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공정거래정책에 대한 제언: 온라인 플랫폼 분야를 중심으로

작성자 관리자   |   2022-06-27 23:41:21


새 정부의 공정거래정책에 대한 제언:

온라인 플랫폼 분야를 중심으로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홍대식


이 글은 공정경쟁연합회 『경쟁저널』 제211호(2022. 5.)에 실려 있는 글입니다.

 

202253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다. 110개의 국정과제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 비전으로 하여, 국익, 실용, 공정, 상식을 국정운영 원칙으로 하는 5대 분야별 국정목표와 그와 연결되는 20개 약속의 세부적인 실행계획을 구성한다. 110개의 국정과제 중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업무와 관련된 항목은 모두 3가지이다. 그것은 29번 과제인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경제 활성화, 30번 과제인 공정거래 법집행 개선을 통한 피해구제 강화, 33번 과제인 불공정거래, 기술탈취 근절 및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확산이다(33번 과제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 3가지 과제는 모두 경제 분야 국정목표인 [국정목표2]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와 그와 연결된 [약속06] ‘중소·벤처기업이 경제의 중심에 서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의 세부적인 실행계획에 해당한다.

 

민간 주도, 정부 지원의 기조가 공정위 정책에 시사하는 점

 

새 정부의 경제 분야 국정목표의 키워드는 민간 주도(‘민간이 끌고’), 정부 지원(‘정부가 미는’)이다. 역동성과 경제 활력, 혁신 역량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국정 비전에서부터 분명히 한다. 인수위원회의 발표문에서는 이것이 경제의 중심을 기업과 국민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선언한다. 이는 문재인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라고 생각되는데, 이견도 있을 수 있다. 문재인정부의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도 201910월 발표한 대정부권고안에서 민간 주도, 정부 조력을 정부가 지향해야 할 3대 기본원칙 중 하나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다만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에 제시된 경제분야 국정목표, 전략과 국정과제에서는 정부가 경제의 방향을 설정하고 정책을 통해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었고,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대정부권고안이 문재인정부에서 채택되었다는 명시적인 근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가 전환이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경제의 중심 변화를 천명한 것은 공정위를 포함한 경제부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정위의 정책은 실질적으로 경쟁정책, 공정거래 및 거래공정화정책, 대기업집단정책, 소비자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경쟁정책과 대기업집단정책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공정거래 및 거래공정화정책은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과 같은 거래공정화 4법에, 소비자정책은 소비자관련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공정위의 홈페이지에서는 공정위의 정책을 근거 법률에 따라 경쟁정책(공정거래법), 소비자정책(소비자관련법), 기업거래정책(거래공정화 4)으로 구분하고 있으나, 공정거래법에 근거한 경제력집중억제, 부당내부거래와 불공정거래행위 관련 정책이 본래적 의미의 경쟁정책과 관련성을 갖고 수행되지 않는다면 이런 구분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이 중에 공정거래 및 거래공정화정책과 대기업집단정책이 상대적으로 강조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그 주된 정책수단은 정부가 법령 또는 연성규범(soft law)을 통해 공급한 규칙과 거래 모델을 민간이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이를 민간이 참여하는 자율적 개선 방향이라고 이해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이는 새 정부가 지향하는 민간 주도, 정부 지원의 기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거래공정화정책의 온라인 플랫폼 분야 확대 추진 전략의 수정 필요성

 

