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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플랫폼 경쟁촉진법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2024-02-26 20:21:11 0 comments


공정위의 플랫폼 경쟁촉진법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홍대식 교수(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이 글은 2024년 2월 26일 [아시아 투데이]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러가기]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대 독과점 플랫폼을 특별히 규제하기 위한 가칭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처음으로 밝힌 것이 작년 12월 19일이었다. 그러던 공정위가 간부와 기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법 제정 추진을 재검토하겠다고 한 것이 올해 2월 7일이었는데, 불과 50일 동안 공정위 관련 기사는 이 법안에 대한 추측성 보도, 전망과 비판, 그리고 이에 대한 공정위의 반박과 해명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공정위가 당초에 공언한 세부내용 발표가 기한 없이 연기된 만큼 법의 내용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 역시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다고 공정위의 법안 추진이 무산된 것은 아니다. 올해 2월 8일자로 발표된 공정위의 2024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는 디지털 경제 민생안정·혁신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이 법의 제정은 핵심 추진과제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핵심적인 내용으로 제시되었던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사전지정제를 포함하여 다양한 대안을 학계, 전문가 등과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법학자인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일반경쟁법인 공정거래법 집행을 담당하는 공정위가 왜 공정거래법을 두고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 특화된 새로운 법 제정에 이렇게 열중하는가 하는 점이다. 플랫폼 경쟁촉진법은 공정위가 이전에 제정해본 적이 없는 형태의 법이다. 경쟁법의 특별법 성격을 가질 수 있어 그 자체도 전혀 새로운 시도이지만, 구체적인 입법 내용에 따라서는 이 법이 경쟁법으로서 특별함을 넘어 공정위의 전통적인 업무 범위를 넘는 전문분야 경제규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필자가 갖는 우려의 핵심이다. 공정거래법과 같은 목적을 추구하면서 단지 집행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과연 플랫폼이라는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공정위가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법 집행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경쟁당국으로서 마땅히 할 일이다. 그러나 해외 사례에 비추어볼 때, 디지털 시장의 문제에 대처하는 임무는 어느 한 부처에 전적으로 속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 간 협의와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할 임무이다. 특히, 공정위가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 제시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사전지정제는 분명히 경쟁법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경쟁당국인 공정위가, 경쟁법 집행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 대한 경제규제도 담당하는 것이 과연 문제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경쟁법 집행과 경제규제는 개념적으로 구별되지만, 경쟁법 모델 중에는 규제적인 특징을 갖는 규제적 경쟁법 모델도 등장하고 있고, 경쟁당국이 규제 수단을 갖는 국가도 존재한다. 만일, 공정위가 사전규제 방식의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제정하는 것이 플랫폼 분야에 관한 한 공정위의 위상을 경쟁법 집행과 경제규제의 하이브리드 기관으로 격상시키는 정책적 결단의 일환이라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추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공정위가 집행하는 경쟁법인 공정거래법 외에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규제 근거를 규정한 통신 분야 경제규제인 전기통신사업법이 공존하면서, 규제 산업인 통신 분야에 관해서는 경쟁법 집행과 경제규제의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현재의 규제 거버넌스 아래에서는 공정위가 경제규제 수단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기본적으로 경쟁법 집행을 본분으로 하는 정부 부처이므로, 경쟁법 집행을 넘는 경제규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보다 시장의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존재하는 경제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본분에 부합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 분야에서는 경쟁법 집행과 경제규제 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으므로,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을 통해 경쟁법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포부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충분한 설명과 전문가, 시장참여자, 관련 부처의 구조적인 대화를 통한 이론적·정책적 기반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이는 그저 경쟁법의 종말로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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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생태계에서의 플랫폼 중립성 확보를 위한 경쟁규제 방안

2020-03-23 22:32:28 0 comments

모바일 생태계에서의 플랫폼 중립성 확보를 위한 경쟁규제 방안
(Competition Regulation Method for Securing Platform Neutrality in the Mobile Ecosystem)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ICT 법경제연구소 소장 홍대식


한국방송학회 『방송통신연구』 2012년 겨울호, 2013.01, 9-37면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1. 문제의 제기

  모바일 생태계(mobile ecosystem)는 모바일 산업의 가치사슬에서 다른 단계에 속하는 기업들이 상호보완적인 공생관계를 통해 효율적 생산과 혁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분산형 생산 및 혁신 시스템을 의미한다. 컨버전스 환경에서는 플랫폼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대표적인 산업 구성방식이 되고 있다(김도훈, 2010). 모바일 생태계 역시 컨버전스 환경에서의 다른 산업 생태계 논의에서와 마찬가지로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여 그 가치가 창출되고 있으므로 플랫폼을 필수적인 구성요소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플랫폼(platform)이라는 용어는 여러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특히 IT 산업에서는 통신 분야보다는 방송 또는 인터넷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던 용어다. 통신 분야에서는 전송 계층 내에서도 물리적 망을 보유하고 이를 이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통신 사업자가 논의의 중심이 되다 보니 독립적인 플랫폼 사업자가 출현하지 못하여 플랫폼에 대한 사실적 이해와 제도적 관심이 부족하였다. 그런데 인터넷 분야에서 통신 분야, 나아가 방송 분야로 침투하는 방식인 모바일 데이터 사업에서는 기존의 통신 분야와 다르게 네트워크 보유자와 독립적인 플랫폼 사업자가 출현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모바일 산업에서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 모형을 정립하기 위한 핵심적인 개념으로서 모바일 생태계가 논의되고 있다.

