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독과점규제와 자율규제에 대한 시사점

작성자 관리자   |   2022-10-22 22:10:07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독과점규제와 자율규제에 대한 시사점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홍대식


이 글은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정보보호 법제연구』 2022년 2호(2022. 10.)에 실려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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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독과점규제


1. 공정거래법상 독과점규제의 기초


 우리나라에서 경쟁법의 성격을 갖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독과점규제는 시장에서의 힘과 시장의 경쟁 상황을 분석하기 위한 규제를 말하는 것으로, 구조규제와 행위규제의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구조규제는 힘을 보유한 사업자의 특정 행위를 매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조에 대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제4(독과점적 시장구조의 개선)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게 현황 조사, 분석 및 정책 추진의 구조규제 방식의 독과점규제 권한을 부여한다. 다음으로 행위규제는 힘을 보유한 사업자의 특정 행위를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행위에 대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제5(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금지)는 공정위에게 구체적인 사건 조사, 분석 및 제재, 시정의 행위규제 방식의 독과점규제 권한을 부여한다.

 공정거래법상 경쟁법으로서의 독과점규제 규범은 시장의 변화와 기술적 발전에 대처하기에 충분할 만큼 유연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평가는 경쟁법이 전제로 하는 시장의 모습과 시장의 규칙으로서 경쟁법이 갖는 역할에서 도출된다. 경쟁법이 전제로 하는 시장의 모습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다수의 사업자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하여 경쟁하는 시장이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서 가격이 시장의 균형추 역할을 한다. 가격의 균형추 역할을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은 시장에서의 경쟁의 규칙이다. 시장의 규칙으로서 경쟁법의 역할은 경쟁의 규칙을 위반하는 반칙행위에 대한 보이는 손으로서 정부의 개입이다. 정부 개입의 법적 수단이 경쟁법 또는 반독점법이라고 할 수 있다.

 독과점규제 규범은 관할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미국은 시장에서의 힘에 대한 가장 높은 기준으로 독점력(monopoly power) 기준을 채택한다. 다만 미국은 독점력 보유의 경우만이 아니라 그 보유 시도도 규제 대상으로 한다. 미국은 또한 시장의 경쟁 상황 분석에 관하여 경제학적 접근인 소비자 후생 기준(consumer welfare standard)을 위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유럽연합(EU)은 시장에서의 힘에 대한 상대적으로 높은 기준으로 시장지배력(dominant power) 기준을 채택한다. 다만 EU는 시장지배력 보유의 경우만을 규제 대상으로 한다. EU에서는 시장의 경쟁 상황 분석에 관한 행태적 접근과 경제학적 접근이 공존한다. 이는 EU의 경우 미국과 달리 행태적 접근에 해당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론과 경쟁보호 기준(protection of competition standard)도 적용하고 있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적 형태는 유럽연합과 유사하지만, 적용 방식은 발전 과정에 있어 미국 방식과 유럽연합 방식이 교차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독과점규제의 기초


 최근 몇 년 사이에 해외의 주요국의 정부 또는 연구기관에서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전문가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 보고서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주요 특징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중에 EU 특별 자문가보고서(2019)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특징을 규모 수익체증(increasing returns to scale)과 네트워크 효과, 범위의 경제, 그리고 데이터의 역할 3가지로 설명한다. 네트워크 효과는 수요 측면의 규모의 경제로서, 디지털 플랫폼의 부상을 설명해주는 원리이다. 범위의 경제는 투입요소인 데이터의 역할과 연결되고 디지털 생태계의 출현과 성장을 설명해주는 원리이다. 데이터의 역할은 특히 소비자 행동에 대한 데이터 축적에 의한 역할로 설명된다. 그 밖에 주요 전문가보고서인 영국 퍼만 보고서(2019)미국 스티글러 보고서(2019)에서 추가적인 특징으로 거론되는 사항으로는 극히 낮은 한계비용, 시장의 글로벌 성격, 자본 원천에 대한 특권적인 접근 등을 들 수 있다.

