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에 대한 제언: 기업집단법제를 중심으로

작성자 관리자   |   2019-04-04 19:59:38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에 대한 제언: 기업집단법제를 중심으로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홍대식

(서강대학교 ICT법경제연구소 소장)

 

Ⅰ. 들어가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18. 5.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시대상기업집단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지정, 발표하였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으로서 60개가 지정되었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이 중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으로서 32개가 지정되었다.⑴ 이러한 지정은 연례적으로 일어나는 것이지만, 2018년의 경우 특히 두 가지 점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삼성과 롯데의 동일인(그룹 총수)이 종전의 동일인이 생존하고 있음에도 변경된 점이고, 다른 하나는 IT 기업집단으로서 넷마블이 카카오, 네이버, 넥슨에 이어 4번째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점이다.

  언론에서는 대체로 법에 규정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공시대상기업집단’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전자를 ‘대기업집단’으로 후자를 ‘준(準)대기업집단’으로 지칭하여 제도의 취지에 충실한 보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일부 언론 매체는 공시대상기업집단도 ‘재벌’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재벌’이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지배 구조가 후진적인 전통적 대기업집단을 지칭하는 대명사처럼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용어 사용의 혼란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법제는 흔히 ‘재벌’로 지칭되는 일단의 기업집단의 지배 구조의 문제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실제적, 잠재적 위험 요인이라는 인식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재벌이 기업집단법제의 적용 대상이 되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기업집단과는 동의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집단법제의 개선을 재벌 개혁과 같은 의미로 이해할 경우 지배 구조 개선 유도가 필요한 상위 재벌에게는 실효성이 없고 지배 구조의 문제가 크지 않은 기업집단, 특히 글로벌 경쟁에서 대외적 평판이 중요한 IT 기업집단에게는 과잉규제가 되는, 그 동안의 시행착오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이 글에서는 공정위가 2018. 3. 15. 출범시킨 ‘공정거래법 개선 특별위원회’에서 기업집단법제분과의 논의 과제로 제시된 5개 과제를 중심으로 기업집단법제의 전면 개편 방안의 착안점과 방향을 검토하기로 한다.


Ⅱ. 기업집단지정제도 개편

 