  콘텐츠(contents)-플랫폼(platform)-네트워크(network)-단말기(device) 계층으로 수직적으로 연결되던 모바일 산업의 가치사슬 구조는 제품과 서비스의 ‘모듈화(modularity)’에 의하여 계층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생태계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서 모듈화란 미리 정해진 인터페이스를 통하여 서로를 연결하는 모듈 단위로서의 시스템 설계를 말한다(Ballon & Van Heesvelde, 2011). 모듈화에 의하여 계층을 전제로 한 위계적인 조정의 필요성은 감소되었지만, 이를 대신하여 모듈간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의 정보와 가치 흐름에 대한 정보통제자(gatekeeper)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생태계 구조에서는 플랫폼 간의 경쟁이 새로운 경쟁의 양상이 되었고, 플랫폼 보유자가 그 경쟁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는 경쟁력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여 시장에서 표준적인 지위에 이르러야 한다.

  IT 산업에서의 플랫폼은 기술적으로 또는 경제적으로 정의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플랫폼이 운영체제, 미들웨어, 핵심 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계층적 형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이영주·송진, 2011). 경제적으로는 플랫폼이 서로 다른 복수의 이용자 집단이 거래나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제공된 물리적, 가상적 또는 제도적 환경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이상규, 2010), 이러한 경제학적 정의는 특히 양면시장(two-sided market)1)의 성격을 갖는 시장에서 중개기관의 역할을 하는 경제주체의 중개수단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는 플랫폼의 개념을, 그 구성요소가 무엇인가를 기술적 또는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에 대하여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플랫폼 중립성 확보라는 제도화와 관련된 연구주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전제가 되는 플랫폼의 개념을 규범적으로 의미 있는 요소로 재구성하고 다른 유사한 개념과 구별하게 하는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기술과 사업전략의 영역에서는 개념 정의가 논의의 공통 기반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규범의 영역에서는 규범이 적용되는 범위와 한계가 분명히 설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승재(2011)는 플랫폼을 규범적으로 관련 시장에서 다음 단계의 재화 및 용역의 공급을 위하여 공통적인 기반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형 또는 무형의 설비 등으로 정의하는 시도를 하였다. 이는 플랫폼의 경제적 정의를 규범적으로 충실하게 재해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정의에는 플랫폼이 중립성을 가져야 한다는 규범적 요구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플랫폼 중에는 정보통제자의 역할을 하지 않는 중립 플랫폼도 존재하고 이러한 플랫폼에는 중립성 요구와 관련된 특별한 경쟁 이슈가 제기되지 않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규범적으로 정의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개념을 그 구성요소가 무엇인가 하는 관점에서만 접근하지 않고 플랫폼이 모바일 생태계에서 갖는 영향력의 원천이 무엇인가 하는 관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립성이라는 규범적 요구는 플랫폼 제공자와 플랫폼의 매개로 형성되는 네트워크(platform-mediated network)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 간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플랫폼의 규범적인 정의는 플랫폼을 구성하기 위한 기반이 되는 요소에 더하여 플랫폼 보유자가 플랫폼 매개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고 네트워크 참여자들을 조정하기 위해 규칙과 절차
를 마련하고 실행하는 규율의 요소를 포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즉 플랫폼의 규범적 정의는 플랫폼을 구성요소와 규칙 제정의 합집합으로 보는 정의(플랫폼전문가그룹, 2012)에서 출발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규범의 영역에서는 플랫폼 보유자가 가치 창출을 위하여 사용하는 다양한 비가격 수단으로 인하여 사적인 규제자(private regulator)로 자리 잡는 것(Boudreau & Hagiu, 2009)이 경쟁규제의 필요성을 야기하는 것이 아닌지가 주된 관심사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의 경우 IT 산업에서 논의되던 다른 플랫폼과 비교할 때 단말기의 진화에 따라 플랫폼의 성격 역시 진화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피처폰 단계까지는 운영체제(OS)와 미들웨어(middleware) 소프트웨어가 구별되어 PC용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플랫폼=OS’의 성격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운영체제를 보유하지 않는 플랫폼을 상정하기 어려웠다. 그에 반하여 스마트폰에 이르러서는 개방된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라는 OS의 새로운 구성요소로 인하여 애플이나 구글과 같이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아마존과 같이 운영체제와 독립하여 어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비운영체제 (non-OS) 플랫폼이 등장하여 플랫폼으로 인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범주가 확대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플랫폼 중립성 논의의 기초가 되는 모바일 플랫폼을 제도 내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모바일 플랫폼의 개념요소와 적용범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한 보다 정밀한 규범적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모바일 플랫폼을 규범적으로 의미 있는 개념요소로 구성하여 그 적용범위를 분명히 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이러한 플랫폼을 보유한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나 이용자의 시장 접근성과 경쟁제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규범적 관심이 대두된다. 이것이 이른바 플랫폼 중립성(Platform Neutrality) 논의다. 플랫폼 중립성 개념은 기본적으로 플랫폼의 기능 확대에 따라 인터넷 접속 서비스 사업자와 인터넷 기반 서비스 사업자 간의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에 대한 논의 차원이 플랫폼 계층으로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간 규제 형평과 경쟁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한 이론적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이 연구는 이러한 배경 하에서 모바일 생태계에서의 플랫폼 중립성 확보를 위한 경쟁규제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연구문제로 한다. 이 연구문제는 선행 작업으로서 플랫폼 및 플랫폼 중립성의 내용 및 성격 분석,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플랫폼 중립성 확보의 필요성 여부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론적, 실증적 검토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 연구는 제도화 방안에 초점을 둔 규범적 연구라는 속성상 플랫폼 중립성 확보를 위한 경쟁규제의 필요성이 있다는 전제 하에 관련된 논의에 대한 소개는 최소화한다는 점을 일러둔다. 따라서 이 연구의 논의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먼저 플랫폼 중립성 확보를 위한 경쟁규제 방안 모색에 필요한 범위에서 그와 관련된 기초적 논의를 살펴보고(2), 경쟁규제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플랫폼 중립성 확보를 위한 경쟁규제의 준거 틀로서 기존에 규제가 적용되었던 시장과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서비스 시장을 비교하고 후자에 특유한 요소를 검토한다(3). 이어서 플랫폼 중립성 확보 필요성 논의의 실제적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국내에서 제기된 현안을 소개하고(4), 플랫폼 중립성 확보를 위한 경쟁규제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착안점과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한 후(5), 글을 맺는다(6).


