남에게 빌려 쓴다는 아이디어에서 온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ICT와 결합해 혁신을 가져온 것이 지금의 공유경제이다. 이제 우리는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폰만 있으면 국경을 넘어 차량, 숙박 등의 수요를 공급자와 실시간 의사교환을 통해 해결하고 결제까지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면 정부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데, 정부는 보통 다음 몇 가지 형태로 반응한다.

첫째, 혁신을 기존 이해관계나 사회질서에 도전하는 적으로 간주하고 규제를 통해 혁신을 방해하는 경우이다. 둘째, 혁신을 유도하거나 장려하는 규제를 행하거나 아니면 혁신을 위해 규제를 개혁하는 경우이다. 저작권법, 특허법등 지식재산권 법제는 저작자나 발명자의 혁신을 장려하는 규제이다. 또한 정부는 경기 불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해 규제개혁을 진행한다. 셋째, 혁신에 대응해 기존 규제를 재검토해 이를 제도권내로 흡수하거나 혁신의 활성화를 위해 일정기간 규제를 하지 않고 서비스의 전개양상을 지켜보는 경우이다.

공유경제는 수요자인 이용자에게는 호텔, 택시업체등 전통기업보다는 저렴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급자인 이용자에게는 빈방이나 빈시간이라는 유휴 자원을 사용해 부수입을 올릴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노동을 제공함으로써 여가의 활용을 가능하게 해준다. 반면, 공유경제 기업은 대면, 전화, (Web)이 아닌 앱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전통적 자본주의 기업과 다르지 않은 측면도 있다. 더구나 전통기업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인허가를 받지 않는 점, 세금납부를 회피하는 점, 소비자나 노동자의 안전을 배려하지 않는 문제 등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길은 낯설기 마련이다. 하지만 낯설다고 공유경제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릴 수 없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실현에도 공유경제가 하나의 해법일 수 있다. 그렇기에 정부는 먼저 자율적이고 역동적인 혁신을 보장해 소비자 이익이 증진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다만, 소비자 안전과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의 역할 역시 포기할 수 없다. , 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소비자를 대상으로 대규모로 공유경제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존 규제를 재검토·수정해 이들을 제도권내로 수용하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 그 외 소규모의 개인적인 공유경제 기업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규제를 유예하면서 서비스 전개양상을 지켜보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한편 기존 규제를 소규모의 개인적 공유경제에도 적용해 범죄자를 양산하는 상황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올해 20대 국회가 구성되는 대로 관련 부처, 국회, 전문가들이 협력해 법제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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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플랫폼, 콘텐츠의 경쟁과 협력

2016-05-24 10:26:19 0 comments


 이성엽 (서강대학교 교수)

 

우리가 먼 지역으로 이동하고자 기차를 이용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가장 먼저 철로가 부설되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내리는 기차역이 있어야 한다. 끝으로 다양한 가격과 서비스 수준을 가진 기차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철도망이 네트워크(Network), 기차가 콘텐츠(Contents)이다. 그리고 기차역을 흔히 플랫폼(Platform)이라고 하는데 이는 최종 소비자에게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기 위한 유무형의 시설 내지 상품과 콘텐츠를 사고팔거나 마케팅을 하는 일종의 장터이다.

이를 ICT 생태계에 적용해보면 통신이나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는 KT 같은 통신업체, CJ 헬로비전 같은 케이블TV 업체가 플랫폼에 해당한다.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이를 플랫폼에 제공하는 업체인 CJ E&M 등은 콘텐츠업체이다. 그리고 유무선 정보통신망을 네트워크라고 한다. 플랫폼은 콘텐츠가 유통되는 창구로서, 콘텐츠는 플랫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내용물로 상호 의존관계에 있고 네트워크는 서비스를 전달하는 통로로서 역할을 한다.

