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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플랫폼 경쟁촉진법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2024-02-26 20:21:11 0 comments


공정위의 플랫폼 경쟁촉진법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홍대식 교수(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이 글은 2024년 2월 26일 [아시아 투데이]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러가기]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대 독과점 플랫폼을 특별히 규제하기 위한 가칭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처음으로 밝힌 것이 작년 12월 19일이었다. 그러던 공정위가 간부와 기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법 제정 추진을 재검토하겠다고 한 것이 올해 2월 7일이었는데, 불과 50일 동안 공정위 관련 기사는 이 법안에 대한 추측성 보도, 전망과 비판, 그리고 이에 대한 공정위의 반박과 해명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공정위가 당초에 공언한 세부내용 발표가 기한 없이 연기된 만큼 법의 내용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 역시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다고 공정위의 법안 추진이 무산된 것은 아니다. 올해 2월 8일자로 발표된 공정위의 2024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는 디지털 경제 민생안정·혁신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이 법의 제정은 핵심 추진과제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핵심적인 내용으로 제시되었던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사전지정제를 포함하여 다양한 대안을 학계, 전문가 등과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법학자인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일반경쟁법인 공정거래법 집행을 담당하는 공정위가 왜 공정거래법을 두고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 특화된 새로운 법 제정에 이렇게 열중하는가 하는 점이다. 플랫폼 경쟁촉진법은 공정위가 이전에 제정해본 적이 없는 형태의 법이다. 경쟁법의 특별법 성격을 가질 수 있어 그 자체도 전혀 새로운 시도이지만, 구체적인 입법 내용에 따라서는 이 법이 경쟁법으로서 특별함을 넘어 공정위의 전통적인 업무 범위를 넘는 전문분야 경제규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필자가 갖는 우려의 핵심이다. 공정거래법과 같은 목적을 추구하면서 단지 집행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과연 플랫폼이라는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공정위가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법 집행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경쟁당국으로서 마땅히 할 일이다. 그러나 해외 사례에 비추어볼 때, 디지털 시장의 문제에 대처하는 임무는 어느 한 부처에 전적으로 속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 간 협의와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할 임무이다. 특히, 공정위가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 제시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사전지정제는 분명히 경쟁법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경쟁당국인 공정위가, 경쟁법 집행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 대한 경제규제도 담당하는 것이 과연 문제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경쟁법 집행과 경제규제는 개념적으로 구별되지만, 경쟁법 모델 중에는 규제적인 특징을 갖는 규제적 경쟁법 모델도 등장하고 있고, 경쟁당국이 규제 수단을 갖는 국가도 존재한다. 만일, 공정위가 사전규제 방식의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제정하는 것이 플랫폼 분야에 관한 한 공정위의 위상을 경쟁법 집행과 경제규제의 하이브리드 기관으로 격상시키는 정책적 결단의 일환이라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추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공정위가 집행하는 경쟁법인 공정거래법 외에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규제 근거를 규정한 통신 분야 경제규제인 전기통신사업법이 공존하면서, 규제 산업인 통신 분야에 관해서는 경쟁법 집행과 경제규제의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현재의 규제 거버넌스 아래에서는 공정위가 경제규제 수단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기본적으로 경쟁법 집행을 본분으로 하는 정부 부처이므로, 경쟁법 집행을 넘는 경제규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보다 시장의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존재하는 경제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본분에 부합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 분야에서는 경쟁법 집행과 경제규제 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으므로,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을 통해 경쟁법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포부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충분한 설명과 전문가, 시장참여자, 관련 부처의 구조적인 대화를 통한 이론적·정책적 기반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이는 그저 경쟁법의 종말로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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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은 '검정고무신사태' 방지법이 아니다

2023-10-31 20:03:58 0 comments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은 '검정고무신사태' 방지법이 아니다

홍대식 교수(서강대 로스쿨) 


 글은 [법률신문]  2023. 10. 18.호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러가기)



