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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플랫폼 독과점 규제의 쟁점과 규제 방향

2023-06-22 20:04:29 0 comments

디지털 플랫폼 독과점 규제의 쟁점과 규제 방향

 

홍대식 교수(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전문보러가기)


I.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독과점 규제의 기초

 

1. 공정거래법상 독과점규제의 기초

 

 우리나라에서 경쟁법의 성격을 갖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독과점규제는 시장에서의 힘과 시장의 경쟁 상황을 분석하기 위한 규제를 말하는 것으로, 구조규제와 행위규제의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구조규제는 힘을 보유한 사업자의 특정 행위를 매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조에 대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제4(독과점적 시장구조의 개선)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현황 조사, 분석 및 정책 추진의 구조규제 방식의 독과점규제 권한을 부여한다. 다음으로 행위규제는 힘을 보유한 사업자의 특정 행위를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행위에 대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제5(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금지)는 공정위에 구체적인 사건 조사, 분석 및 제재, 시정의 행위규제 방식의 독과점규제 권한을 부여한다.

  공정거래법상 경쟁법으로서의 독과점규제 규범은 시장의 변화와 기술적 발전에 대처하기에 충분할 만큼 유연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평가는 경쟁법이 전제로 하는 시장의 모습과 시장의 규칙으로서 경쟁법이 갖는 역할에서 도출된다. 경쟁법이 전제로 하는 시장의 모습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다수의 사업자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하여 경쟁하는 시장이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서 가격이 시장의 균형추 구실을 한다. 가격의 균형추 구실을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은 시장에서의 경쟁의 규칙이다. 시장의 규칙으로서 경쟁법의 역할은 경쟁의 규칙을 위반하는 반칙행위에 대한 보이는 손으로서 정부의 개입이다. 정부개입의 법적 수단이 경쟁법 또는 반독점법이라고 할 수 있다.

   독과점규제 규범은 관할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미국은 시장에서의 힘에 대한 가장 높은 기준으로 독점력(monopoly power) 기준을 채택한다. 다만 미국은 독점력 보유의 경우만이 아니라 그 보유 시도도 규제대상으로 한다. 미국은 또한 시장의 경쟁 상황 분석에 관하여 경제학적 접근인 소비자 후생 기준(consumer welfare standard)을 위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유럽연합(EU)은 시장에서의 힘에 대한 상대적으로 높은 기준으로 시장지배력(dominant power) 기준을 채택한다. 다만 EU는 시장지배력 보유의 경우만을 규제대상으로 한다. EU에서는 시장의 경쟁 상황 분석에 관한 행태적 접근과 경제학적 접근이 공존한다. 이는 EU의 경우 미국과 달리 행태적 접근에 해당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론과 경쟁 보호 기준(protection of competition standard)도 적용하고 있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적 형태는 유럽연합과 유사하지만, 적용 방식은 발전 과정에 있어 미국 방식과 유럽연합 방식이 교차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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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산업의 도전과 경쟁법의 대응

2016-08-06 13:22:39 0 comments


홍대식(서강대학교 교수)

경쟁법은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사업자의 행위를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분석의 초점은기본적으로 사업자의 어떤 행위가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속성 또는 효과가 있는지에 맞춰진다경쟁법 집행자는 전문가들의 도움과 집행 경험을 통해이런 분석을 위해 어떤 시장에서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규범적 분석 틀을 개발해왔다. 분석 틀의 기본적인 구조는, 경쟁이 제한되는지를 분석하기 위한 단위가 되는 관련 시장을 획정하고 그 시장에서의 경쟁관계를 파악하여 어느 사업자가 시장력(market power) 또는 시장지배력(market-dominant power)을 갖고 있는지를 식별한 후그 사업자의 행위가 시장에서의 경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사업자의 행위가 시장에서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은, 결국 그 사업자와 거래하는 상대방이나 경쟁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통하여 추론될 수 있다. 따라서 경쟁분석은 행위의 제한(restriction of conduct)에 대한 사실적 분석의 단계와 경쟁의 제한(restriction of competition)에 대한 실증적 분석의 단계로 나누어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대법원은 2007년 포스코 판결[1] 이후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행위로 인해 특정 사업자 또는 거래상대방이 입게 되는 구체적 불이익과 경쟁제한의 결과가 나타났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을 개념적으로 구별하고 있다. 전자의 구체적 불이익이 행위의 제한에 대한 사실적 분석의 문제라면, 후자의 사정은 경쟁의 제한에 대한 실증적 분석의 문제에 해당한다.


규범적 분석 틀 적용에서 핵심적인 단계인 경쟁영향 분석을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어떤 사건이나 경제현상이 경쟁, 효율성 및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 모형인 경쟁저해이론(theory of competitive harm)’이 필요하다. 경쟁법 적용 역시 규범적 분석이지만, 경쟁저해이론의 정립을 위해서는 인접학문인 경제학 또는 경영학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전통적인 규범의 세계에서는 어떤 행위가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넘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경쟁법 분야에서 법학과 경제학, 경영학의 건전한 상호작용과 협력이 중요한 이유이다.