그런데 KBS와 같은 지상파방송사는 이 3가지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직접 방송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하여 자신이 구축, 운영하는 방송네트워크를 통해 시청자에게 방송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케이블TV는 네트워크를 설치, 운영하고 플랫폼으로서 방송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 않다. 포털, 게임업체 등은 자신이 제작, 편집한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유통시키지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렇게 정보통신서비스의 완결적인 제공을 위해 필요한 3요소가 분리되면서 일어나는 갈등이 네트워크 중립성, 플랫폼 중립성, 콘텐츠 동등접근 이슈이다. 중립성이란 어느 편에 치우치지 말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대하는 것이다. 네트워크 중립성은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통신업체에 대해 콘텐츠사업자가 데이터 트래픽을 그 내용, 유형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플랫폼 중립성은 구글, 애플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나 iOS 플랫폼에 콘텐츠나 장비업체가 차별 없이 접근가능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동등접근은 예컨대 신규로 위성, IPTV시장에 진출하는 통신업체가 지상파 프로그램에 대한 재송신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플랫폼이 콘텐츠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슈들은 후발사업자가 자신에게 없는 요소설비를 저렴한 가격으로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 규제를 요청하는 것이다. 정부는 미디어간 균형발전이나 공정경쟁 차원에서 3자간의 갈등을 조정해왔으나 지상파 재송신 대가를 둘러싼 지상파와 케이블의 갈등처럼 3자간 첨예한 이해대립으로 인하여 문제해결을 못하고 있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인한 매출 감소, 인터넷 트래픽 급증, 글로벌 ICT 업체의 시장 확대는 문제해결을 위한 양보와 협력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네트워크 고도화, 콘텐츠 활성화,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다른 사업자의 설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적정한 비용부담의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다. 콘텐츠 사업자 내지 플랫폼 사업자의 네트워크 사업자에 대한 망이용대가,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사업자의 프로그램 이용대가가 비용, 수익에 기초하여 적절하게 산정되어야 한다. 둘째, ICT 시장의 글로벌화에 대응하여 국내 ICT 산업의 경쟁력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업재편이 활발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 ICT 전분야가 아니라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이에 집중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등 아직 ICT 미개척지로 진출하여야 한다. 셋째, 공통의 인프라로서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고도화 방안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콘텐츠산업의 발전방안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네트워크, 플랫폼, 콘텐츠의 경쟁과 협력의 출발점은 3자간 적정한 비용분담 원칙의 확립이다. 정부도 3자간 공정경쟁 확보 차원에서 비용분담 원칙의 기준을 정립하고 필요하다면 직접 대가를 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 동시에 경쟁의 조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네트워크 고도화와 콘텐츠 산업발전을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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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적 ICT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제언

2016-05-21 20:32:24 0 comments


홍대식 (서강대학교 교수)

 

협력적 ICT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가장 주목을 받은 행정부처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이다. 미래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그 목표의 실현을 위한 초점조직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신설 부처이다. 정부는 창조경제를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ICT에 접목하여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산업을 강화함으로써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새로운 경제 전략으로 개념화하고 있는데, 그 원동력이 되는 과학기술과 ICT 관련 정책을 주도하는 부처가 바로 미래부이기 때문이다. 정부 조직개편 논의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가 취한 분산형 ICT 거버넌스가 급속히 변화하는 ICT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정책 실패를 가져왔다는 데 대하여 대부분의 전문가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이는 미래부 설립을 통한 통합형 ICT 거버넌스로의 방향 전환을 가져왔다.

통합형 ICT 거버넌스로의 방향 전환에 대하여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나 산업 진흥 기능과 규제 기능을 ICT 관련 정책 부처로 일원화할 것인가 아니면 그 기능을 분산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는 크게 진흥-규제 분리 모형과 진흥-규제 통합 모형을 둘러싸고 많은 논의가 있었다. 미래부가 ICT에 관한 업무를 원칙적으로 담당하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ICT 규제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현재의 업무 분장은 기본적으로 진흥-규제 분리 모형을 반영한 것이다.

