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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정부조직이 바로 서야 하는 이유

2016-08-06 13:17:08 0 comments

이성엽 (서강대학교 교수)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ICT 정부조직과 구성원인 공직자들이 연일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단말기유통법상 지원금 상한폐지를 둘러싼 해프닝, 모 통신기업의 케이블기업의 인수와 관련된 부처 간 정책 엇박자에다 일부 미래부, 방통위 공무원의 부적절한 처신이 문제가 되고 있다. 왜 이렇게 갑자기 여러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것일까? 우선 ICT 정책역량의 부족이나 공직자 개인의 비위, 일탈이 이유겠지만 그 외에도 미래부가 창조경제의 중심부처로서 이번 정부에서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국민과 언론의 관심과 기대의 대상이 되어 왔는데, 3년이 지난 이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ICT 전담부처였던 정보통신부를 폐지하고 ICT 정책기능을 여러 부처로 분산하는 분산형 ICT 정책추진체계를 채택하였다. 다만, 방송통신이 융합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통합하여 방송통신위원회를 설립하였다. 2013년 출범한 현 정부는 분산형 ICT 정책추진체계에서 나타난 ICT 산업성장 둔화 등에 대한 대책으로 여러 부처의 ICT 기능을 총괄하는 집중형 독임제 ICT 부처의 필요성을 절감하였고, 이는 결국 과학기술부와 구 정보통신부의 기능이 합쳐진 미래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한편 기존 방통위는 지상파, 보도, 종합편성 등 정책 및 규제업무 등을 수행하고 그 외 방송통신 정책 및 진흥업무는 미래부로 이관하였다.

ICT 정부조직이 바로 서야 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 청년실업,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ICT가 가지는 유용성 때문이다. 우리는 ICT 네트워크, 디바이스, 콘텐츠에 있어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 SNS, O2O 등의 ICT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통해 혁신적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상품화하여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종국적으로는 우리 경제운영의 패러다임을 그간의 모방·응용을 통한 추격형 성장에서 벗어나 국민의 창의성에 기반한 선도형 성장으로 전환하는 데에도 ICT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ICT 산업은 수출 주력산업으로서 경제성장을 주도하였으나 최근 미국의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를 중심으로 한 세계시장 석권,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등 기술력 있는 중국기업의 추격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래부와 같은 집중형 ICT 정책추진체계를 유지, 강화할 필요가 있다. 드론, 자율자동차, 원격의료, 인공지능 등의 신기술을 전통 부처에서 담당하는 경우 기술적 전문성 부족도 문제지만 같은 부처 소관의 기존의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에 막혀 정책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국가의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ICT 기반 신기술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집중형 ICT 정책기관이 정책, 예산의 주도권을 가지면서 관련 부처와 협력하는 거버넌스를 가져야 글로벌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다만, ICT 정부조직도 그간의 성과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통해 새롭게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 막대한 예산과 인허가, 과징금 부과 등 규제권한을 가진 조직으로서 진정으로 국민과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왔는지, ICT 산업성장이나 국민의 만족도 제고 등 실질적인 성과는 있었는지에 대한 자기점검이 필요하다. 그리고 관할권 확대나 실적쌓기용으로 다수의 진흥법제를 추진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지금도 기술별, 산업별로 넘쳐나는 진흥법제는 당초의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포함되면서 실제로는 진흥이 아닌 규제법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신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정부의 비개입, 비법제화 원칙을 견지하여 산업활성화를 도모하여야 한다. 법제화는 정부정책의 최종목표가 아니며, 오히려 기술, 시장, 산업, 정책의 영역을 확대하고 법의 영역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여야추천 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가 방송의 공익성, 독립성이라는 가치와 ICT 산업활성화라는 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해온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미래부, 방통위 등 ICT 정부조직은 우리의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부처이다. ICT 정부조직이 흔들린다는 것은 우리의 미래계획과 준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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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적 ICT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제언

2016-05-21 20:32:24 0 comments


홍대식 (서강대학교 교수)

 

협력적 ICT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가장 주목을 받은 행정부처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이다. 미래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그 목표의 실현을 위한 초점조직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신설 부처이다. 정부는 창조경제를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ICT에 접목하여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산업을 강화함으로써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새로운 경제 전략으로 개념화하고 있는데, 그 원동력이 되는 과학기술과 ICT 관련 정책을 주도하는 부처가 바로 미래부이기 때문이다. 정부 조직개편 논의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가 취한 분산형 ICT 거버넌스가 급속히 변화하는 ICT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정책 실패를 가져왔다는 데 대하여 대부분의 전문가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이는 미래부 설립을 통한 통합형 ICT 거버넌스로의 방향 전환을 가져왔다.