  지난 3월 인기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의 캐릭터 작가인 이우영 화백이 별세했다. 고인이 별세한 후 언론을 통해 고인이 제작사와 맺은 사업권 설정계약과 양도각서로 인해 사업화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제대로 배분받지 못하고 관련 민사소송에 휘말려 생전에 심적 고통을 받았던 사실이 밝혀졌다. 고인 사후에서야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인복지법에 따른 사건조사 후 제작사가 고인과 체결한 계약에 법이 금지한 불공정행위가 있음을 인정하고 수익배분 거부행위 중지를 명하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한 저작권위원회는 공동저작자가 될 수 없는 제작사가 고인과 함께 공동저작자로 등록한 사실 자체가 문제임을 자각하고 등록을 직권 말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제작사가 고인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은 남아 있지만, 현행법상 행정적으로 가능한 조치는 신속하게 취해진 셈이다. 검정고무신 사건은 관계자들에게 구름빵 사건의 재연으로 여겨져 구름빵 보호법으로 불리던 저작권법 개정안 논의 활성화와 새로운 법안 발의도 이어졌다.


   이처럼 검정고무신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논의되는 과정에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이 이러한 사태의 해결책으로 등장하는 일이 생겼다. 이 법안에는 2020년 12월에 유정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과 2022년 11월 김승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2가지 버전이 있었다. 두 법안은 공통으로 문화산업 관련 개별 법령에 분산된 내용을 통합하여 불공정행위의 유형과 상생협력 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규정하는 것을 그 제안이유로 하는데, 문체부는 콘텐츠 관련 국정과제인 장르별 공정환경 조성의 핵심 사항으로 이 법의 제정을 꼽고 있다. 이 법의 제정이 검정고무신 사건과 결부되면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3월 29일 전체 회의를 열어 두 법안을 통합한 위원회 대안을 마련하고 대안에 대한 법제 심사와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하는 등 법 제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안의 핵심적인 내용이 문화상품사업자의 10가지 불공정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문체부 장관의 시정조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보니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이미 유사한 금지행위 규제 권한을 갖는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와의 규제관할권 중복문제가 불거졌다. 그러나 지난 7월 문체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이 법 제정에 협력하기로 하고 방통위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합의점을 찾아가면서 법 제정 작업은 8부 능선을 넘는 것처럼 보인다.

 

  법안의 제목이 제시하는 것처럼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이 추구해야 할 정책 목적이 될 수 있고 이를 위한 법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 목적의 정당성이 법안에 담겨 있는 제도의 효과성과 비례성도 담보하지는 않는다. 정책 목적의 제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마련하는 제도가 이를 달성하기에 적합한지, 그 목적과 상충할 수 있는 다른 목적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인지, 그 제도로 인한 혜택보다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따져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대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도 중에서 특히 금지행위 규정과 이에 대한 집행 규정은 정책 목적 달성에 도움은 별로 되지 않으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가장 먼저 지적되어야 할 문제는 구름빵 사건, 검정고무신 사건이 문화상품의 기획·제작 단계에서 발생한 문제인 반면에, 법안은 문화상품의 유통단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산업은 기획·제작 단계에서 아이디어와 기술이 중요성을 띠는 노동집약적 성격을 띠지만, 제작된 문화상품이 상업적인 성공 가능성에 대한 위험이 따르는 특성을 갖는다. 그로 인해 저작재산권 계약에도 민법상 계약자유의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저작권법의 체계에서 사업상의 위험을 회피하려는 제작업자의 계약 관행에 따라 신인 작가나 무명 작가와의 계약에서 저작재산권을 전부 양도받거나 수익배분을 제한하는 행태가 나타났다. 법안에 규정된 금지행위 유형의 대부분은 유통업자와 제작업자 간의 유통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제작업자와 유통업자가 거래단계에서 구분되는 전통적인 문화산업의 가치사슬 구조에서는 이 문제를 통해 저작자가 구제되기 어렵다.

