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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독점 이슈는 구글만의 것이 아니다

2016-08-03 15:35:35 0 comments



이정행 (공동창업자 겸 개발자, VCNC)*


나는 안드로이드 개발자다. 2011년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커플을 위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비트윈을 개발했고, 이제 비트윈은 일본,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에서 인기를 얻는 서비스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그리고 앱 시장의 확대와 함께 성장해 온 개발자로서 최근 안드로이드 독점 관련 논의를 보면 깊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지난 4, 유럽 연합(EU)이 안드로이드와 관련해 구글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부과했다는 소식이 여러 매체의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구글은 한국에서도 비슷한 문제로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은 적이 있으나 무혐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EU로부터 이런 소식이 전해진 후 일부에서는 한국에서도 재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것은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할 일이다.

 

2008년 안드로이드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선언된 이후 많은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안드로이드 생태계 조성에 참여했다. 제조사들은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더 빠르게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고, 통신사들은 안드로이드를 통해 더 많은 사용자에게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이제 안드로이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리잡았고, 이러한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원동력은 안드로이드가 취했던 개방적인 정책에 있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개방성은 안드로이드가 파편화의 위험성에 취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안드로이드와 같은 오픈 플랫폼은 그 성격상 호환이 안되는 여러 버전들이 마구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파편화의 심각성을 인지한 구글은 2011년 이후 개발자들이 파편화로 인해 겪는 어려움들을 해소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고, 기존의 문제점을 상당히 해소하는 성과를 거뒀다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구글이 선의를 갖고 시도해온 파편화 방지 노력들이 이제는 안드로이드의 반독점을 보여주는 사안으로 쟁점이 되고 있다.

 

안드로이드 초창기에는 파편화 문제가 심각했고 이것이 개발자들의 가장 큰 골치거리였다. 개발자들은 수 천 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자신이 개발한 앱이 제대로 작동될 지  테스트하는 데 많은 노력을 들여야 했고, 정작 사용자들에게 중요한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는 데는 많은 시간을 쏟지 못했다. 파편화 문제가 더 좋은 안드로이드 앱이 개발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 되었다.

 

이것은 비단 개발자들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들이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앱을 테스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수의 사용자가 사용하는 기기는 상대적으로 외면받게 된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사용자들은 다수의 안드로이드 앱이 잘 동작하는 인기있는 기기를 선택하게 되며, 널리 사용되는 몇몇 기기만 시장에서 살아남게 된다. 결국 중소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며, 다양한 기기 간의 경쟁을 통한 기술 혁신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제조사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의 선택의 자유도 저해하는 것이다.

 

구글은 지난 몇 년간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파편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 중 하나가 제조사들과 협의해 반파편화협약(AFA)과 호환성규정문(CDD)을 채택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를 기기에 적용하는 데 있어서 참고가 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이 파편화 문제없이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안정성 있는 기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지난 몇 년 간의 노력을 통해 안드로이드는 파편화가 심각했던 과거와는 달리 점차 안정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구글이 AFA를 이용해 안드로이드 기기에 자사 앱을 선탑재하도록 강제하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AFA 체결은 제조사의 선택에 달려있고 제조사들이 AFA를 체결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기능을 하는 다른 앱들을 함께 선탑재하는 길도 여전히 열려있다. 사용자가 직접 다른 기본 앱을 다운로드받아 구글 앱들을 대체하도록 설정하는 것도 얼마든지 허용된다.

 

안드로이드 앱스토어 관련 논의도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개발자 입장에서 볼 때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하나의 큰 앱스토어가 있는 것이 편리하다. 하나의 앱스토어에만 앱을 올려도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에게 앱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글이 다른 마켓의 진입을 막는 것도 아니다. 구글은 다른 업체가 안드로이드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통신사를 통해 출시되는 기기의 경우 통신사가 운영하는 안드로이드 마켓이, 삼성에서 출시되는 기기에서는 삼성에서 운영하는 안드로이드 마켓 앱이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그렇지 않은 기기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안드로이드 마켓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미 많은 개발자들이 타겟 유저나 시장성 등 각자의 상황에 따라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아닌 다른 업체의 안드로이드 앱스토어를 함께 이용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개방성을 바탕으로 탄생했고, 현재도 파편화 해결을 통해 고유의 개방성을 지키고 안정적인 생태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드로이드의 성장 과정을 무시한 채 파편화 해소를 위해 이뤄진 노력들을 반독점 행위로 재단하는 것은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반쪽 짜리 해석밖에 될 수 없다.


더욱이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구글만의 것이 아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참여하는 통신사, 제조사, 개발자 그리고 사용자들 또한 이 생태계의 주인이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은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다양한 참여자들의 성장을 저해하거나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EU에서도 신중한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VCNC는 커플을 위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비트윈(Between) 및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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