통합형 ICT 거버넌스로의 방향 전환에 대하여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나 산업 진흥 기능과 규제 기능을 ICT 관련 정책 부처로 일원화할 것인가 아니면 그 기능을 분산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는 크게 진흥-규제 분리 모형과 진흥-규제 통합 모형을 둘러싸고 많은 논의가 있었다. 미래부가 ICT에 관한 업무를 원칙적으로 담당하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ICT 규제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현재의 업무 분장은 기본적으로 진흥-규제 분리 모형을 반영한 것이다.

진흥-규제 분리 모형은 정부의 진흥 기능과 규제 기능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ICT 분야에서는 정부의 진흥 기능과 규제 기능을 분명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산업 영역에서 정부의 진흥 기능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힘을 신뢰하는 바탕 위에서 시장구조의 자생적 변화를 촉진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혁신역량과 창의성을 고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산업 영역에 정부가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지원수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행된다. 이에 반하여 ICT 분야는 원래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자연독점 상황에 있다가 정부가 인위적으로 경쟁을 도입하는 시장 형성자이자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됨에 따라 경쟁적 시장으로 단계적으로 이행된 시장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그에 따라 ICT 분야에서의 정부의 진흥 기능은 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시장구조의 변화를 유도하고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그 목적으로 하면서, 정부가 지원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시장의 투입 요소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시장 참여자의 사업전략 수립과 시장 행동에도 영향을 주는 규제적 성격의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수행되어왔다.      

이처럼 ICT 정책에 관하여는 진흥과 규제가 동전의 양면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는 ICT 생태계의 특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ICT 생태계는 콘텐츠(content)-플랫폼(platform)-네트워크(network)-단말기(device)가 서로 결합하여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어 서비스를 생산·공급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ICT 생태계를 구성하는 특정 계층에 대한 규제는 다른 계층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전통적으로 규제가 집중되었던 네트워크 계층에 대한 지원은 규제를 개선하고 합리화하는 것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ICT 정책 전반에 걸쳐서 그것이 진흥 기능에 속한 것인지 규제 기능에 속한 것인지에 따라 미래부와 방통위 사이에 관장 사항을 구분하고 업무의 칸막이를 설치하는 것보다는 업무의 관련성을 서로 인정, 존중하는 바탕 위에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규제 기능에서의 협력이 필요

 

ICT 분야에서 진흥 기능과 규제 기능이 서로 연결된다는 점은 미래부와 방통위 간의 구체적인 업무 분장 내용에도 잘 나타나 있다. 외형적으로 진흥-규제 분리 모형을 취하였음에도 실제 규제 기능의 많은 부분은 미래부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규제의 형식으로 보면 사전규제는 미래부에, 사후규제는 방통위에 배분되어 있다. 그런데 사전규제와 사후규제는 ICT 분야의 동일한 사항에 관하여 서로 연결되어 양립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따라서 미래부와 방통위가 분담하고 있는 규제 기능을 각자 행사할 때 이는 규제기관 간의 경쟁(regulatory competition)의 모습을 띨 수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의 규제 권한 행사가 협의 없이 경쟁관계에서 이루어지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양 극단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나는 바닥을 향한 경쟁(race to the bottom)이고 다른 하나는 정상을 향한 경쟁(race to the top)이다.