한국방송학회 『방송통신연구』 2012년 겨울호, 2013.01, 9-37면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이하의 글 내용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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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에 대한 경쟁법의 적용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2020-03-23 22:06:42 0 comments

플랫폼 경제에 대한 경쟁법의 적용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The Application of the Competition Law to Platform Economy)
-Focused on Online Platform-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ICT 법경제연구소 소장 홍대식


한국법경제학회 『법경제학연구』제13권 제1호 2016년 4월, 89-118면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Ⅰ. 서론

  이른바 플랫폼 경제에 대한 이론적, 실증적 관심은 201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Tirole과 Rochet의 선도적인 공동연구로부터 비롯되어 경제학 분야에 많은 후속 연구를 유발하였다. 플랫폼 경제는 양면시장(two-sided markets)과 그 요소로서의 양면플랫폼(two-sided platform) 또는 다면플랫폼(multi-sided platform)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업을 연구의 대상으로 한다. 후속 연구는 양면시장의 개념과 특성을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업이 양면시장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을 규명하여 그 사업들의 경제학적 모형을 제시하는 이론적, 실증적 연구가 주류를 이룬다. 이와 같은 연구의 발전에 따라 양면시장을 이해하는 방식은, 초기에 양면시장의 요소인 중요한 교차 그룹(cross-group)의 존재와 플랫폼에 참여하는 둘 또는 그 이상의 고객 그룹 사이의 간접적 네트워크효과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에서, 플랫폼이 설정한 가격구조가 비중립적인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그리고 플랫폼이 둘 또는 그 이상의 구별되는 측면 사이의 직접적 상호작용(direct interaction)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과 각 측면이 플랫폼과 제휴되어(affiliated)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경제학적 연구는 사업이 경쟁 및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는 경쟁법과 경쟁정책의 영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플랫폼 경제에 대한 경제학적연구가 경쟁정책의 영역에 주는 시사점에 착안한 초기 연구인 Evans의 연구 Wright의 연구는 전통적인 경쟁정책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플랫폼 경제에서 제기될 수 있는 쟁점을 정리하고 이에 대하여 플랫폼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플랫폼 경제가 경쟁정책의 영역에 주는 시사점은 2006년 7월 프랑스 툴루즈 대학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의 주제이기도 하였다.

  양면시장 또는 다면플랫폼에 관한 경제학적 연구는 단면시장(one-sided market)을 전제로하는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에 복잡성을 더하였다.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은 하나의 고객 그룹을 대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의 수평적, 수직적 구조를 전제로 하여 가격, 수량 기타 거래조건과 같은 경쟁요소의 변화에 따른 수요자의 반응, 또한 그러한 수요의 변화에 따른 공급자의 반응을 중심으로 한 분석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에 대하여 양면시장형 사업에서의 반독점 분석은 플랫폼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둘 이상의 고객 그룹의 반응, 둘 이상의 고객 그룹에 대한 공급자의 반응, 그리고 다른 고객 그룹의 행동 변화에 대한 어느 고객 그룹의 반응까지도 분석 대상에 포함하여야 하는 다차원성을 갖는다. 이러한 다차원성으로 인하여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의 각 단계, 즉 관련 시장 획정 단계에서부터 시장 진입과 효율성 판단 단계에까지 모든 단계에서 분석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양면시장형 사업 또는 플랫폼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여 플랫폼 경제에서 일어나는 사업에 대한 경쟁법 집행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위법판정의 오류에 주의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경청할 만하다. 그렇다고 하여 그에 대한 경쟁법 집행을 자제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반드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은 과거에도 그 분석이 원래 상정하였던 것과 다른 거래 상황이 새롭게 대두될 때마다 도전을 받아 왔지만, 그때마다 그 틀을 확장하거나 수정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플랫폼 경제에서 발생하는 상황에도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가정해 볼 수 있다. 따라서 플랫폼 경제에서의 쟁점에 대응하기 위한 경쟁법의 연구과제는 누적된 연구 성과를 토대로 하여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을 플랫폼 경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적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의 변형이 필요한지 여부와 그 정도, 적용할 경우 분석 틀의 구체적인 내용, 방법론 또는 기법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그리고 그에 따른 규범적 분석 틀 적용방식의 대안을 모색해 보는 일이 될 수 있다.

  이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우리나라의 경쟁법인「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공정거래법’)의 적용 법리와 집행체계를 전제로 하여 이를 플랫폼 경제에서 발생하는 경쟁법적 문제에 적용하기 위한 이론적 전제와 방법론을 탐구하는 한편, 이를 토대로 플랫폼 사업이 이루어지는 시장에서 공정거래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하여 플랫폼 경제의 특성을 고려한 공정거래법 집행기준을 모색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플랫폼 경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개될 수 있으나, 이 글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경제에 국한하여 논의를 전개한다.


