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의 위법성 판단기준에 대한 재검토 - 경쟁질서와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

작성자 관리자   |   2019-06-03 15:16:29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의 위법성 판단기준에 대한 재검토

- 경쟁질서와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Revisiting the Standard for Determining Illegality of Unfair Trade Practices

under the Monopoly Regulation and Fair Trade Act of Korea

-With a center on Relevance to Competitive Order-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ICLE 법경제연구소 소장 홍대식


『경쟁법연구』 제37권, 한국경쟁법학회, 2018. 5, 188-218면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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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 리 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공정거래법’) 1조는 법의 목적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지만, 대법원은 법의 기본적인 목적을경쟁의 보호를 통한 소비자후생 증대로 이해하고 있다. 경쟁의 보호를 기본적인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정거래법은 경쟁법(competition law)의 성격을 갖고 있다. 경쟁법은 공정거래법상 규제되는 행위 유형 중 시장의 영역에서의 경쟁 기능에 대한 법제도적 규제라는 법적 관점에 충실한 성격을 가진 행위 유형을부르는 용어로 사용될 수 있다. 외국의 입법례에서 공통적으로 경쟁법의 성격을 갖는다고 인식되는 행위 유형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사업자 간의 수평적 또는 수직적인 합의 또는 사업자단체의 결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그리고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행위이고, 이들 행위는 기본적으로 경쟁제한(restriction of competition)에 관한 행위를 가리킨다. 공정거래법상 규제되는 행위 중에도 이에 대응되는 행위 유형들은 대체로 경쟁법의 성격을 갖고 있다. 우리 법상 경쟁법으로서의 수직적 제한행위에 속하는 행위 유형은 단독행위 유형인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경쟁법의 성격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공정거래법에는 이질적인 성격을 갖는 규정들이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회사에 대하여 적용되는 경제력 집중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전규제 규정은 말할 것도 없고, 사후규제 규정 중에서도 부당한 지원행위(법 제23조 제1항 제7)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제공행위(법 제23조의2 1)는 경쟁법의 성격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이질적이다. 경쟁법적 성격과의 이질성이라는 측면에서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부당지원행위를 제외한 다른 불공정거래행위는 경쟁법적 성격을 포함하면서도 다른 법적 관점에 대한 고려도 요구하는 방식으로 법적 기준이 마련되고 적용되고 있는 혼합물(hybrid)의 성격을 갖고 있다.

불공정거래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위법성 판단기준으로서 경쟁법의 성격을 갖는 경쟁제한성 기준 이외에 다른 법적 기준으로 많이 논의되고 있는 개념은 불공정성(unfairness)이다. 불공정성 기준이 많이 논의되는 이유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공정위’)가 법이 정한 불공정거래행위의 위법성 판단기준인 공정거래 저해성이 경쟁제한성과 불공정성을 포함한다고 보고 법을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불공정거래행위의 위법성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선언하면서 한 번도 불공정성을 경쟁제한성과 양립하는 기준으로서 명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런 대법원의 태도는 사법적 관점과 공법적 관점을 근본적으로 구별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공정성이라는 개념은 민법 제104조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상대방의 특정한 상태에 관한 요건(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요구하여 그 적용범위가 한정된 반면에, 민법 제103조에서 규정한 반사회성은 불공정성의 일반기준의 성격도 갖고 있다. 여기서 적용되는 기준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사법상의 권리의무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에서 법원이 불공정한 계약내용을 조정하기 위해 개입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를 판단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기준이다. 불공정성 기준에 따라 계약내용이 불공정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그 계약내용의 사법상 효력은 무효가 되어 법원이 그 이행 강제에 협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는 어디까지나 사법적인 관점에 입각한 기준이다.

대법원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은 공정한 거래질서 또는 경쟁질서의 확립을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이라는 공법적 관점에서 불공정한 거래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불공정거래행위 규정의 집행이 불공정한 계약내용이나 사법상 권리의무를 조정하는 것과 구별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 근거로 대법원은 불공정거래행위에서의거래란 통상의 매매와 같은 개별적인 계약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넓은 의미로서 사업활동을 위한 수단 일반 또는 거래질서를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거래’를 질서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경우 불공정거래행위라는 용어에 비록불공정’이라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위법성 판단기준은 계약내용의 불공정성과는 다른 내용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이 글은 불공정거래행위의 위법성 판단기준을 재검토하여 보다 시장친화적이면서(market-friendly) 사법적인 기준과 차별화된 기준 정립의 가능성과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출발점은 대법원이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제외한 나머지 불공정거래행위의 구체적 행위 유형의 규정 문언의 해석을 통하여 추출한 공통적인 요소인거래질서 또는 경쟁질서와의 관련성이다. 그 중에서 이 글은경쟁질서와의 관련성에 초점을 맞춘다. ‘경쟁질서라는 표현은 경쟁을 경제적 과정이나 성과보다는 규범적 질서의 관점으로 이해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학파의 질서자유주의의 영향11)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고, ‘관련성이라는 표현은 다소 모호하기는 하지만 경쟁제한이라는 개념보다 넓은 범위를 지향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쟁질서와의 관련성 개념에 기초하여 불공정거래행위의 위법성 판단기준을 정립하더라도 경쟁법의 중심적인 기준인 경쟁제한성보다는 포괄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경쟁질서와의 관련성에 기초한 기준은 적어도 경쟁제한성과 일정한 관계가 있는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경쟁법연구』 제37권, 한국경쟁법학회, 2018. 5, 188-218면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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