 

  둘째, 문화산업 분야에서 문화상품의 디지털화와 유통의 온라인화에 따라 기획·제작 단계와 유통단계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에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문화산업 유통업자와 제작업자 간의 불공정행위를 문화산업 특유의 별도 법률을 통해 규율할 필요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웹툰·웹소설 산업 등 디지털화와 온라인화를 특성으로 하는 새로운 문화산업에서는 유통업자가 제작업자를 겸하여 저작자를 발굴하여 자금을 지원하고 다양한 상품 구성과 수익배분 모델을 개발하는 새로운 사업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작자와 제작업자 간의 계약 방식에도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웹툰·웹소설 플랫폼들이 직면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글로벌 진출을 통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저작자와의 상생협력이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전에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콘텐츠 제작 방식 도입에 힘입어 단기간에 국내 OTT 시장을 휩쓴 넷플릭스 사례, 대표가 미성년 웹툰 작가와의 저작권 분쟁으로 인해 시장 평판 위험에 빠져 경쟁력에 손상을 입은 레진코믹스 사례는 문화산업에서의 불공정행위에 문화산업 특유의 목적보다 시장 경쟁과 거래 질서 관점의 목적에 따른 기준에 따른 일반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함을 보여준다.

 
   셋째, 만일 문화산업 특유의 별도 법률에 의한 금지행위 규율의 필요성이 조금이라도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대안에서 제시한 행위 규율 방식은 획일적인 법 적용을 조장하여 오히려 문화산업의 다양한 발전을 위축시킬 우려가 너무나 크다. 대안은 불공정행위 유형을 10가지로 열거하면서 이 중 판매촉진 소요 비용 등의 제작업자에 대한 부담 전가 행위 등 8가지 유형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한 위법한 행위로, 지식재산권 양도 강제 행위 등 2가지 유형은 예외 없이 위법한 행위로 규정한다. 정당한 이유 없는 한 위법한 행위에 해당하면 사업자가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 행위라는 사유를 정당한 이유로 내세울 수도 있겠지만, 이를 사후에 증명하는 일은 사실상 어렵고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결국 유통업자는 향후 수익배분을 전제로 이용자 확보를 위해 임시로 무료로 상품을 제공하는 판매촉진 행사도 그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작가와는 진행하기 어렵게 된다. 예외가 허용되지 않는 지식재산권 양도 강제 행위의 경우 강제라는 표현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을 폭넓게 가리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의 다양한 종류나 범위와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경우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하여 플랫폼 선택의 여지가 적은 신인 작가에 대한 사업자의 발굴과 투자 유인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넷째, 대안에서는 금지행위 규정을 위반한 사업자에 대하여 문체부 장관이 직접 사실조사를 하여 시정조치 등 제재를 하는 집행 방식이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중복규제 내지는 규제 범위 확대의 문제를 유발한다. 공정위는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공정거래법에 따른 금지행위에 해당하는 경우는 법안의 금지행위에서 제외하고 공정위가 조치를 우선할 권한을 갖는다는 점에서 공정위와 문체부 간의 업무 분담과 협력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방통위의 문제 제기에 대한 국회의 대응도 법안에 방통위가 관장하는 법률과 관련된 유사한 규정을 두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미봉책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법안에 규정된 금지행위 유형 중 판매촉진 소요 비용 등의 제작업자에 대한 부담 전가 행위의 경우 그 행위에 해당하는지와 관계없이 여전히 법안에 규정된 금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금지행위보다 그 포섭 범위가 넓고 사업자 요건이나 위법성 판단기준도 다르기 때문이다. 유통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갖지 않고 대규모유통업법에 정한 비용 부담 비율로 사전 약정에 따라 진행하는 판매촉진행사도 법안에 규정된 금지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규제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이 저작자의 권리 보호에 이바지하는 방안은 이 법을 통해 유통업자가 제작업자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 후 상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면 그 수익을 충분히 배분해주고 상품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그 손실을 부담하는 거래 관행이 형성되고 이를 토대로 하여 제작업자가 저작자의 권리 보호를 해 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제작업자의 수익이 보장되면 그 수익원이 되는 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사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소박한 기대를 걸어볼 수도 있다. 그러나 문화산업의 시장 상황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고 문화산업을 구성하는 분야별로도 그 상황은 제각각이다.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구조상 절대다수가 영세업자인 제작업자의 수익이 보장된다고 하여 그 수익이 저작자에게 공정하게 분배될 것이라는 기대는 헛되다. 또한 제작업자의 수익이 보장되는 시장구조에서 제작을 겸업하면서 저작자를 지원하는 사업 형태와 같이 창의적인 사업모델로 경쟁하는 유통업자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지만, 사실은 유통단계는 해외 플랫폼이 주름잡는 미디어산업의 현실이 다른 문화산업에도 전이되는 상황이 우려된다.