한국법경제학회 『법경제학연구』제13권 제1호 2016년 4월, 89-118면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이하의 글 내용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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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공정거래 정책 및 법 집행 이슈에 대한 제언: 플랫폼 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개선

2020-03-23 21:42:28 0 comments


2020년 공정거래 정책 및 법 집행 이슈에 대한 제언:

플랫폼 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개선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홍대식

 

 . 들어가면서

 

  20191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타다서비스를 비롯한 차량 공유경제(sharing economy) 플랫폼 서비스의 금지 또는 제도화와 관련된 3건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원입법안의 대안을 마련하여 가결하였다. 이 법안에는 플랫폼 기반의 교통 서비스를 제도화하는 한편, 현행법의 예외 규정들을 활용한 사업 추진을 제한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라 한다)의 업무와는 관계없는 것으로 보이는 이 법안과 관련하여 공정위의 이름이 언론에 자주 거론되는 일이 생겼다. 공정위가 법안 심의 하루 전인 2019125일 국회에 이 법안의 내용에 반대하는 취지의 검토 의견을 제출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탓이다. 공정위의 의견은 법안이 특정한 형태의 운수사업을 법령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거나, 플랫폼 기반 교통 서비스의 제도화 방안으로 채택한 여객자동차운송플랫폼사업의 진입 요건이나 절차, 행위 규제 내용이 경쟁 촉진 및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였다. 공정위의 이런 의견은 신설·강화 규제의 경쟁 영향을 평가하여 그 의견을 제시하는 공정위의 권한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국회의 법안 심의 과정에서 공정위의 의견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의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강조되는 등 하나의 해프닝으로 서둘러 덮이는 모습이었다.(*1)

 

  이 사건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의 202012일자 신년사의 한 대목과도 겹쳐진다. 조성욱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2020공정위의 정책 방향은 포용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기조 하에서 경쟁 촉진과 규제 개선을 통해 혁신동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하면서, 중점을 두어 업무를 추진할 4가지 과제를 제시하였다. 그 중 두 번째로 거론한 것이 혁신적 경제 활동을 저해하는 반칙 행위에 대한 제재와 함께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 등 구조적 접근을 통해 혁신이 이루어지는 시장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을 위한 법령이나 행정적 관행에 대한 의견 제시와 시장 구조 조사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공정위의 경쟁주창(competition advocacy) 활동은 공정위가 계속적으로 해오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로, 이를 업무 추진 과제로 제시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새로울 게 없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기반 사업 모델에 대한 규제 방향과 관련하여 정부 각 부처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고유의 경쟁주창 활동을 통하여 제 목소리를 내겠다고 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다. 공교롭게도 온라인 플랫폼 기반 사업 모델 중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차량 공유경제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공정위의 의견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첫 번째 사안이 된 것이 오해의 소지는 있지만, 어떤 일이든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필자는 공정위가 시대 상황에 맞게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것에 지지를 보낸다. 다만, 어떤 정책이든지 정책 방향을 선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올바르게 실행하려면 정책의 원칙, 정책 형성을 위한 분석 틀 정립, 분석을 위한 실행 방안 마련,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 경험의 축적과 피드백(feedback)이 필요하다. 이 글은 특히, 플랫폼 산업 발전이라는 맥락에서 공정위의 규제 개선 추진 노력이 어떤 원칙과 전략에 따라 실행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하여, 경쟁법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원론적일 수는 있지만 미력한 제언을 하기 위하여 쓰는 것이다.

 

.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과 플랫폼 산업과의 관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3개의 축으로 하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에는 3개의 축이 선순환하는 모델을 그리면서 이 중에 수요 측면의 소득주도성장에 보다 초점이 맞춰졌었다면, 정부 출범 후 2년이 지나면서 이 중 공정경제는 다른 2개의 축을 떠받치는 기반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소득주도성장 못지않게 공급 측면의 혁신성장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혁신성장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 방안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 혁신성장 추진 방향에 대한 논의는 201711월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시작되었다. 정부는 201712‘2018년 경제 정책 방향을 통하여 8대 핵심 선도사업에 R&D·자금 지원 등 정부 정책 역량을 집중하여 추진하기로 하였다.(*2) 정부는 또한, 20188월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혁신성장을 가속화하고 경제 체질과 생태계를 혁신하기 위하여 플랫폼 경제구현을 위한 투자 방향을 제시하였다.(*3) 여기서 정부가 말하는 플랫폼 경제는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등 여러 산업에 걸쳐 꼭 필요한 인프라, 기술, 생태계를 의미하는데, 정부는 융·복합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진입에 따라 플랫폼 경제의 중요성이 확대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데이터경제, 인공지능, 수소경제를 플랫폼 경제 구현을 위한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선정하였다. 그 후의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의 추진은 8대 핵심 선도사업과 3대 전략투자 분야의 목록을 상황에 맞게 변경, 조정하면서(*4) 그 일정과 내용을 구체화하고 제도화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부가 플랫폼 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발전을 위하여 이용 가능한 정부의 자원을 동원하여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정책의 내용을 아무리 곰곰이 살펴보아도, 정부가 플랫폼 경제의 특성과 중요한 플레이어(player)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정책을 형성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정부는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을 플랫폼과 구별 없이 사용하고 있다. 이것들은 플랫폼 경제가 역동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투입 요소 또는 기반 시설은 될 수 있으나, 여기에는 플랫폼 경제가 작동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중추적인 플레이어가 빠져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다.


