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의 공동규제 방식에 의한 공정거래 규제

작성자 관리자   |   2019-05-27 18:09:54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의 공동규제 방식에 의한 공정거래 규제

(Fair Trade Regulation by Co-regulatory Methods in the Internet Service Market)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ICLE 법경제연구소 소장 홍대식


『경쟁법연구』 제29권, 한국경쟁법학회, 2014. 5, 401-431면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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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제기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정보가 유통되는 장으로서의 인터넷을 가장 잘 특징짓는 말은 인터넷은 자율과 자유가 보장되는 곳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인터넷이 모든 형태의 규제(regulation)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규제라고 할 때 흔히 정부규제를 비롯한 공적 규제를 먼저 연상하지만, 사실 규제라는 용어의 문자적인 의미는 규칙의 제정, 또는 그렇게 제정된 규칙을 지칭하는 것이므로, 공적 규제가 없는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넓은 의미에서의 규제는 존재한다. 자율과 자유 역시 원칙적으로 규칙을 기반으로 한 자율과 자유 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이 자율과 자유가 보장되는 곳이라고 할 때 이를 넓은 의미의 규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에서의 규제는 공적 규제와 달리 참여자들에 의하여 자율적으로 제정된 규칙을 기반으로 한 규제가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인터넷 규제의 영역에서 유난히 자율규제(self-regulation)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순수한 의미의 자율규제는 해당 영역에서 규제의 기반이 되는 규칙의 제정이나 그 집행 과정에서 정부가 전혀 관여하지 않는 민간 자율적인 규제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영역에서 자율규제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정부의 관여(governmental intervention)라는 공적 규제의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터넷 영역에서의 규제 역시 공적 규제의 요소와 사적 규제의 요소를 함께 가진 형태의 규제 방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문헌에 따라서는 자율규제라는 말을 쓰면서 정부가 규칙 제정 등 규제의 형성이나 그 집행, 또는 규제의 근거 부여에 관여하는 경우 그 관여 정도나 방식에 따라 위임된 또는 명령적 자율규제(mandated self-regulation), 승인적 자율규제(sanctioned self-regulation) 그리고 강제적 자율규제(enforced self-regulation)로 구분하고, 정부의 관여가 전혀 없는 자발적 자율규제(voluntary selfregulation)와 구별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의 방식에 의하면, 자율규제와 대비되는 공동규제는 전통적으로 정부 영역에 해당하였던 규제 영역에 민간 영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부 영역은 이러한 민간 영역의 활동과 역할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협력지원함으로써 규제의 합리화와 효율성을 추구하는 규제방식만을 가리키게 된다. 이러한 정의 방식은 정부의 관여 여부가 아니라 규제의 주도권을 누가 갖고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자율규제와 공동규제를 구별하게 된다. 이에 대하여 이 연구는 정부의 관여 여부를 자율규제와 공동규제의 구별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입장에 선다. 이 연구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의 관여가 있는 규제는 모두 공동규제의 범주에 포함되고 정부의 관여가 전혀 없거나 형식적인 수준에머무르는 경우만을 자율규제라고 할 수 있다.

자율규제의 개념에 공동규제의 개념을 포함시켜 혼용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첫째, 기존에 주류를 차지하던 정부의 명령지시적 방식의 규제(command and control regulation)에 대한 저항으로 그 대안인 자율규제를 강조하기 위하여 정부의 관여가 일정 부분 있는 규제도 자율규제로 포섭하여 자율규제로 분류하려는 경향이 있다. 둘째, 규제라고 할 때 이를 명령지시적 규제와 동일하게 인식하는 데 익숙한 정부의 실무자들과 학계의 연구자들이 민간의 자발적인 요소가 포함된 규제는 그와 구별하여 자율규제로 이름붙인 측면이 있다. 특히 공유와 협력, 참여라는 기치를 내세운 인터넷 영역에서는 자율과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당위적 요청과 결합하여 규제적 요소가 있더라도 이를 자율규제의 테두리 내에서 이해하려는 경향이 강하였다.

그러나 인터넷이 급속하게 대중화, 상업화하면서 인터넷 영역에서의 규제를 더 이상 확장된 의미에서의 자율규제로 이해할 수는 없게 되었다. 인터넷 영역에서 규제가 이루어지는 대상도 다면플랫폼(multi-sided platform, “MSP”)으로서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참여자들 사이의 이해관계 조정에 그치지 않고 보다 사회적인 쟁점인 정보 내용의 유해성, 광고의 허위기만성, 개인정보보호, 정보보안, 저작권 보호 등 확대일로에 있고, 그에 따라 인터넷 영역에서의 규제가 다른 영역에서의 규제와 달리 취급되어야 할 근거가 점점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도 정부의 관여가 전혀 없는 자발적 규제만으로는 복잡해지는 인터넷상의 분쟁에 대처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그에 따라 이제 문제는 더 이상 인터넷을 규제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 또는 인터넷 영역에 정부의 관여를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에 어떠한 종류의 규제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 또는 인터넷 영역에 대한 정부의 관여를 전제로 하여 그 관여 정도를 어떻게 하고 공적 규제의 요소와 사적 규제의 요소의 역할 배분과 결합 방식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이 연구는 인터넷 영역에 대한 규제가 기본적으로 공동규제의 형태를 가져야 한다는 전제 하에 구체적으로 가능한 공동규제의 형태가 어떤 것이 있는지에 관한 이론과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특히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는 거래의 영역에서의 공정거래 규제를 공동규제의 형태로 구성하는 방식에 적용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존에 공동규제의 적용 대상으로 주로 논의되었던 내용규제, 광고 규제, 이용자 보호 규제가 명령지시적 방식의 규제를 공적 규제의 요소로 갖고 있는 것과 달리 공정거래 규제는 시장을 활용한 통제(market-harnessing control)라는 점에서 다른 규제와는 성격이 달라 다른 규제가 공동규제의 규제 형태를 필요로 하는 것과는 규제 기반이 다르다. 그러나 공동거래 규제의 경우에도 불확실성과 거래비용, 기준과 원칙 발전의 어려움 등의 규제의 비효율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 영역에서도 이러한 규제의 비효율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이 된다는 점에서 사적 규제의 요소를 도입하고 확대하는 공동규제 방식을 검토해보는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쟁법연구』 제29권, 한국경쟁법학회, 2014. 5, 401-431면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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