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장에서 자율규제의 이해

작성자 관리자   |   2023-06-15 21:56:39

디지털 시장에서 자율규제의 이해


이 승 민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전문보러가기)

 

 I. 들어가며

  자율규제는 오래 전부터 널리 사용된 용어이지만 그 개념이나 외연이 분명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자율규제는 특히 인터넷과 관련하여 널리 활용되어 왔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시장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간 다소 제한적으로 활용되던 자율규제가 2020년부터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다시 논의선상에 등장하게 되었다. 2019년에 ‘EU P2B 규칙이 제정되어 온라인 중개거래에 있어 투명성ㆍ공정성이 강조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여기에 대규모유통업법의 여러 사전규제를 오픈마켓에 적용하는 내용의 규율이 더해진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에 관한 법안들과 여기에 이용자 보호의 관점이 더해진 법안, 그리고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현 정부가 취임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방향이 자율규제로 전환되었지만, 자율규제라는 개념 자체가 명확히 정의되기 어려운데다가 정부, 민간, 학계에 이르기까지 자율규제에 대한 이해 자체가 상이하다보니 현재 자율규제 체제의 마련과 시행을 둘러싸고 새로운 혼란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한 기존의 논의는 그 방점이 자율규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규제 필요성의 실증 여부에 있었던 것이고 자율규제도 규제이기 때문에 자율규제가 당연히 도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시장 독점이 문제되는 경쟁법 영역에서는 자율규제가 시장 독점의 해소 내지는 완화수단으로 유효하게 작동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율규제가 온라인 플랫폼 전반에 확산되어야 할 이유도 없고, 나아가 온라인 플랫폼 이외의 모든 산업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필요도 없다.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에도 자율규제가 적합한 영역, 즉 시장의 실패나 사회적 해악의 발생 위험이 분명하거나 현저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규제의 필요성을 완전히 부정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자율규제를 유연한 규제수단으로 적절하게 활용하면 될 뿐이다. 반면, 자율규제가 필요한 영역에서는 진정한 자율이 보장되어야 하고, 자율규제가 정부의 책임성을 약화시키거나 정부의 권한을 우회적으로 확대하는 수단으로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규제가 국정과제로 선정됨을 계기로 정부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자율규제 성과 내기에 나서거나, 진정한 자율이 아닌 장식적 자율만을 허용하려는 것 아닌지 하는 우려된다. 자율규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나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자율규제는 규제 체계의 혼선과 자율규제에 대한 왜곡을 가져오고 규제의 품질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중략) 



급격한 기술 발전과 전문화, 시장의 디지털화ㆍ글로벌화와 같은 현상은 국내 규제 체계에도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제 연성규범이나 자율규제는 규제 체계의 한 축을 이룰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자율규제는 필요한 분야에서 적절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으며, 자율규제가 어느 영역에서든 보편ㆍ타당한 원칙이 된다거나 절대선이 될 수는 없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온라인 플랫폼의 모든 분야가 자율규제의 대상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고, 온라인 플랫폼을 각 분야별로 세분하여 자율규제가 적합한 곳을 선별한 다음, 해당 분야의 특성에 맞는 자율규제 방안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tags  
자율규제
전자상거래법
디지털시장
온라인플랫폼규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