  플랫폼 경제는 직접 또는 간접의 긍정적인 네트워크 효과(direct or indirect positive network effects)를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 긍정적인 네트워크 효과는 수요 측면의 규모의 경제(demand-sided economies of scale)의 근원이 된다. 이는 산업화 시대의 대기업이 기반으로 한 공급 측면의 규모의 경제(supply-sided economies of scale)와는 크게 다른 점이다.(*5) 이러한 수요 측면의 관심을 끌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기술과 사업의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은 플랫폼 기반의 양면형 사업 모델(two-sided business model)을 장착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다. 이들은 선도적인 시장 개척과 사업 확장을 통하여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을 둔 경쟁상 우위를 톡톡히 누리고 있으며, 빅데이터 수집 및 이용과 인공지능기술의 적용을 통한 서비스 도입 및 개선과 시장 접근성 확보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우리의 시장 현실에서 이러한 사업자로는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사업자도 있고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사업자도 있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혁신성장 전략의 어디에도 이런 사업자와 관련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이 정부의 대표적인 진흥 정책인 혁신성장 정책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자리는 없는 것일까?

 

.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시도와 공정위의 역할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등장하는 무대는 행정부가 아니라 입법부이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수도 없이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한 각종 입법안이 발의되었다. 규제라는 관점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기본적인 지위는 진입 규제, 행위 규제, 특수한 분야에서의 규제로 나누어볼 수 있다.(*6)


  먼저 진입 규제의 측면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신고 대상인 부가통신사업자이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전기통신사업자의 하나인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는 것은 전기통신사업법이 전기통신의 범위를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전송(·수신)이라는 기능을 중심으로 하여 넓게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전기통신사업법2조 제1). 이런 개념 방식에 의하면, 인터넷을 통하여 서비스나 콘텐트를 수집하거나 전달하는 기반(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는 모두 전기통신사업자가 된다. 이는 미국에서 연방통신법에 통신 서비스와 구별되는 유형으로 정보 서비스(information service)를 규정하고, 유럽연합에서는 정보사회 서비스(information society service)를 우리나라의 방송통신 서비스에 상응하는 전자커뮤니케이션 서비스(electronic communications service, ECS)로 분류하여 방송통신 규제 체계 밖에 두고 있는 것과 구별된다. 현재의 우리나라 통신 규제 체계에서 부가통신사업자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규제는 금지 행위 규제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전기통신사업법체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은 기간통신사업자와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규제 형평성이 주장되는 근원이 되고 있다.


  다음으로, 행위 규제라는 관점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2조 제3호에 정한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 포함된다.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전기통신사업자뿐만 아니라, 정보 제공자와 정보 제공 매개자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정보 제공자는 흔히 말하는 콘텐트 제공자(content provider)’를 말하고, 정보 제공 매개자로는 중고나라 운영자와 같은 전자게시판 서비스 제공자가 있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타인의 권리 침해 정보 규제, 불법정보의 유통 금지, 정보통신망의 안전성 확보,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 규제 등 각종 비경제적·사회적 규제를 부과하고 있다.


  끝으로, 특수한 분야에서의 규제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중 특수한 영역에 있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를 말한다. 이러한 규제를 받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정한 인터넷뉴스 서비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정한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이버몰의 운영자가 있다. 최근에는 특히, 공유경제 플랫폼과 같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O2O 서비스의 출현으로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와의 갈등이 커지면서,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에 편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예컨대, 온라인 중고자동차 경매 중개 서비스가 등장하자 기존 오프라인 중고자동차 매매 사업자와의 갈등 해소라는 명목으로, 2017자동차관리법65조의2에 등록 대상인 온라인 자동차 매매정보 제공자라는 사업자 유형을 신설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입법은 레몬시장(lemon market)’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중고자동차 매매시장에서 획기적인 서비스로 인기를 끌게 된 '헤이딜러' 앱을 운영하는 피알앤디컴퍼니 등 스타트업(start-up)의 약진을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있었다. 그로 인하여 새로운 시장을 연 스타트업이 불리해지고, 자본력을 갖춘 업체들이 진입하여 영업을 할 수 있게 된 결과가 되지는 않았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7)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시도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우선 온라인 플랫폼 일반에 대한 규제 근거를 갖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그리고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대해서는 20대 국회에 들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겨냥하여 구체적인 규제를 신설하려는 입법안이 꾸준히 발의되었다. 신설하려는 규제의 내용에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통한 분담금 징수 의무를 부과하는 것, 경쟁 상황 평가 대상을 추가하는 것, 회계정리 보고 의무 등을 부과하는 것과 같이 경제적 규제에 해당하는 것도 있지만, 콘텐츠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의무나 공익광고 의무 부과 등과 같이 사회적 규제에 해당하는 것도 있다.(*8) 이 중에는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근거 규정(전기통신사업법 34조의2)과 같이 실제 입법이 이루어진 것도 있다.(*9) 또한, 헤이딜러 사례나 타다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이 특히 규제산업 분야의 사업과 경쟁관계에 놓이게 될 경우 기존의 규제산업 보호라는 명분으로 특수한 분야에서의 핀셋규제 수요는 반복적으로 제기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규제 시도에 대해서는 규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다. 특히, 혁신성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에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은 규제가 종전의 위험을 방지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소극적 역할에서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고 혁신을 유인·지원하는 적극적 기능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10) 규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개방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규제의 핵심인 사전규제를 허용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열거하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 방식에서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금지되는 행위만 열거하는 네거티브(negative) 규제 방식으로, 특정 행위의 허용 여부, 요건 등을 확정적으로 상세히 열거하여 규율하는 규칙 중심의 규제(rule-based regulation)에서 원하는 규제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원칙을 강조하는 원칙 중심의 규제(principle-based regulation)로 바꿀 것을 제안하고, 잠정적 규제(temporary regulation), 맞춤형 규제(adaptive regulation)와 같은 대안을 제시하는 논의도 활발하다.


