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격 좁히기: 국제 경쟁법으로의 수렴 또는 그로부터의 분산 - 한국 경쟁법상 단독행위 규제를 중심으로 -

작성자 관리자   |   2019-05-30 08:54:37


간격 좁히기: 국제 경쟁법으로의 수렴 또는 그로부터의 분산

- 한국 경쟁법상 단독행위 규제를 중심으로 -

Narrowing the Gap: Convergence to or Divergence from Global Competition Law

-Focusing on Korean Competition Law Regulations on Unilateral Conduct-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ICLE 법경제연구소 소장 홍대식


『경쟁법연구』 제31권, 한국경쟁법학회, 2015. 5, 85-129면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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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론

 

경쟁법(competition law)은 경쟁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면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어 이러한 행위에 대한 법집행의 근거가 되는 법이다. 한국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이 이러한 의미에서의 경쟁법에 해당된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공정거래법은 경쟁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경쟁법 집행을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ropean Union, 이하 ‘EU’라고 한다)의 경쟁법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금지하는 행위에 대응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EU의 경쟁법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금지하는 행위는 단독행위(unilateral conduct), 협조적 행위(concerted action) 그리고 기업결합으로 구분 된다. 협조적 행위나 기업결합은 그 범위가 비교적 명확하다. 예컨대, 협조적 행위는 사업자 간의 합의(agreement) 기타 이와 유사한 결합에 기초한 행위이다. 여기서 합의는 경쟁사업자 간의 수평적 합의일 수도 있고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거래관계처럼 상하 인접시장에 있는 사업자 간의 수직적 합의일 수도 있다. 그에 비하여 단독행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먼저 단독행위를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행한 행위로 정의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단독행위는 사업자 간 합의에 기초하지 않고 특정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행한 행위라고 상정해 볼 수 있지만, 외형상 합의에 기초한 행위라고 해서 협조적 행위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수직적 거래관계에 있는 사업자 간에는 그들 사업자 간에 시장 또는 거래상의 지위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외형상 합의에 기초한 행위이더라도 어느 일방의 요구에 상대방이 거래관계의 지속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동의해준 것이라면 이를 요구한 당사자의 단독행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행한 행위인지 아니면 다른 사업자와의 합의 하에 행한 행위인지는 어떤 행위가 단독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이보다는 그 행위가 초래하는 경쟁제한적 효과가 어디에서 유래하는가를 기준으로 단독행위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규범의 현실에 더 적합하다. 이러한 기준에 의할 때, 단독행위는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사업자가 갖는 일정한 힘에 의하여 경쟁제한적 효과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다.

단독행위를 이렇게 정의할 때, 미국에서는 셔먼 법(Sherman Act) 2조에 정한 독점화 또는 독점화를 기도하는 행위, 로빈슨-패트먼 법(Robinson-PatmanAct)에 의하여 개정된 클레이튼 법(Clayton Act) 2조에 정한 경쟁제한적 가격차별행위 그리고 휠러-리 법(Wheeler-Lee Act)에 의하여 개정된 연방거래위원회법(Federal Trade Commission Act) 5조에 정한 불공정한 경쟁방법(unfair method of competition) 또는 불공정하거나 기만적인 거래행위 또는 거래관행(unfair or deceptive acts or practices in or affecting commerce)이 단독행위의 범위에 포함된다. EU에서는 리스본 조약(Lisbon Treaty)에 의하여 로마 조약(Rome Treaty)의 명칭이 변경된 유럽연합기능조약(The 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 이하 ‘TFEU’라고 한다) 102조에 정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가 단독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미국, EU EU의 회원국, 특히 독일 법이 국내에 계수되는 과정에서 큰 영향을 준 일본의 사적독점의 금지 및 공정거래의 확보에 관한 법률(이하독점금지법이라고 한다)의 경우 사적독점(3)과 불공정한 거래방법(19)이 단독행위에 해당한다. 이에 대하여 한국 공정거래법상 단독행위의 범위에 포함되는 조항은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3), 불공정거래행위(23)와 재판매가격유지행위(29)가 있다.