 위와 같은 문헌에서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주요 특징으로 제시하는 사항이 관련 시장들에 주는 효과는 원칙적으로 중립적이다. 다만 위와 같은 문헌은 공통적으로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주요 특징이 야기하는 새로운 위험으로 쏠림 효과(tipping effect)를 지적하고 있다(쏠림 효과를 지적하고 있는 문헌의 원문은 여기). 쏠림 효과는 시장이 단일한, 초시장지배적인(ultra-dominant) 공급자를 중심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에 의하면,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주요 특징이 작용하는 시장들은 쏠림의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쏠림 효과를 갖는 시장을 얻기 위한 경쟁 초기에는 강한 경쟁을 촉진하나, 일단 쏠림 효과가 발생한 후에 경쟁이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에 따라 시장에서의 힘이 계속 성장하고 견고하게 지속되며 인접시장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 쏠림 효과가 발생한 시장(tipped market)에서 힘을 갖는 사업자는 복잡한 생태계를 구축하여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역량을 증대함으로써, 자신의 힘을 보호할 수 있다.

 문헌에 나타나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특징과 그 특징들이 결합하여 나타날 수 있는 예상 효과를 통해 볼 때, 디지털 시장에서의 디지털 플랫폼 이해의 중요성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은 전통적인 시장에서의 경쟁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시장에서는 사업자가 수익 증대를 위하여 낮은 가격과 상품 설계(product design) 및 생산 기술에서의 혁신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얻기 위하여 경쟁한다. 그러나 디지털 시장에서는 이런 경쟁이 반드시 실현 가능한 것이 아니다.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 변화의 주된 요인은 디지털 플랫폼의 특성에 기인한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출현에 따른 변화는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경제와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서의 경쟁의 모습을 비교함으로써 설명될 수 있다.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경제에서의 경쟁의 모습은 규모의 경제를 갖는 주요 공급자를 중심으로 수직적인 가치사슬에 의한 일방향적인 공급과 수요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여기서의 혁신의 양상은 점진적(incremental) 혁신과 돌파적(breakthrough) 혁신으로 구분되는 현상유지적(sustaining) 혁신으로 나타나고, 대부분의 경쟁은 시장 내에서의 경쟁(competition in the market)의 성격을 갖는다. 이에 대하여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서의 경쟁의 모습은 네트워크 효과를 갖는 플랫폼 양쪽에 있는 고객과 파트너를 포함하는 생태계에서의 양방향적인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의 혁신의 양상은 파괴적(disruptive) 혁신과 시장의 경계를 옮기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두드러진 경쟁은 시장을 얻기 위한 경쟁(competition for the market)의 성격을 보인다.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창출하는 시장의 출현에 따른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기술, 특히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술의 특징은 데이터 입력알고리즘에 의한 처리결과 출력이라는 기존의 프로그램 과정을 데이터 및 원하는 결과 입력기계학습알고리즘 출력이라는 과정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 전환 과정에서 기계학습의 원천이 되는 유용한 데이터의 확보와 자동화된 의사결정 알고리즘의 중요성이 증대된다. 그에 따라 인공지능 기술이 경쟁 구도와 사업자 간의 역학관계에 대한 중요한 변화를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로 인한 새로운 이슈는 투입 요소로서의 데이터 확보 및 접근 관련 이슈와 산출물로서의 알고리즘의 시장 이용 관련 이슈이다. 투입 요소로서의 데이터 확보 및 접근 관련 이슈는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에서의 데이터와 데이터 접근의 중요성이 증대함에 따른 것이다. 산출물로서의 알고리즘의 시장 이용 관련 이슈는 인공지능의 블랙박스로서의 성격과 그로 인한 행위 유형 평가의 어려움에서 비롯된다.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서의 시장의 변화는 경쟁법에도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그 도전은 전통적인 경쟁법의 분석 틀의 유효성에 대한 도전으로 나타난다.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 적용으로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서 발생하는 경쟁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충분한가 하는 의문이다. 경제학적 연구 성과는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의 각 단계, 즉 관련시장 획정 단계부터 시장 진입과 효율성 판단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분석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에 따라 플랫폼 경제에서 일어나는 사업에 대한 경쟁법 집행 또는 경쟁정책 수립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위법오판의 오류에 주의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는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은 과거에도 원래 상정하였던 것과 다른 거래 상황이 새롭게 대두될 때마다 도전을 받아 왔다. 그때마다 그 틀을 확장하거나 수정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왔다. 따라서 플랫폼 경제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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