  그러나 이런 규제 전문가 위주의 논의에서 실종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굳이 사전규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의 경쟁 메커니즘을 통하여 시장이 결정할 수 있는 힘에 대한 신뢰와 기다림, 그리고 이런 규제의 도입이 바로 그 시장에서의 경쟁 메커니즘의 작동을 오히려 억제하고 더디게 하는 데 대한 정당한 우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내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처는 공정위밖에 없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공정위가 경쟁주창 활동을 통하여 더 적극적인 규제 개선 노력을 해줄 것이 기대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심사의 원칙과 정책적 분석 틀

 

  경쟁법과 경쟁정책은 경쟁을 제한하는 사업자의 행위나 불합리한 제도가 없다면, 시장에서의 경쟁 메커니즘이 작동하여 자율적인 조정 기제에 의하여 소비자의 후생이 증대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한 법이다. 따라서 이는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를 말하는 시장 실패(market failure)의 상황 중에서, 특히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 실패에 대처하기 위한 유용한 정책 수단이다.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 실패에는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로 인한 네트워크 효과가 그 원인으로 작용한 경우도 포함된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주된 플레이어로 하는 디지털 경제에서 경쟁법과 경쟁정책은 규제 개선에 관하여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우리나라에서 전기통신사업자의 하나인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되면서, 전통적으로 강한 규제를 받아온 기간통신사업자 또는 방송사업자와 경쟁 또는 거래를 하거나 그와 상호 의존성을 갖는 관계에 있다. 첫째,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통하여 창출되는 인터넷 트래픽의 양에 따라 민감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모든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는 네트워크를 넘어(over-the-top) 이루어지므로, 기간통신사업자인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와는 상호 의존성을 가지면서 데이터 센터 이용과 전용 망() 연결과 관련해서는 거래관계에 있다. 이는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과 상호접속제도가 복합된 이슈이다. 둘째,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중 OTT(Over-The-Top) 동영상 서비스는 기존 방송사업자와의 경쟁 범위가 늘어나면서 콘텐트 수급면에서는 방송사업자와 거래관계에 놓이게 되는데, 5G 시대에는 이렇게 기간통신사업자 또는 방송사업자와 사업 범위가 겹치는 유형의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통신 분야에는 이른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의 관점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쟁법과 경쟁정책이 중심으로 하는 경쟁 촉진 및 소비자 후생 증대의 관점은, 규제 중심의 방송통신 규제 체계에서 플랫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할 수 있는 규제 심사의 원칙을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는 플랫폼 산업의 발전에 따라 기존에 네트워크 사업자 위주로 고착화되었던 방송통신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급격한 변화를, 규제 대상 사업자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해준다. 경쟁 촉진 및 소비자 후생 증대의 관점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기술 및 사업 혁신을 통하여 최종 이용자에게 디지털 서비스가 전달되는 경로가 많아짐에 따라 시장에서의 경합성(contestability)이 증대된다면,(*11) 이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기존의 규제를 확대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기존에 방송통신사업자에게 부과되어온 규제 중에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은 없는지 검토하여 개선해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유형이 다양하고 그 유형에 따라 플랫폼의 특성인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하는 방식이 다양한 만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하여 과연 규제가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어떤 규제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정책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가 되는 세심한 분석 틀이 필요하다. 온라인 플랫폼의 유형 구분에 대해서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American Express 판결(*12)의 다수의견 형성에 영향을 미친 필리스트루치(Filistrucchi)의 양면 거래 플랫폼(two-sided transaction platform)과 양면 비거래 플랫폼(two-sided non-transaction platform)의 구분 방식이 유용하고,(*13) 양면 비거래 플랫폼 유형만으로는 그 특성이 충분히 포착되지 않는 유형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communication platform)으로 별도로 구분하는 방식도 참고할 만하다.(*14) 요컨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올바른 정책 형성을 위해서는 혁신성장을 필요로 하는 시장 환경에서 온라인 플랫폼이 갖는 특성, 이를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의 다양성과 경쟁상 제약의 정도, 그리고 그로부터 유래하는 전략적 행위에 대한 엄밀한 분석과 평가 작업이 필요하다.


  경쟁당국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기존의 규제 또는 도입이 시도되는 새로운 규제가 경쟁 및 그 성과로서의 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이해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그 바탕 위에 그 규제가 추구하는 목적으로서의 공익이 경쟁 및 혁신 촉진이라는 목적에 비추어 정당한지, 정당하더라도 그에 우선할 필요가 있는지, 그 목적 달성에 적합하고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문제되는 규제가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 일반에 대하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특정 온라인 플랫폼의 사업 모델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라면, 그러한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도 잘 포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정책적 분석 틀에 따라 평가할 때, 특정 규제가 경쟁 촉진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경쟁을 왜곡하는 것이라면, 경쟁당국은 보다 적극적으로 그 규제의 철폐 내지는 덜 침해적인 방향으로의 개선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경쟁당국이 엄밀한 분석을 거쳐 식별된 사업자의 경쟁제한적 행위에 대하여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과도 균형을 이루면서, 보다 근본적으로 제도와 행정적 관행으로부터 비롯되는 우리 사회의 경쟁제한적 요소에 적극 대처하는 길이다.


(*1) 371회 국회 교통소위 제2차 회의록, 2019. 12. 5., 3-6.

(*2)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2018년 경제정책 방향”, 2017. 12. 27.