 
    문체부가 문화산업 진흥부처로서 이우영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입법 개선 노력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번지수가 잘못되었다. 법안에 금지행위 규정을 넣고 문체부가 집행 권한을 갖게 되면 규제의 혼선만 가중하고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를 수 있다. 더욱이 저작자와 제작업자 간의 문제인 이우영 상태를 방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문체부가 개별 법령에 분산된 내용을 통합하는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상생협력 지원 사업, 표준계약서 마련 등 진흥정책의 체계를 잘 구축하고 규제부처의 효과적인 규제에 협력하는 역할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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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의 지배구조 자율성 확보 방안

2023-07-28 17:43:33 0 comments

스타트업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의 지배구조 자율성 확보 방안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글은 2023. 06. 13. 스타트업 이니셔티브 이슈 페이퍼 vol.4 『스타트업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의 지배구조 자율성 확보 방안』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러가기)



1.    배경


  스타트업을 포함하여 회사 형태의 대부분의 기업은 일정한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갖는다기업지배구조의 문제는 회사 내부의 지배구조의 문제보다는 폭넓은 문제이다회사 내부의 지배구조의 문제는 주로 법률적 실체인 하나의 회사 내부에서 소유자인 주주가 갖는 의결권 기타 권리대리인인 이사 등의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 그리고 회사에 대한 책임을 중심으로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이다이에 대하여 기업지배구조의 문제는 법률적 실체를 넘어 경제적 관계를 갖는 단일한 사업적 실체인 사업자(undertaking) 또는 기업 그룹(corporate group) 관련하여 누가 실체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지그리고 그러한 지배관계가 시장과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문제이다기업지배구조의 문제는 주로 재무적인 소유와 경영적인 영향력의 관계에 관한 것이지만현대 경제에서는 기관투자자 또는 전문투자자의 역할이 증대됨에 따라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   


 
기업을 규율하는 기본법인 회사법(상법 회사편) 기본적으로 법률적 실체로서 법인격을 갖는 개별 회사를 단위로 하여 법률관계를 정하고 있다그러나 기업의 현실에서는 다수의 회사가 하나의 경제적 단일체를 구성하여 의사결정을 하기도 하고 회사(지배회사) 다른 회사(종속회사) 지배하기도 하며개인이 직접 또는 회사법이 예정하지 않은 지배 수단 또는 기제에 의하여 여러 회사를 지배하기도 한다해외 입법례는 개별 회사를 단위로 하는 회사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기업 그룹을 규율 대상으로 하더라도 회사법의 특별 규정(독일 주식법 3)이나 판례법(프랑스 로젠블룸 판결) 의하여 이해관계 조정을 위한 법률관계 규율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법률관계 규율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법이 아닌 독과점 내지는 경제력 집중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경제법에 속하는 「독점규제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기업 그룹을 규율하는 법제를 마련하고 있다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이 우리나라에서만 대규모기업집단에 특별한 규제가 적용됨에 따라 국내에서 스타트업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은 글로벌 경쟁기업은 신경 필요가 없는 추가적인 규제의 부담에 처하게 되어 규모의 경제를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일정한 제약을 받을 있다.
 

 공정거래법은
법률적 실체가 아니라 경제적 독립성을 근거로 하는 사업자 개념과 동일인과 사실상 사업내용의 지배를 개념요소로 하는 기업집단 개념을 두고 있다 범위와 판단 기준은 다르지만 개념 복수의 회사를 포괄할 있는 개념이다. 스타트업의 경우에도 재무적 또는 운영상의 이유로 복수의 회사로 구성될 있는데 경우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으로 인식될 있다.