경쟁법의 역사가 길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법학과 경제학 모두에 정통한 학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필자도 대학 시절부터 법학만을 전공해왔고, 공식적인 경제학 공부는 학부 때 4강좌와 대학원 때 1강좌를 수강한 것이 전부이다. 굳이 더 보태자면, 사법시험 1차 시험에 경제학이 필수과목이었던 시절에 시험을 치러 수험용 경제학 공부를 한 것 정도를 들 수 있다. 경쟁법학자로서 경제학자와의 원활한 상호작용과 협력을 위하여 필자 정도의 경제학 배경으로 충분한지는 언제나 의문스럽다. 그러나 국내 경쟁법 발전의 과도기에 참여하는 한 사람으로서 후학을 위한 다리놓기에 충실하자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다.


인접학문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경쟁법 적용은 엄연히 규범적 판단 작업이다. 특히,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에서 경쟁저해이론의 원천을 제공하는 경제학적 분석은 하나의 방향으로 귀결되지 않고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규범의 세계에서는 그러한 분석으로 인한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도구로서 법적 논증 과정에서 일련의 대리변수와 단축경로를 발전시켜왔고, 이들 대부분은 번복 가능한 추정 법리의 형태를 띠고 있다. 예컨대, 대법원은 가격담합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합의의 내용 자체로 합의에 경쟁제한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 쉽게 드러나므로 적법한 시장획정을 전제로 한 정확한 시장점유율이 산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경쟁제한성 판단의 구체적 고려 요소를 종합하여 경쟁제한성을 인정할 수도 있다고 판시[2]하고 있다. 이는 관련시장획정을 경쟁제한성 판단의 요건으로 하고 있는 우리 공정거래법 체계 내에서 관련시장획정과 경쟁제한성 판단과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는 추정 법리 발전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경쟁법은 시장이 형성되어 그 기능이 일정한 정도로 작동되는 한, 어떤 시장에도 적용될 수 있는 시장의 법이다. 산업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시장의 외연은 자꾸 넓어지고 있기 때문에 경쟁법의 적용 영역 역시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21세기의 변화된 산업 환경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로 대두되는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산업 영역에서 형성·발전되는 시장에서도 경쟁법 적용의 가능성과 그 방식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매우 유력한 견해 중 하나는 전통적인 산업에서의 상품 생산 및 서비스 제공의 구조와 방식, 사업 모델, 그리고 경쟁양상에 맞게 정립된 전통적 분석 틀을 ICT 산업 영역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이다. 필자도 이런 견해에 동의한다. 그러나 문제는 경쟁법학자로서 이런 견해에 대한 동의 표명만으로 멈출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경쟁법 적용의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과 경쟁법 적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ICT 산업 영역에서는 전통적 분석 틀에서 통용되던 관련시장획정, 시장력 또는 시장지배력 판단, 진입장벽 또는 확장장벽, 경쟁제한효과, 효율성에 이르는 모든 판단 단계에서 새롭거나, 적어도 수정된 접근 방식을 필요로 한다. 이 영역에서는 기본적으로 적절하게 정의된 시장에서 어느 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수평적, 수직적 관계로 시장참여자들 간의 관계를 단순화하고, 성과로서의 가격 위주로 경쟁영향을 평가하기가 어렵다. 상품 생산 또는 서비스 제공 방식이 다양한 모듈화를 통해 흔히 ‘C-P-N-D(Contents-Platform-Network-Device)’로 묘사되는 수많은 사업자들 간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사업 모델과 경쟁양상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경쟁법 적용 여부의 판단뿐만 아니라 개입의 방식 결정에도 영향을 준다. ICT 산업 영역에서는 문제가 되는 행위가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경쟁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관련 시장을 넘어 생태계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특정 사업자의 사업 모델의 핵심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개입이 이루어질 경우, 그로 인해 경쟁구도에 미치는 영향이 사업자 간에 공평하게 일어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경쟁법이 ICT 산업의 도전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경쟁법이 채택하는 전통적 분석 틀은 전통적인 산업의 구조화 방식인 단면시장을 전제로 할 뿐만 아니라 동질적인 상품시장을 전제로 개발된 것이다. 그러나 차별화된 상품이나 제품 통합의 상황, 프랜차이즈, 양면시장형 사업 모델과 같은 새로운 사업 모델에 대하여 그 분석 틀을 조정하거나 확장하는 방식으로 성공적으로 대응한 선례가 존재한다. 다만, 점점 더 분석의 복잡성과 위법오판의 위험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경쟁법 적용에 관여하는 집행자와 전문가들에게 지적 탐구와 인지적 능력 향상을 위한 요구는 한층 강화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통적인 산업의 경쟁환경에서 익숙해진 경쟁의 모습을 전제로 하여 시장에서의 경쟁은 이래야 한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문제되는 행위가 없었다면 과연 경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라는 질문에 충실하게 상황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ICT 산업은 우리가 일찍이 상상하지 못했던 기술과 사업 혁신을 통해 역동적인 시장을 창출해가고 있다. 또한 전통적 사고로 볼 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행위가, 사실은 그러한 시장 창출의 핵심적인 요소일 수 있다. 그 요소를 경쟁법의 이름으로 개입하여 제거할 경우, 우리의 현실은 드로리안(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일어나야 할 사건을 막은 후, 자신이 살던 현재가 뒤죽박죽이 된 것을 알아채고 당혹감에 빠진 마티 맥플라이[영화 ‘Back To The Future’ (1985)의 주인공]의 처지가 될 지도 모른다.



[1] 대법원 2007. 11. 22. 선고 20028626 전원합의체 판결.

[2]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2882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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