(*3) 관계부처 합동, “Innovation Platform: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 2018813일자

(*4) 8대 선도사업의 목록은 201712월 발표 당시에는 초연결지능화, 스마트 공장, 스마트 팜, 핀테크, 에너지 신산업, 스마트 시티, 드론, 미래자동차였으나, 20188월 초연결지능화를 플랫폼 경제 전략투자 분야(데이터·AI경제)로 확대·승격하고, 바이오헬스를 선도사업으로 추가하였다. 한편, 3대 전략투자 분야의 목록은 20185월 발표 당시에는 데이터경제, 인공지능, 수소경제였으나, 20198월 혁신성장 확산·가속화 전략 발표를 통하여 데이터·네트워크(5G)·AI + 수소경제로 개편되었다(관계부처 합동, “혁신성장 확산·가속화 전략”, 2019821일자). 정부에서는 흔히 데이터·네트워크(5G)·AI’‘DNA’로 줄여 부른다.

(*5) 마셜 밴 앨스타인, 상지트 폴 초더리, 제프리 파커 저, 이현경 역, 플랫폼 레볼루션, 부키 (2017), 57-58.

(*6) 이와 유사한 분류법은 김현경, “플랫폼 사업자 규제 법안에 대한 비판적 검토”, 법조 제728(2018), 150-157.

(*7) 이현승, “헤이딜러 사건과 중고차 온라인 경매 규제”, 월간 SW중심사회,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2016. 11.), 41.

(*8) 김현경 (2018), 158-159.

(*9) 이에 대한 평가와 제도 운용 방안에 대한 제언은 홍대식,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의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근거 규정에 대한 검토”, KISO 저널(34) (2019), 40-44.

(*10) 김태오, “4차 산업혁명의 견인을 위한 규제 패러다임 모색: 한국의 규제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혁신과 규제 정책, 홍문사 (2019), 207.

(*11) Nicolai VAN GORP and Olga BATURA, Challenges for Competition Policy in a Digitalised Economy, Study for the European Parliament’s ECON Committee (2015. 7.),

p.17.http://www.europarl.europa.eu/thinktank/en/document.html?reference=IPOL_STU(2015)542235

(*12) Ohio v. Am. Express Co., 138 S. Ct. 2274, 201 L. Ed. 2d 678 (2018)

(*13) Filistrucchi, Geradin, Van Damme, & Affeldt, Market Definition in Two-Sided Markets: Theory and Practice, 10 J. Competition L. & Econ. 293 (2014)

(*14) Nooren, Pieter, van Eijk, Nico and Van Gorp, Nicolai, Digital Platforms: a Practical Framework for Evaluating Policy Options, Paper Presented at the Conference on the Internet, Policy and Politics by Oxford Internet Institute, University of Oxford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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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경쟁법

2020-01-10 09:19:27 0 comments


인공지능과 경쟁법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ICT 법경제연구소 소장 홍대식


『인공지능과 법』 박영사, 2019, 190-211면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의 해당부분을 참조 바랍니다.

1절 시장의 규칙으로서의 경쟁법이 인공지능 시장을 만날 때


 우리가 아는 시장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다수의 사업자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하여 경쟁하는 시장이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움직여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시장에서는 누가 의도하거나 계획하지 않아도 시장 참여자들의 자율적인 활동에 따라 거래되는 상품 또는 용역의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찾아간다. 이러한 균형을 찾아주는 중심에 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이 있다. 일정한 균형 상태에 있던 시장에서 어떤 사업자가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면 그의 경쟁 사업자 또는 소비자가 반응을 하여 균형이 깨졌다가 다시 새로운 균형이 이루어진다. 가격이 이러한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업자들이 가격을 중심으로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쟁을 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따라서 시장의 규칙은 다름 아닌 경쟁의 규칙이다.


 그런데 현실적인 시장에서는 경쟁의 규칙을 위반하는 반칙행위가 존재한다. 어떤 사업자는 시장에서의 지위가 매우 높아 굳이 가격을 내리는 방식으로 경쟁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경쟁 상태에서 형성되었을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하여 초과이윤을 얻거나 자신의 이런 지위를 위협하는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예컨대, 경쟁사업자가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려고 할 경우 일시적으로 훨씬 더 낮은 약탈적인 가격으로 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하거나 그 사업자의 유통망을 봉쇄할 수 있다. 또는 시장에 그처럼 강력한 사업자가 없더라도 사업자들끼리 가격을 담합하여 그들 사이의 경쟁을 피할 수도 있다. 경쟁의 규칙을 위반하는 사업자들의 행위는 시장경제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를 억제하기 위하여 정부의 역할, 즉 보이는 손(visible hand)의 개입이 허용된다. 정부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법적 수단이 경쟁법(Competition Law) 또는 반독점법(Antitrust Law)이다.

 

 경쟁법은 법의 영역이지만 어느 다른 법에 비하여 경제학과의 학제적 협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다. 경쟁법의 적용과 집행을 위해서는 시장의 구조와 경쟁의 모습 그리고 그 안에서의 시장 참여자 간의 역학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이는 경제학의 용어와 논증 방식에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예컨대, 어떤 사업자가 혼자서 행하는 행위 또는 여러 사업자가 공동으로 행하는 행위가 과연 경쟁을 침해하는 행위인지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어떤 시장에서 일어난 것이고 그 행위로 다른 시장 참여자 그리고 시장에서의 경쟁의 구도에 어떤 영향이 일어났는지가 분석되어야 한다. 경제학은 바로 이러한 행위의 영향, 즉 효과에 대한 분석 도구와 방법론을 제공해준다. 그러나 법이 문제해결을 위해 수행하는 부담경감의 기능을 고려할 때 경쟁 침해 여부가 문제되는 상황마다 경제학적 분석에 의존할 수는 없다. 따라서 경쟁법에는 일정한 유형의 행위가 존재하면 경쟁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논리적, 경험적 근거에 의하여 행위 유형에 초점을 맞추어 법 집행 여부를 결정하는 법리가 발전되어 있다. 보다 규범적인 행위 유형 중심의 접근방식과 보다 실증적인 효과 중심의 접근방식의 대립과 조화는 경쟁법 집행 실무에서 중요한 과제이다.