진흥-규제 분리 모형은 정부의 진흥 기능과 규제 기능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ICT 분야에서는 정부의 진흥 기능과 규제 기능을 분명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산업 영역에서 정부의 진흥 기능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힘을 신뢰하는 바탕 위에서 시장구조의 자생적 변화를 촉진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혁신역량과 창의성을 고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산업 영역에 정부가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지원수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행된다. 이에 반하여 ICT 분야는 원래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자연독점 상황에 있다가 정부가 인위적으로 경쟁을 도입하는 시장 형성자이자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됨에 따라 경쟁적 시장으로 단계적으로 이행된 시장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그에 따라 ICT 분야에서의 정부의 진흥 기능은 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시장구조의 변화를 유도하고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그 목적으로 하면서, 정부가 지원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시장의 투입 요소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시장 참여자의 사업전략 수립과 시장 행동에도 영향을 주는 규제적 성격의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수행되어왔다.      

이처럼 ICT 정책에 관하여는 진흥과 규제가 동전의 양면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는 ICT 생태계의 특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ICT 생태계는 콘텐츠(content)-플랫폼(platform)-네트워크(network)-단말기(device)가 서로 결합하여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어 서비스를 생산·공급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ICT 생태계를 구성하는 특정 계층에 대한 규제는 다른 계층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전통적으로 규제가 집중되었던 네트워크 계층에 대한 지원은 규제를 개선하고 합리화하는 것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ICT 정책 전반에 걸쳐서 그것이 진흥 기능에 속한 것인지 규제 기능에 속한 것인지에 따라 미래부와 방통위 사이에 관장 사항을 구분하고 업무의 칸막이를 설치하는 것보다는 업무의 관련성을 서로 인정, 존중하는 바탕 위에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규제 기능에서의 협력이 필요

 

ICT 분야에서 진흥 기능과 규제 기능이 서로 연결된다는 점은 미래부와 방통위 간의 구체적인 업무 분장 내용에도 잘 나타나 있다. 외형적으로 진흥-규제 분리 모형을 취하였음에도 실제 규제 기능의 많은 부분은 미래부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규제의 형식으로 보면 사전규제는 미래부에, 사후규제는 방통위에 배분되어 있다. 그런데 사전규제와 사후규제는 ICT 분야의 동일한 사항에 관하여 서로 연결되어 양립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따라서 미래부와 방통위가 분담하고 있는 규제 기능을 각자 행사할 때 이는 규제기관 간의 경쟁(regulatory competition)의 모습을 띨 수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의 규제 권한 행사가 협의 없이 경쟁관계에서 이루어지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양 극단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나는 바닥을 향한 경쟁(race to the bottom)이고 다른 하나는 정상을 향한 경쟁(race to the top)이다.

바닥을 향한 경쟁은 규제기관들이 피규제자의 선택을 받기 위하여 규제 수준을 경쟁적으로 낮추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업자들이 느슨한 규제 틀을 이용하여 가장 덜 부담스런 규제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이동할 수 있다. ICT 분야의 규제는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기존에 있던 규제가 시장 개입의 정도를 완화하는 새로운 규제로 대체되거나 보완되기도 한다. 예컨대, 소매 단계의 직접적 가격규제가 도매 단계의 도매제공 규제로 바뀌거나 가격남용규제에 의하여 보완되는 것과 같다. 현재까지 ICT 분야의 규제는 계층별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계층별 상호의존성에 의하여 규제 개선 및 합리화 작업이 수반되지 않는 느슨한 규제 집행 또는 규제 철폐는 다른 계층의 기술 및 사업혁신 유인과 효율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정상을 향한 경쟁은 규제기관들이 다른 규제기관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채택하지 않았을 높은 기준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ICT 분야에서 이는 미래부가 이미 방통위의 사후규제가 작동하고 있는 영역에서 새로운 사전규제를 도입하거나 방통위가 이미 미래부의 사전규제를 통하여 사업자들의 행위의 전제가 제약을 받고 있는 영역에서 사후적인 성과기준을 적용하여 그에 개입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ICT 분야의 규제가 추구하는 최적의 결과는 ICT 분야에서의 공익, 즉 유효한 경쟁체제의 구축과 공정한 경쟁환경의 조성, 이용자 보호의 목적과 ICT 산업의 기술·사업혁신 유인 보호 및 효율성 증진을 통한 산업 발전 목적의 조화로운 실현이다. 그러나 이는 ICT 분야에서의 규제 기능을 분담하는 미래부와 방통위 간의 경쟁을 통하여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특히 규제 기능에 관하여 이 기능을 실제로 분담하는 미래부와 방통위의 협력이 요청된다.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을 위하여 나아갈 방향