 
 
문제는 공정거래법의 기업집단 정의 방식이 ‘동일인이라는 생경한 개념에 기초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어떤 개인을 특정하여 기업지배구조의 정점에 두고 개인의 친족일정한 기준에 따른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회사 임원을 단위로 하여 기업집단의 범위를 정량적획일적으로 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기업집단의 외형이 성장하여 자산총액이 일정한 금액을 넘으면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 이상)이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 이상) 같은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공시대상기업집단이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대하여는 매우 복잡한 공시의무와 함께 투자나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영업활동과 관련된 사전규제 또는 사후규제가 적용된다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기업 중에도 카카오네이버넥슨넷마블 여러 기업이 이런 기업집단으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대규모기업집단의 지정 규제에는 전통적인 기업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기업이 기업집단을 형성하는 이유는 기업/시장의 경계에서 거래비용을 높이는 외부 시장 요인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운영 시너지)이나 내부 자본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재무 시너지) 있으나공정거래법상 규제에는 기업집단이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추구에 활용될 위험을 예방하거나 억제하기 위한 필요가 주로 반영되어 있다그러다 보니 규제의 내용이 그러한 위험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순환출자형이나 피라미드형과 같은 특정한 방식의 기업지배구조로 인한 폐해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반면에 그러한 규제는 다른 기업지배구조를 갖고 있거나 지향하는 기업집단에는 오히려 자율적인 기업지배구조의 형성발전에 방해가 뿐만 아니라 기업의 정상적인 재무적 활동과 운영에 불필요한 부담을 수도 있다 점은 기업 형성과 발전 과정이 전통적인 대기업과는 매우 다른 스타트업의 경우에 특히 그렇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도 외형이 성장하면 같은 지정 방식에 따라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고 규제 준수를 위한 많은 인적물적 비용을 지출해야 하며자칫하면 기계적인 적용으로 인한 제재 위험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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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플랫폼 특별법 제정은 플랫폼 산업의 잠재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인가?

2023-07-28 17:38:46 0 comments
온라인플랫폼 특별법 제정은 플랫폼 산업의 잠재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인가?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경쟁법학회장)


이 글은  [D.E.VIEW Vol.3] 2023년 5월호 ' 온라인 플랫폼 산업 해부'에 실린 글입니다.


들어가며

  우리나라에서 온라인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입법 시도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 6. 25. 제6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온라인플랫폼 불공정 근절 및 디지털 공정경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비롯되었다. 이런 입법 시도는 유럽연합(EU)과 일본에서 온라인플랫폼에 특화된 법률이 실제로 제정된 일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내에서 온라인플랫폼 관련 규제 정책 논의를 주도한 공정위는 보도자료에서 EU와 일본에서도 ‘공정위와 유사하게’ 투명성․공정성 제고를 기본원칙으로 하는 플랫폼에 관한 법을 제정하였거나 제정할 계획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정책을 발표한 지 불과 3개월 후인 2020. 9. 28.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 중개거래 공정화법안’)을 입법예고하고 2020. 12. 18.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원안 통과에 성공한 데 이어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2021. 1. 28. 정부 입법의 형태로 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속도감 있게 입법 작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공정위의 유례없이 신속한 입법 작업 추진은 학계 및 업계의 우려를 자아냈을 뿐 아니라 정부 내에서도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공정위의 정부 제출안에 앞서 2020. 12. 11. 전혜숙 의원 대표발의안으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안」(‘온플 이용자보호법안’)을 제출한 이후 온라인플랫폼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정부 내 관할권 다툼은 공정위를 담당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정무위’)와 방통위를 담당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간의 소관 부처 지원 경쟁으로 번지는 양상이었다. 국회 정무위에서는 공정위의 정부 제출안 외에도 송갑석 의원 대표발의안, 김병욱 의원 대표발의안, 민형배 의원 대표발의안, 송일종 의원 대표발의안 등 당시 여야를 막론한 많은 의원의 유사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어 법안 수로는 수적 우세를 보였다. 그러나 온라인플랫폼 관련 규제 정책을 공정위 주도의 공정거래 정책의 구체화의 문제로 볼 것인지 아니면 방통위 주도의 통신규제 정책의 구체화의 문제로 볼 것인지에 관하여 정부 부처 간 그리고 담당 국회 상임위원회 간에 진행된 해묵은 논쟁의 재연은 단순히 발의 법안의 숫자로 따질 수 없는 문제로 인식되었다. 공정위가 집행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산업을 불문하고 적용된다는 점에 주목하면 온플 중개거래 공정화법안이 공정위가 이미 가진 법적 수단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온라인플랫폼의 주요 사업자가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된다는 점에 주목하면 방통위 역시 온플 이용자법안이 이미 가진 법적 수단을 구체화할 근거를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한 입법 교착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2021년 내내 국회 상임위원회 간 조정 노력이 진행되었고 청와대도 나서 당정청 협의를 거쳐 잠정적인 합의안도 도출되었지만, 결국 입법 작업은 문재인 정부 때에 마무리되지 못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는 온라인플랫폼 특별법 제정 추진에 관한 정부의 기조는 바뀐 것처럼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 주도, 정부 지원의 경제정책 기조에서 혁신과 공정이 균형을 이루는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 조성을 디지털 플랫폼 정책 방향으로 설정하고 온라인플랫폼 업계의 자정 노력을 기반으로 하는 자율규제(self-regulation) 여건의 조성을 정부규제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주관하에 공정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통위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디지털 플랫폼 정책협의체를 운영하는 한편, 민간 중심의 플랫폼 자율규제 정책 논의 및 상생발전 촉진기구의 구성․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2022년 8월 상생발전 촉진기구로서 출범한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는 2023. 5. 11. 산하 4개 분과에서 마련한 자율규제 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2022. 11. 2. 이후 최근 6개월 동안 의원 입법으로 8개의 새로운 법률안이 발의되는 등 온라인플랫폼에 특화된 법률 제정 시도의 불씨가 살아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법률안은 2021. 1. 28. 국회에 제출된 정부 입법안과 유사한 내용을 담으면서 EU에서 제정된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이나 2021년 6월 미국 의회에 발의되었다가 2022년 말 회기 만료로 폐기된 플랫폼 패키지 법안에 포함된 입법 방식과 내용도 일부 반영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공정위가 온플 중개거래 공정화법안과 달리 시장 영향력이 큰 온라인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플랫폼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일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런 배경하에, 이 글은 정부, 특히 공정위가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에서 입법을 추진하는 온라인플랫폼 특별법의 성격과 추진 배경을 살펴보고 과연 이런 입법이 우리나라에서 온라인플랫폼을 둘러싼 시장 여건과 경쟁 상황, 그리고 우리나라의 관련 법제와 집행 현황에 비추어 볼 때 플랫폼 산업의 잠재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를 위해 온라인플랫폼 특별법의 성격을 크게 공정거래정책에 관한 거래공정화법과 경쟁정책에 관한 특별경쟁법으로 구분하여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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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에서의 AI 알고리즘 심사 – 호주 Trivago 판결과 관련하여