 시장의 규칙을 세우고 발전시키는 경쟁법의 과제는 시장의 변화, 특히 그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의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도전을 받아왔다. 가장 최근의 도전은 플랫폼 경제의 출현에 따른 변화이다. 플랫폼 경제에서는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경제에서 볼 수 없었던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경제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갖는 주요 공급자를 중심으로 수직적인 가치사슬에 의하여 일방향적인 공급과 수요가 일어나는 반면에, 플랫폼 경제에서는 네트워크 효과를 갖는 플랫폼 양쪽에 있는 고객과 파트너를 포함하는 생태계에서 양방향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경제에서의 경쟁은 눈에 띄는 기술혁신이 없거나 있더라도 일정한 시장에서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시장 내에서의 경쟁’(competition in the market)의 모습이다. 이에 대하여 플랫폼 시장에서의 경쟁은 파괴적 기술혁신과 시장의 경계를 옮기는 현상이 빈번히 일어나는 시장을 얻기 위한 경쟁’(competition for the market)의 모습이다.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경제와 구별되는 플랫폼의 특징으로 인하여 경쟁법의 법리와 사업자의 행위를 판단하기 위한 접근방식에 대해서도 인식 틀과 방법론에서 전환이 필요한 것이 아닌지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시장의 관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창출하는 시장은 플랫폼 경제에서 제기된 문제에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그 중 특히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라고 표현되는 기술이 시장에서 사용되면서 경쟁 구도와 사업자 간의 역학관계에 중요한 변화를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계학습은 데이터 입력알고리즘에 의한 처리결과 출력이라는 기존의 프로그램 과정을 데이터 및 원하는 결과 입력기계학습알고리즘 출력이라는 과정으로 바꾸고 있다. 그에 따라 기계학습은 그 원천이 되는 유용한 데이터의 확보와 기계학습이 만들어내는 자동화된 의사결정 알고리즘의 영향과 관련된 새로운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장의 규칙으로서의 경쟁법이 인공지능 시장을 만날 때 여전히 종전과 같은 규범으로서의 기능을 하면서 집행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만일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떤 변화가 필요할 것인가, 또한 만일 그렇지 않다면 경쟁법은 새로운 디지털 경제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 것인가?


(중략)


3절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이 경쟁법에 미치는 영향


 Ⅲ. 새로운 경쟁침해이론의 가능성 

 

 경쟁법은 사업자의 어떤 행위가 시장에서의 경쟁을 침해하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경쟁침해이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기술의 적용으로 인하여 경쟁의 과정과 소비자 선택의 과정에 자동적인 의사결정이 일어나게 됨에 따라 경쟁이 침해되는 모습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그에 따라 경쟁 개념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또한 그 동안에는 시장에서의 경쟁 과정을 주된 침해 대상으로 보았으나,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는 상황에서는 경쟁 과정에 대한 영향은 명확하지 않아도 소비자 선택이 줄어들거나 혁신이 저해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 선택과 혁신을 침해 대상으로 보는 새로운 경쟁침해이론의 출현이 기대되고 있다.


 경쟁법의 전통적인 접근방법에서는 사전에 정의된 관련시장을 기준으로 하여 그 시장에서의 어느 사업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힘이 있는지 그 힘을 제어하는 경쟁상 제약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정의한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에서의 사업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경쟁이 더 이상 의미 없게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경쟁은 시장의 경계를 바꾸고 끊임없이 재정의하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경쟁 개념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이 침해되는 모습도 바뀌고 있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그래프 형태로 유지되면서 조금씩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수요공급곡선처럼, 정태적인 경쟁 과정을 전제로 하여 이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던 경쟁 침해의 개념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인공지능 시대에서의 경쟁 침해는 혁신의 배치를 더 어렵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로 정의될 수 있다. 시장의 경합가능성이 인정되는 한 경쟁은 움직이고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합가능성을 줄이는 행위가 경쟁 침해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소비자 또는 그 창구가 되는 인터페이스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는 행위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경쟁 침해 행위이다.

 

 새로운 경쟁침해이론은 소비자 선택과 혁신을 침해 대상으로 하여 재구성될 수 있다. 경쟁법의 전통적인 접근방법에서도 소비자 선택과 혁신을 침해하는 행위가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다만 전통적인 경제에서는 가격을 인상하거나 생산량을 제한하는 효과를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과 혁신을 침해하는 효과는 부차적으로 고려해도 충분하다. 그에 비하여 디지털 경제에서는 가격 인상 또는 생산량 감소 효과를 분명히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 또는 혁신 침해 효과가 경쟁침해이론을 구성하는 중심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소비자 선택 또는 혁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소비자 선택의 경우 소비자 선택을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선택 범위가 많아지는 것이 소비자 혜택을 더 크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만 보호되는 것으로 볼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다양성이 증가하면 소비자 선택이 보호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지나친 다양성 증대로 복잡성이 높아져 소비자가 선택을 내리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기여가 빛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소비자의 선택을 돕기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혜택을 증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혁신은 잠재적인 경쟁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혁신에는 동일한 가치 네트워크 내에서 일어나는 지속적인 혁신(이는 점진적 혁신과 돌파적 혁신을 포함한다)과 가치 네트워크 외부에서 일어나는 파괴적인 혁신이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더하는 경쟁 기업에게 사업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런 과정이 디지털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파괴적인 혁신의 일환으로 벌어지는 것이라면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누구도 그 해답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내려지는 결정도 결국은 정책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과 법』 박영사, 2019, 190-211면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의 해당부분을 참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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