  현재 공정거래법상 특별한 규제의 적용을 받는 기업집단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공시대상기업집단 2개 유형이고, 그 지정 기준은 해당 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회사들의 자산총액의 합계액으로 단순화되어 있다(공정거래법 제14조 제1항, 동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제2항).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개념은 2002년 4월 기업집단지정제도가 종전의 상위 30개 순위 방식에서 자산총액 기준으로 변경되면서 처음 도입되었다. 도입 당시에는 이 유형의 기업집단의 지정 기준이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이었으나, 2008년 7월에 5조 원 이상으로 증액되고 2016년 9월에 다시 10조 원 이상으로 증액되었다. 이에 대하여 공시대상기업집단 개념은 2017년 4월 법 개정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정 기준인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은 법에 직접 규정되어 있는 반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지정 기준인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은 법의 위임에 따라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고, 3년마다 재조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에 대해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에 적용되는 규제 중 일정한 공시의무,⑵ 주식 소유 현황 등의 신고의무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행위 금지 규제가 적용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나 공시대상기업집단 개념이 도입되기 전에는 대규모기업집단 또는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 개념이 사용된 적이 있었다. ⑶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공정거래법상 특별한 규제의 적용을 받는 기업집단의 개념은, 외형적으로는 적용되는 규제의 유형이나 범위가 변화함에 따라 변천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상위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이 증가하자 지정 기준을 변경하면서, 공정위의 현황 파악 대상이 되는 기업집단 숫자를 조절하기 위하여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986년에 공정거래법에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규제가 도입되었을 때부터 지정 자산 기준에는 몇 차례 변경이 있었지만, 이러한 법률과 규제는 항상 상위 30~60개의 기업집단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⑷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으로 증액되기 직전인 2016년 4월에는 적용 대상 기업집단 숫자가 65개에 이르렀는데, 이 지정 기준이 경제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정위 스스로도 상위 30대 민간집단을 그룹화하여 현황을 분석하는 상황⑸이었다. 그에 따라 2016년 9월 시행령 개정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기준액이 증액되어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10조 원 미만인 기업집단은 규제 적용 대상에서 일단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2017년 4월 법 개정과 2017년 7월 시행령 개정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 개념이 도입됨으로써 다시 규제 적용 대상은 확대되었다.⑹ 공정위 발표에 의하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수는 2017년 9월 현재 57개이고,⑺ 2018년 5월 현재로는 60개인 점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지정 기준 재조정이 가능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는 달리,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경우 법에 지정 기준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그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의 현황 등에 관한 정보 공개를 할 수 있도록 한 규정(법 제14조의5)에 따라 ‘기업집단정보포털’이라는 정보 시스템⑻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단순히 ‘대규모기업집단’이라고 지칭하면서 지정된 기업집단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하여 공시한 자료를 토대로 일반 현황, 소유 지분 구조, 지배 구조 현황 등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공시의무는 「자본시장법」상 기업공시제도에서 정한 공시의무⑼보다 그 범위가 훨씬 넓기 때문에, 공정위의 정보 시스템을 활용하면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현황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해당 회사의 집행 준수 비용과 자신의 집행 비용을 들여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목적에 맞게 이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업공시제도와는 달리, 기업집단의 소유지배 구조 개선과 투명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시의무 규제는 일단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이라는 지정 기준을 충족하면 자산총액이 400조 원에 이르는 기업집단 삼성에 대해서든 자산총액이 5조 원을 약간 상회하는 기업집단 한솔에 대해서든 동등하게 적용된다. 과거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의 경우 제도의 취지에 맞게 내부 견제 시스템을 잘 갖춘 기업, 소유 구조가 단순하거나 소유와 지배 간 괴리가 작은 기업집단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정보통신 관련 산업, 생명공학 활용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우에는 규제의 예외를 인정하였던 것과 같은 유인책도 없어 유인합치성(incentive compatibility)이 결여되어 있다. 그에 비하여 세계 어느 나라의 공시제도에서도 유례가 없을 만큼 상세한 정보 공개로 인하여 업종에 따라서는 부작용도 우려된다.⑽ 따라서 자연적인 사업 규모의 확대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후에는 사업 규모가 줄어들기 전에 탈출구가 없는 현재의 경직된 운영을 탈피하기 위한 보완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Ⅲ. 지주회사제도 개편

 

  공정거래법은 1986년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규제를 도입하면서 지주회사의 설립·전환을 금지하였다가, 1999년 2월 일정한 요건 하에 이를 허용하기 시작하였다. 1999년 12월 일시적으로 폐지되었던 출자총액 제한 규제가 부활한 후, 지주회사의 설립·전환은 그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각광받게 되었다. 2002년 1월 법 개정으로 지주회사에 대해서는 출자총액 제한 규제에 대한 적용 제외를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제 혜택까지 더해져 기업집단 LG와 SK를 비롯하여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어 있던 다수의 기업집단이 지주회사형 기업집단으로 전환하거나, 기업집단 내부에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2009년 3월 출자총액 제한 규제가 폐지된 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형 기업집단을 유지하는 실익은 분명하지 않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정 기준이 소속 국내회사의 자산총액 합계액이 5조 원 이상인 반면, 지주회사형 기업집단의 경우 지주회사의 자산총액이 5,000억 원 이상이면 그 지주회사 및 이를 정점으로 기업집단을 이루는 자회사와 손자회사 등은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받게 된다. 2017년 9월 말 기준으로 공정거래법상 요건을 갖추어 공정위에 신고된 지주회사는 139개이고, 이 중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소속된 지주회사는 41개이다.⑾

  공정거래법에서 지주회사형 기업집단에 대하여 매우 강력한 규제 수단이었던 출자총액 제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유인책을 제공한 이유는, 과거 보편적이었던 순환출자 구조보다 지주회사 구조가 소유지배 구조에 있어서 투명성이 높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더 이상 유인책이 제공되지 않고 행위 규제만 있는 현재의 제도 하에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제도를 유지할 필요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현재의 규제 대상은 기업집단 단위가 아니라 지주회사 단위로 되어 있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은 지주회사 다수도 규제 대상이 되는 현실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주회사의 자산총액 기준을 변경하는 미봉책보다는 기업집단 단위로 그 기준을 변경⑿하여, 적어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소속된 지주회사에 한정하여 규제 대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주회사 및 그 회사를 정점으로 한 자회사와 손자회사 등에 대한 행위 제한 규제의 목적이 지주회사가 경제력 집중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함과 함께 소유지배 구조의 건실성 유지에 있다면,⒀ 현재의 규제 내용이 그에 부합하는 것인지 면밀히 검토하여 개선할 필요가 있다.