 

협력적 ICT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서는 관계 기관 간의 협의와 소통 메커니즘 및 문화를 정립하고 이를 정책 형성 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기억해야 할 것은 미래부와 방통위는 규제가 지향하는 목적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전제로 하여 미래부와 방통위 간에는 진흥 기능과 규제 기능별로 상위의 목적 하에서 보다 구체적인 정책목표를 수립, 조정하고 실행 단계에서 각자의 역할에 부합하는 정책 추진 또는 규제 집행을 하는 협력 추진 상황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과 협의를 통해 조정과 협력을 강화하고 상황 변화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미래부는 진흥 기능에 보다 중점을 두는 기관이고 방통위는 규제 기능에 보다 중점을 두는 기관이라는 점이 잘 인식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미래부가 갖는 규제 기능은 방통위의 규제 기능과 달리 진흥을 위한 정책수단으로서 더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실제로는 미래부가 사전규제를 집행하는 등 많은 규제집행 권한을 갖고 있지만, 미래부의 규제집행은 상위 목적인 경쟁 및 이용자 보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목표인 기술 및 사업혁신 유인 보호와 효율성 증진에 있다는 점에서 방통위와 그 강조점을 달리하고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필요로 한다. 이에 대하여 방통위의 규제 기능은 상위의 목적인 경쟁 및 이용자 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므로 보다 일관되고 원칙에 따른 집행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차이점을 감안할 때, 진흥정책과 그 시행 영역에서는 미래부를 주된 추진 행위자로 하여 방통위와의 협력 메커니즘과 문화를 정립하고, 규제의 도입·개선과 그 집행 영역에서는 방통위를 주된 추진 행위자로 하여 미래부와의 협력 메커니즘과 문화를 정립해나가는 것이 두 유관기관 간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협력 경험과 학습을 바탕으로 ICT 관련 정책 기능 중 미래부와 방통위 사이에 중복되는 정책 기능 가운데 진흥 기능과 규제 기능을 각각의 축으로 하여 관련되는 기능을 수평적으로 통합하고, 중복되지는 않지만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임무는 수직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 필요가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2013 4월 양 기관 간 정책 협력을 위한 서(MOU) 체결한 바 있다. 현재의 MOU는 포괄적인 정책 협의를 위한 고위급 간담회와 정책협의회를 구성하고 현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분야별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조직 구성에 관한 합의 사항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 협의의 대상이나 목적을 규정하지 않고 조직 설치의 근거만 둘 경우 실질적인 정책 협의와 업무 협력이 일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포괄적인 정책 협의의 대상과 절차, 중복되는 업무에 대한 분장 기준을 추가로 합의하거나 세부 이행협약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MOU의 내용을 보완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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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로엔 인수와 온라인 음악서비스 시장-데자뷰(déjà vu)?