2023-07-10 21:46:23 0 comments

민사소송에서의 AI 알고리즘 심사 호주 Trivago 판결과 관련하여

 

한애라 교수(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 글은 『민사소송』 2023년 27호, 185-234면에 실려 있는 글입니다 (전문보러가기).

 

I. 들어가며

 

인공지능, 특히 머신러닝 기법은 사회 전반에서 이미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활용이 폭증하면서 AI 알고리즘에 의한 자동화된 의사결정(대출이든, 운전이든, 상품 추천이든)의 결함으로 인한 민사책임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AI 알고리즘에서의 결함이나 하자의 의미, 책임의 주체, 책임의 분배, 과실 판단 기준, 제조물책임법의 개정 등에 관하여는 국내외적으로 상당히 심도 깊은 논의가 전개되어 왔으나, 민사소송절차에서 알고리즘을 어떻게 심사할 지에 대하여는 아직 논의가 부족하다. 인공지능의 하자나 결함에 따른 실체적인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쟁점이 되는 AI 알고리즘의 내용을 분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증거 제출, 조사, 심리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통해 법원이 AI 알고리즘을 둘러싼 쟁점에 관하여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 특히 머신러닝 기법에 의한 AI 알고리즘은 그 불투명성으로 인하여 사법심사가 용이하지 않다. AI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소송의 쟁점이 될 때, 이러한 불투명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AI 알고리즘을 어떠한 방식으로 감정하고 그 감정결과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의 자료로 삼아 심증을 형성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그런데 최근 호주 연방법원에서는 Trivago 사이트의 호텔 딜 추천 AI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가가 정면으로 주된 쟁점이 되어 이 점에 관하여 전문가 의견서 제출 및 전문가 증언을 거쳐 비교적 상세한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Trivago 사건에서 AI 알고리즘을 어떻게 감정하고 심리하였는지 살펴보고, 이를 우리나라의 민사소송절차와 비교하면서, 설명 가능성이 떨어지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등장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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