 

Ⅳ. 순환출자, 금융․보험사, 공익법인 등 출자 규제 개편

 

  공정거래법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를 대상으로 하여 상호출자 금지(제9조), 순환출자 금지(제9조의2), 계열회사간 채무보증 금지(제10조의2),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제11조)과 같은 사전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가 공정거래법의 목적 중 하나인 경제력 집중 억제에 적합한 수단인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⒁ 공정위가 주도하는 전면 개편 작업에서 현재의 규제 수준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최근 공정위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운영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자료 제출을 요청하였다고 발표한 것⒂에 비추어 볼 때, 현재 출자와 관련하여 특별한 규제가 없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이라 한다)상 공익법인에 대한 출자 규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법상 공익법인은 기업집단을 구성하는 계열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집단에 ‘소속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동일인 및 동일인 관련자가 30% 이상 최다출연자이거나 설립자인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와 동일인 및 동일인 관련자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는 동일인 관련자의 하나이기 때문에(영 제3조 제1호), 공익법인이 보유한 회사 지분도 계열회사 여부 판단을 위한 지분율 기준에 포함된다.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이나 그 친족이 보유 주식을 출연하는 방식으로 공익법인을 설립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들 공익법인이 보유한 지분은 원칙적으로 편법적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기초로 한 규제가 설계될 경우는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총수 일가가 그에 비례한 출자 여력을 갖지 않는 한 지분 비율이 감소할 수밖에 없고, 후손이 상속세 및 증여세를 부담하게 될 경우 그 지분 비율은 더욱 감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어떤 기업집단의 총수 일가도 그 지배권을 합법적으로 승계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고, 총수의 사망이나 유고 시에 기업집단 내부에서 지배 구조를 둘러싼 진통을 겪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규모기업집단들에서 총수 자녀들간 분쟁이 유난히 많이 발생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총수가 자신의 지분을 출자하여 공익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은 사회적 기여와 함께 지배권의 합법적 승계를 위한 제도적 창구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예컨대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유족이 잡스의 사후, 스티브 잡스 트러스트를 물려받아 잡스가 지분을 보유하였던 애플과 디즈니사의 대주주로서의 지배권을 갖고 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증세법이 공익법인 출연에 대하여 세제 혜택을 주면서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공정거래법상 어떠한 규제가 도입될 것인지는 현재로서 예상하기 어렵지만, 합법적인 지배권 승계를 위한 마지막 통로도 물샐 틈 없이 막아버리는 불합리한 규제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Ⅴ. 기업집단공시제도 개편

 

  기업집단공시제도 개편과 관련하여서는 해외 계열회사 관련 공시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해외 계열회사는 현재의 공시제도 하에서도 그 현황이 공시 대상에 포함된다(영 제17조의11 제1항). 또한,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에는 국내 및 해외 계열회사가 모두 포함되므로, 계열회사 또는 특수관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거래도 공시 대상이 된다.(16) 이처럼 이미 공시의무 규제는 매우 넓은 범위의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하여 상당히 촘촘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은 외국계 기업을 통하여 국내 회사를 지배하는 방법 정도를 예상할 수 있는 정도이다. 물론, 현재의 제도 하에서는 실질적으로는 해외 계열회사임에도 그에 규제가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겠지만, 이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 위하여 해외 사업 비중이 높거나 IT 분야 등 혁신경제 발전을 위하여 성장을 촉진해야 할 분야에 불필요한 규제를 확대하는 일은 없도록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

 

Ⅵ.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행위 규제 개편

 