한국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는 미국 셔먼 법상 독점화 또는 독점화를 기도하는 행위나 EU TFEU 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응한다. 조문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규정은 EU의 규정과 더 가깝다. 한국의 규정에서 말하는 시장지배력(dominant power)은 미국의 독점력(monopoly power)보다 낮고 EU의 시장지배력과 유사하며, 남용의 유형에 배제남용(exclusive abuse)뿐만 아니라 미국에는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 착취남용(exploitative abuse)도 포함된다는 점에서도 EU와 유사하다. 그러나 사업자의 어느 정도 상당한 시장력(significant market power) 보유를 요건으로 하여 이를 유지 또는 행사하기 위한 경쟁제한적 행위를 규제한다는 점에서는 미국 법의 법리도 한국 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비하여 한국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는 미국 법과 EU 법에서 그대응물을 찾기 어려운 규정이다. 미국의 클레이튼 법상 경쟁제한적 차별행위의 경우 차별행위에 관한 한 사업자의 일정한 힘 또는 능력의 보유가 명시적인 요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인 차별적 취급과 유사하나, 차별적 취급과 달리 행위의 경쟁제한성3)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또한 상품에 관한 차별행위만 대상으로 하여 그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차별적 취급과 다르다. 다만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차별적 취급은 다른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에 비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이하‘공정위’라고 한다)는 물론 법원에서도 경쟁제한성을 중심으로 위법성을 평가하는 일관된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클레이튼 법 규정의 해석 법리는 우리 법의해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클레이튼 법 규정보다 불공정거래행위 규정에 더 영향을 준 규정은 FTC 법 제5조이다. FTC 법 제5조는 불공정한 경쟁방법뿐만 아니라 경쟁 개념을 포함하지 않는 불공정한 거래행위 또는 거래관행도 규제 대상으로 하는데, 이 규정은 일본 독점금지법상 불공정한 거래방법이라는 용어를 통하여 한국 공정거래법상에는 불공정거래행위라는 용어로 수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불공정거래행위는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를 위법성의 표지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외형적으로 경쟁과 관계없는 행위도 규제 대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1994 FTC 법 개정을 통하여 FTC법 제5조의 초점을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구제하는 데에 두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불공정거래행위를 경쟁과 관계없는 행위에 적용하기 위한 법리에 관한한 미국의 관련 법리는 한국 법의 해석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에 비하여 한국의 불공정거래행위 규정의 형성에 보다 직접적 영향을 준 일본 독점금지법상 불공정한 거래방법에 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많은 판례가 축적되고 학설이 발전되어 있어 한국의 판례 법리 형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 연구는 입법사적으로 미국, 독일 및 EU 그리고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 공정거래법상 단독행위 규제가 법리 형성 과정에서 이들 나라에서 발전된 법리에 의하여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에 따라 그 규제가 형성중인 단독행위 규제에 관한 국제 경쟁법으로 수렴(convergence)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로부터 분산(divergence)하고 있는지를 분석, 평가하기 위한 연구이다. 이를 위하여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사건이지만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에 관해서도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포스코 판결의 부당성 판단기준을 주된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의 순서는 먼저 부당성 판단기준의 입법적 기초인 경쟁제한성과 공정거래저해성 관련 규정을 살펴보고(Ⅱ), 공정위로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포스코 판결이 형성된 과정과 그 내용을 분석한 다음(Ⅲ), 국내 및 해외의 학계 및 실무계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포스코 판결의 형성 요인을 분석하고 판결에 대한 평가를 행함으로써, 한국의 단독행위 규제의 현주소를 진단한다(Ⅳ). 이를 통해 이 연구가 지향하는 것은 한국의 단독행위 규제와 국제 경쟁법과의 간격을 좁히기 위한법리 연구 및 개발 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하는 것이다.


『경쟁법연구』 제31권, 한국경쟁법학회, 2015. 5, 85-129면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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