문재인정부의 공정위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20206월 이후 추진된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근절 및 디지털 공정경제 정책이었다. 이 정책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 추진, ② 「전자상거래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소법’) 개정 추진,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제정 추진이라는 3가지 실행계획으로 구성되었고,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안 입법예고(20209) 및 국회 제출(20211), 전소법 개정안 입법예고(20213)와 심사지침 행정예고(20221) 등으로 구체화되었다. 공정위의 2022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도 이 실행계획이 핵심과제인 디지털경제에서의 경쟁촉진 및 소비자권익 증진의 실천과제인 디지털 공정경제의 기본규범 제도화의 세부 내용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비록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이 정책의 계속 추진 여부에 대한 명시적인 설명이 없더라도 새 정부에서 이 정책이 원래의 모습으로 계속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정책은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기존의 수직적 가치사슬(value chain)로 연결된 파이프라인 경제에 대응하여 설계, 발전된 거래공정화정책을 비록 완화된 형태이나마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 확대 적용하는 형태로 설계된 것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디지털 공정경제 정책을 구체화하는 대표적인 법안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안에는 공정위 관계자들이 스스로 이 법안의 핵심으로 꼽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에 대한 필수기재사항이 포함된 서면계약서 작성교부의무 규정이 있는데, 역설적으로 이 규정은 법안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이 규정이 사전규제 성격을 갖는다는 비판에 대한 공정위의 공식 입장은 수십차례에 걸쳐 발표한 보도설명 또는 해명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공정위의 공식 입장은 첫째, 서면계약서 작성교부의무 규정은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하여 전통적인 사전규제 방식과 다르게 설계된 최소한의 장치이고, 둘째, 다른 거래공정화법과 달리 약관동의방식을 통한 계약 체결도 인정할 방침이며, 셋째, 상품노출순서 결정기준은 입점업체 이해관계에 직결되는 중요한 거래조건이라는 점에서 입점업체의 예측가능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하도록 했을 뿐, 알고리즘까지 공개하도록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요약하면 기존에 하도급거래, 가맹사업거래, 대규모유통업거래에 적용했던 사전규제의 틀을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 적용하면서 그 규제의 내용과 강도를 정책적으로 조절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안이 정의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이 참여하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그 운영과 질서 유지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의 원칙 및 규칙 확립과 그 실행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이를 감독하기 위한 투명성(transparency)과 책무성(accountability)을 높이는 제도적 방안이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정책적 대응이다. 그러나 비록 온라인 플랫폼이 사업 대상으로 하는 분야와 유사한 오프라인 사업을 상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사업 방식에는 네트워크 효과 창출과 유지, 확대를 위한 양면시장의 구조와 사업모델 설계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개방성과 신뢰의 균형을 유지할 유인이 있고 균형을 잡기 위한 방안에는 수많은 다양성과 변수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사업 형태나 방식이 비교적 정형화된 사업분야에서 발전된 투명성, 책무성 논리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제도를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 그대로 이식하고 플랫폼 유형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적용할 경우 그 효과가 비대칭적으로 발생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공정위의 기존 거래공정화정책은 정부가 해당 사업 형태나 방식에서 필요한 계약사항을 잘 파악하고 규율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정부가 시행령 규정으로 정한 계약사항을 사업자가 서면으로 작성하여 교부할 의무를 부과하고 그 의무 이행 여부를 서면실태조사와 같은 제도적 수단을 통하여 감독하고 형식적 위반이 있으면 제재하는 방식으로 실행되어왔다. 이런 방식은 정부가 공급하여 권장하는 표준계약서나 정부가 정한 내용에 따라 자율적인 형태로 체결되는 상생협약과 결합된다. 이와 같은 정책 실행 방식은 정부의 명령·지시적 방식의 규제(command and control regulation)보다는 완화된 것이지만, 정부가 사업자의 행동규범 공급자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자율규제(self-regulation)와는 거리가 멀고 자율준수(self-discipline)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플랫폼 분야에서의 공정거래질서 확립과 관련하여, ‘선 자율규제, 후 상황에 따른 최소규제라는 기조하에 자율규제를 토대로 필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 실행 방식을 채택한 거래공정화정책을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 확대하는 취지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안 추진 전략은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

 

자율준수가 아닌 자율규제, 어떻게 할 것인가?

 

공정위가 담당하는 공정거래정책 영역에서도 자율규제의 모델이 이미 존재한다. 공정거래법 제45조 제5, 6항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부당한 고객유인 방지를 위한 자율규약을 제정하여 공정위에 심사를 요청하는 근거를 두고 있고, 가맹사업법 제15조에는 가맹본부 또는 가맹본부 사업자단체가 가맹사업의 공정한 거래질서 유지를 위한 자율규약을 제정하여 공정위에 심사를 요청하는 근거를 두고 있다. 다만 이런 법적 근거에 기반을 둔 자율규제 활동이 활성화되지는 못해 가맹사업 분야의 경우 2002년 법 제정 때부터 법적 근거가 있었음에도 실제로 자율규약 제정 심사요청과 승인이 이루어진 것은 2018년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사례가 최초였다. 더욱이 거래공정화 4법 중 자율규제의 법적 근거를 둔 법률은 가맹사업법이 유일하다. 다른 법률(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에는 그 대신 정부가 표준계약서 제정의 방식으로 사업자의 행동규범 공급자의 역할을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안의 경우 자율규약 방식이 아니라 표준계약서 방식을 따르고 있는데, 이는 가맹사업거래보다도 더 생태계 구성원 간의 협력적인 성격이 강하고 사업 유형도 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분야 거래의 특성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에 특유한 공정거래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출발점은 민간 중심, 정부 지원의 자율규제 방식이 되어야 한다. 이 방식에서는 법령에 의하여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여 제정하는 자율규약이 중심이 된다. 이 자율규약의 제정에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뿐만 아니라 이용사업자도 참여하되, 이해관계자가 직접 협의해서 할 수도 있고 자율기구를 구성해서 이를 통해서 할 수도 있다. 정부의 역할은 자율규약의 제정 또는 자율기구의 구성을 승인하고 그 이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며 이행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된다. 또한 자율규제의 법적 확실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관련 법률에 근거 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정위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안을 마련할 때 참조하였다고 밝힌 유럽연합의 법률도 이와 같은 자율규제 또는 공동규제(co-regulation)의 틀을 규정하면서 그 틀 내에서 실증적인 검토를 통하여 법적인 투명성 의무가 부과되는 범위를 정하는 입법 방식을 취한 점에서 공정위 법안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향후에 기존 법률의 개정이든 새로운 법률의 제정이든 온라인 플랫폼 특유의 규율을 도입할 경우에는 법적인 투명성 의무를 어느 범위에서 부과할 것인지, 즉 의무화된 서면계약서에 포함되는 필수기재사항이 몇 개고 어떤 항목이 되어야 하는지라는 2차적인 쟁점에 앞서 규율의 틀을 자율규약 방식인 자율규제로 할 것인지 표준계약서 방식 또는 상생협약 방식인 자율준수로 할 것인지라는 1차적인 쟁점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자율규제를 선택하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을 민간 중심, 정부 지원의 취지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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