바닥을 향한 경쟁은 규제기관들이 피규제자의 선택을 받기 위하여 규제 수준을 경쟁적으로 낮추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업자들이 느슨한 규제 틀을 이용하여 가장 덜 부담스런 규제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이동할 수 있다. ICT 분야의 규제는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기존에 있던 규제가 시장 개입의 정도를 완화하는 새로운 규제로 대체되거나 보완되기도 한다. 예컨대, 소매 단계의 직접적 가격규제가 도매 단계의 도매제공 규제로 바뀌거나 가격남용규제에 의하여 보완되는 것과 같다. 현재까지 ICT 분야의 규제는 계층별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계층별 상호의존성에 의하여 규제 개선 및 합리화 작업이 수반되지 않는 느슨한 규제 집행 또는 규제 철폐는 다른 계층의 기술 및 사업혁신 유인과 효율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정상을 향한 경쟁은 규제기관들이 다른 규제기관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채택하지 않았을 높은 기준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ICT 분야에서 이는 미래부가 이미 방통위의 사후규제가 작동하고 있는 영역에서 새로운 사전규제를 도입하거나 방통위가 이미 미래부의 사전규제를 통하여 사업자들의 행위의 전제가 제약을 받고 있는 영역에서 사후적인 성과기준을 적용하여 그에 개입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ICT 분야의 규제가 추구하는 최적의 결과는 ICT 분야에서의 공익, 즉 유효한 경쟁체제의 구축과 공정한 경쟁환경의 조성, 이용자 보호의 목적과 ICT 산업의 기술·사업혁신 유인 보호 및 효율성 증진을 통한 산업 발전 목적의 조화로운 실현이다. 그러나 이는 ICT 분야에서의 규제 기능을 분담하는 미래부와 방통위 간의 경쟁을 통하여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특히 규제 기능에 관하여 이 기능을 실제로 분담하는 미래부와 방통위의 협력이 요청된다.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을 위하여 나아갈 방향

 

협력적 ICT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서는 관계 기관 간의 협의와 소통 메커니즘 및 문화를 정립하고 이를 정책 형성 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기억해야 할 것은 미래부와 방통위는 규제가 지향하는 목적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전제로 하여 미래부와 방통위 간에는 진흥 기능과 규제 기능별로 상위의 목적 하에서 보다 구체적인 정책목표를 수립, 조정하고 실행 단계에서 각자의 역할에 부합하는 정책 추진 또는 규제 집행을 하는 협력 추진 상황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과 협의를 통해 조정과 협력을 강화하고 상황 변화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미래부는 진흥 기능에 보다 중점을 두는 기관이고 방통위는 규제 기능에 보다 중점을 두는 기관이라는 점이 잘 인식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미래부가 갖는 규제 기능은 방통위의 규제 기능과 달리 진흥을 위한 정책수단으로서 더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실제로는 미래부가 사전규제를 집행하는 등 많은 규제집행 권한을 갖고 있지만, 미래부의 규제집행은 상위 목적인 경쟁 및 이용자 보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목표인 기술 및 사업혁신 유인 보호와 효율성 증진에 있다는 점에서 방통위와 그 강조점을 달리하고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필요로 한다. 이에 대하여 방통위의 규제 기능은 상위의 목적인 경쟁 및 이용자 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므로 보다 일관되고 원칙에 따른 집행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차이점을 감안할 때, 진흥정책과 그 시행 영역에서는 미래부를 주된 추진 행위자로 하여 방통위와의 협력 메커니즘과 문화를 정립하고, 규제의 도입·개선과 그 집행 영역에서는 방통위를 주된 추진 행위자로 하여 미래부와의 협력 메커니즘과 문화를 정립해나가는 것이 두 유관기관 간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협력 경험과 학습을 바탕으로 ICT 관련 정책 기능 중 미래부와 방통위 사이에 중복되는 정책 기능 가운데 진흥 기능과 규제 기능을 각각의 축으로 하여 관련되는 기능을 수평적으로 통합하고, 중복되지는 않지만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임무는 수직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 필요가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2013 4월 양 기관 간 정책 협력을 위한 서(MOU) 체결한 바 있다. 현재의 MOU는 포괄적인 정책 협의를 위한 고위급 간담회와 정책협의회를 구성하고 현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분야별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조직 구성에 관한 합의 사항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 협의의 대상이나 목적을 규정하지 않고 조직 설치의 근거만 둘 경우 실질적인 정책 협의와 업무 협력이 일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포괄적인 정책 협의의 대상과 절차, 중복되는 업무에 대한 분장 기준을 추가로 합의하거나 세부 이행협약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MOU의 내용을 보완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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