2016-05-19 14:32:11 0 comments
홍대식 (서강대학교 교수)


카카오의 로엔 인수

방송통신시장을 뒤흔든 SK텔레콤(‘SKT’)의 CJ헬로비전(‘CJHV’) 인수 소식이 던진 충격의 여운이 남아 있던 2016년 1월. 또 하나의 대규모 기업결합 소식이 언론의 지면을 장식했다. 카카오의 로엔엔터테인먼트(‘로엔’) 인수 소식이다. 인수 가액은 무려 1조 8,700억 원이다. SKT의 CJHV 인수 가액인 1조 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로엔은 온라인에서 MelOn이라는 브랜드로 음원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회사이다. 그에 반하여 CJHV는 국내 1위인 케이블TV 서비스 회사로서, 초고속인터넷서비스와 인터넷전화, 알뜰폰(MVNO) 서비스도 제공한다.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소비자가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하여 부여하는 경험치에 비추어 보면 두 회사의 가치가 왜 그렇게 차이가 있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SKT의 CJHV 인수에 대하여는 연일 그 타당성에 대하여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카카오의 로엔 인수는 조용히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도 별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왜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로엔을 인수했을까? 필자는 사업자가 어떤 구상과 전략을 갖고 사업을 벌이고 또 다른 사업체를 인수하는지에 대하여 분석할 만한 전문성은 갖고 있지 않다. 경쟁법과 규제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카카오가 로엔을 인수함으로써 관련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그로 인한 법적인 시사점이 무엇일지 궁금해 할 뿐이다. 사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사사건건 법적 잣대를 들이대려는 사람이 별로 달갑지 않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반드시 문제를 찾으려고 하는 것만은 아니니 너무 걱정 마시길. 이미 우리나라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사업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많이 갖고 있으니 그 수단이 적정하게 사용되도록 하려면 필자 같은 사람이 갖고 있는 전문성도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로엔, SKT, 그리고 MelOn 서비스

카카오의 로엔 인수는 개인적으로 오래 전에 다루었던 사건을 떠올려준다. 로엔은 원래 서울음반이라는 음반제작회사였는데, 2005년 SKT에 인수된 후 MelOn 서비스를 개시하여 온라인 음악서비스 회사로 변신하였다. 그 후인 2008년에 로엔이라는 SK그룹 계열회사로 분리되었다가 2013년 스타인베스트홀딩스로 최대주주가 변경되었고, 다시 2016년 카카오로 최대주주가 변경되었다(이 회사의 연혁은 여기).

SKT가 로엔을 인수한 후 개시한 MelOn 서비스는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급기야 공정위의 조사와 제재를 받기에 이르렀다. MelOn 서비스가 개시되기 전의 국내 온라인 음악서비스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였다. 이 시장은 2000년대 초반 PC에서 유선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거나 P2P 파일 공유 서비스를 통해 MP3 포맷의 음원콘텐츠를 내려받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몇몇 회사들에 의하여 형성되었다. 소리바다가 원조였고, 변천을 거쳐 지금도 유력한 회사로 남아 있는 회사로는 벅스뮤직이 있다. 당시 이들의 사업모델은 무료로 음악을 듣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MP3 파일을 내려받기하기 위하여 이용자가 웹사이트에 더 많이 더 자주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이들을 겨냥한 광고주를 모집하여 광고 수익을 얻는 방식이었다. 광고를 수익원으로 하는 전형적인 양면 플랫폼 사업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상품이 저작권의 대상인데, 저작권 이용관계를 명확히 하지 못한 점이다. 한국판 냅스터(Napster)라고 할 수 있는 소리바다의 역사가 저작권침해소송의 역사인 게 그 문제를 잘 보여준다(이 회사의 연혁은 여기).  

온라인 음악서비스 시장과 MP3폰의 출현

온라인 음악서비스 시장의 극적인 변화는 단말기의 기술적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비자가 MP3 파일을 PC에서 유선인터넷으로 내려받기하여 MP3 플레이어로 듣는 시대에서 이동전화 단말기로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004년 MP3 플레이어 기능을 내장한 이동전화 단말기인 MP3폰의 출현이 이를 가능하게 하였다. 첫 주자는 LG전자였다(아, 옛날이여!). LG전자는 MP3폰을 출시하면서 계열회사인 LG텔레콤에 이를 공급하였다가 음악저작권단체들과 음악산업 종사자들로부터 맹공을 당하는 역풍을 만났다. 유선 인터넷을 통한 MP3 파일의 범람이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서 온 국민의 필수품인 이동전화 단말기를 통해 저작권 보호장치가 취약한 MP3 파일이 아무런 제한 없이 이용될 수 있게 될 상황에 이르자, 양쪽의 사업상의 이해관계가 정면충돌한 것이다(그 무렵 분쟁이 통신위원회 제소로까지 번지면서 법무법인에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던 내게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지금의 저작권위원회)에서 저작권문화라는 잡지에 관련된 글을 하나 써달라는 요청이 있어 써준 적이 있다. 워낙 오래 전 글이라서 그런지 온라인에서 제공이 안 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래도 그때 쓴 글을 파일로나마 보관하고 있어 이 글에 참조가 되었다). 

공정위에서 크게 다루었던 SKT의 MelOn 서비스 사건은 이런 배경 하에서 탄생했다. SKT는 LG텔레콤과 달리 음악저작권단체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는 사업모델을 택했다. MP3폰에서 음원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게 하되, 기술적 포맷으로 DRM이 걸린 MP3 파일만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Digital Rights Management의 약자인 DRM은 디지털콘텐츠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음원콘텐츠를 서비스하게 되면 저작권 침해를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 현황을 관리하여 저작권자에게 라이선스 대가를 지급하는 시스템도 더 잘 구축할 수 있게 된다. SKT는 MelOn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자체 개발한 DRM을 서비스되는 음악 파일과 MP3폰에 적용하였다. SKT 이동통신 서비스의 가입자는 역시 SKT가 제공하는 MelOn 서비스에 가입한 후 PC에서 유선 인터넷으로 내려받기한 DRM 음악 파일을 MP3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초보적이지만 무선 인터넷을 통한 내려받기도 가능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애플(Apple)의 iTunes 서비스도 이런 방식을 택했다. 

이동통신 서비스 1위 사업자인 SKT의 사업 진출과 저항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SKT가 온라인 음악서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자 시장은 격동하기 시작하였다. 2005년 9월에 맥스MP3라는 이름으로 음악서비스를 제공하던 AD2000엔터테인먼트(신고 당시 MelOn 서비스 다음으로 시장점유율 2위였던 이 회사는 그 후 고전하다가 2006년 9월 CJ미디어에 인수되었다)가 SKT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제소하고, 다른 음악서비스 회사들도 얼마 후 그 뒤를 따랐다. 이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이용자가 자신들의 웹사이트에서 구매한 MP3 파일을 SKT의 MP3폰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용자가 SKT의 DRM이 걸린 MP3 파일이 아닌 다른 MP3 파일(Non-DRM MP3 파일 포함)을 SKT의 MP3폰에서 이용하려면 MelOn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컨버팅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용자가 온라인 음악서비스를 멀티호밍하지 않을 바에야 시간이 갈수록 MelOn 서비스에 이용자를 뺏길지 모른다는 불안을 느낀 기존 사업자들은 초간편 CD 굽기 서비스와 같은 대체수단을 제공하여 이용자가 느끼는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역부족이었다. 때마침 프랑스에서도 토종 음악서비스 사업자인 버진 메가(Virgin Mega)와 미국의 글로벌 사업자인 애플 간의 분쟁이 한창이어서 SKT와 경쟁사업자 간의 논쟁에 불을 지폈다. 프랑스에서는 심지어 DRM 호환성을 강제하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기까지 하여 애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프랑스 사건과 관련된 외국 전문가의 기사 번역본은 여기, 원문은 여기). 

필자는 사건 당시 SKT의 법률대리인으로서 이 사건에 관여하였다. 당사자나 다름없는 지위였던 만큼 이 사건을 보는 시각이 객관적이지 않을 수는 있다. 다만 이 사건을 처음부터 지켜본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이렇다. 이 사건에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모델이 경쟁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문제가 되는 다른 많은 사건에서 논의될 수 있는 여러 쟁점이 숨어 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끼워팔기나 결합판매, 특허기술에 대한 접근거절과 같이 공정거래법 분야에서 눈여겨보는 행위 유형들이나 필수설비이론, 네트워크 효과와 쏠림 현상, 시장지배력전이이론, 정당화 사유로서의 기술적 혁신과 같이 판단의 기초가 되는 이론들이 다양하게 논의되었다. SKT가 두 번의 심의를 거쳐(1차로 불공정거래행위인 끼워팔기 행위로 심의를 받고, 2차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인 불이익강제행위와 소비자이익의 현저한 저해행위로 심의를 받았다) 공정위로부터 시정조치와 과징금처분을 받고,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승소하였다. 그 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정거래법 분야의 법리적 현안에 대하여 대법원이 일정한 해답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011년 10월 대법원은 포스코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이 판결은 대법원 영문 홈페이지에서 검색어로 사건번호인 8626을 입력하면 영어로 된 전문을 찾을 수 있다)에서 제시한 원론적인 법리를 재확인한 후, 원심의 판단을 인용하면서 그 판단이 맞다 는 식의 판결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말았다(이 사건 대법원 판결을 보려면 법원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판례속보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종합법률정보 서비스에서 검색해서 찾으면 된다). 당시 대법원이 쇄도하는 사건들로 몸살을 앓던 시기라 이른바 미제 사건 처리로 여념이 없던 때라는 걸 이해하더라도 공정거래법 연구자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나중에 이때 논의되었던 쟁점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데자뷰?

이 사건은 여러 면에서 요즘의 상황과 비교하여 데자뷰를 느끼게 해준다.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단말기)로 이어지는 ICT 생태계에서 어느 한 계층의 1위 사업자가 그 계층에서 일어나는 신사업이나 다른 계층의 사업에 진출할 경우의 경쟁사업자의 저항, 경쟁사업자와는 다른 입장에 있는 거래상대방 사업자나 소비자의 엇갈린 이해의 문제는 그 문제가 제기되는 사업과 시장의 현황에 따라 모양을 조금씩 달리하면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이다. 이 과정에서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자와 그렇지 못한 사업자, 규모가 큰 사업자와 중소 규모의 사업자, 서로 다른 계층에서 제휴관계에 있으면서 각자의 이해를 놓고 견제와 긴장을 놓지 않는 사업자들 사이에 변덕 많은 소비자를 잡기 위한 끊임없는 경쟁과 협력이 벌어지고 있다. 경쟁은 필연적으로 성공과 실패를 낳고 협력은 깨어지거나 배반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걸 그대로 수용할 수 없거나 용납하기 어려운 장면도 있다. 그 장면은 공정위나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미래창조과학부와 같은 관련 법률 집행 또는 정책당국이 개입 여부를 저울질하게 되는 장면이다. 또한 필자가 경쟁법학자로서 현미경과 확대경을 번갈아 쥐고 들여다보고 싶은 장면이기도 하다. 

사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이야기와 우리 삶에 주는 시사점은 언제나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하지만, 왜 이런 상황에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지 그 이유나 근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일반인에게 유용한 정보나 지식이 제공되지 않는 것 같다. 학자나 전문가들은 그들만의 리그가 있기는 하지만. 이 글로 문을 여는 ICT 법경제연구소의 블로그가 (많지는 않겠지만 의미 있는 숫자임이 틀림없는) 독자들에게 그런 갈증을 해소하는 통로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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