  공정거래법상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사후규제로는 부당지원행위 규제(제23조 제1항 제7호)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금지 규제(제23조의2)가 있다. 전자의 위법성은 법에 공정거래저해성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대법원은 규정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그 내용에 지원 객체의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저해성과 함께 경제력 집중 야기성이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17) 다만, 경제력 집중 야기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고 경쟁저해성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는 명확하게 정리된 것이 아직 없다. 이에 대하여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금지 규정에는 ‘부당한’ 이익의 귀속이라는 요건을 두고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부당성이 별도의 위법성 요건인지, 그렇다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 또한 증명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아직 이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선고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정위는 위법성 요건의 내용이나 구조가 증명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는 인식 하에, 그 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방법으로는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요건을 도입하여 위법성 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을 사업자에게 전환시키거나,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부당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는 방법 등이 구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공정거래행위의 특별법인 거래공정화법에서 일정한 행위의 경우, 해당 업계의 거래 관행이나 거래 당사자 간의 협상력 격차에 비추어 공정하고 자유로운 거래 질서가 제한될 우려가 높다는 인식 하에, 위법성 요건의 증명책임을 완화 내지는 전환하는 규정이 도입된 사례가 있다. 과연 기업집단 소속 회사간 거래 또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와 특수관계인간 거래도 그러한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하여 다른 사정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거의 언제나 그 내용도 불분명한 경제력 집중을 야기할 우려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인지, 전문적인 경쟁당국임을 자임하는 공정위에게 그 전문성을 굳이 발휘할 필요가 없도록 규제의 재량을 확대하는 입법을 허용하여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미주]

1) 공정위 2018년 5월 1일자 보도자료, “공정위, 60개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2) 대규모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의무(법 제11조의2. 1999년 12월 신설), 비상장회사 등의 중요사항 공시의무(법 제11조의3. 2004년 12월 신설), 기업집단 현황 등에 관한 공시의무(법 제11조의4. 2009년 3월 신설).

3) 1986년 12월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규제가 처음 도입되어 1987년 4월에 시행될 당시에는 ‘대규모기업집단’이라는 개념이 있었고, 그 지정 기준은 4,000억 원 이상이었다. 대규모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1993년 4월에 상위 1위부터 30위까지의 순위 방식으로 바뀌었다가, 2002년 4월에 다시 자산총액 기준으로 변경되었다. 이때 종전부터 있던 규제를 그대로 받는 대규모기업집단은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었고, 출자총액 규제를 받지 않는 하위단계의 새로운 규제 대상 기업집단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명명되었다.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의 지정 기준은 2002년 4월에 5조 원 이상이었는데 2005년 4월에는 6조 원 이상으로, 2007년 7월에는 10조 원 이상으로 증액되었다. 출자총액 규제가 2009년 3월에 최종적으로 폐지되면서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구별할 필요가 없게 되자,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 개념도 법령에서 사라졌다.

4) 공정위, 공정거래법 30년사 (2011), 68-69면.

5) 공정위 2016년 4월 1일자 보도자료, “공정위, 65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이 자료에서는 30대 민간집단을 상위집단(1-4위), 중위집단(5-10위), 하위집단(11-30위)로 그룹화하여 계열회사 수, 자산총액, 부채 비율, 매출액, 당기순이익 변동 추이를 산출한 후 그룹간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라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6) 한철수, [증보판]공정거래법: 시장과 법원리, 공정경쟁연합회 (2017), 554-556면.

7) 공정위 2017년 9월 1일자 보도자료, “공정위, 57개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이 중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10조 원 미만인 기업집단 수는 26개이다.

8) http://groupopni.ftc.go.kr

9) 임재연, [2014년판] 자본시장법, 박영사 (2014), 595면 이하.

10) 천경훈, “실질적 의미의 기업집단법, 그 현황과 과제”, 경제법연구 제15권 3호 (2016), 20면.

11) 공정위 2017년 11월 2일자 보도자료 “공정위, 2017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 발표”. 하나의 기업집단에 복수의 지주회사가 소속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지주회사를 보유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수는 이보다 적은 30개이다.

12) 박상인, “왜 지금 재벌개혁인가”,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2017), 194-195면.

13) 신현윤, 경제법 [제7판], 법문사 (2017), 195면.

14) 순환출자 금지 규제에 대하여는 천경훈, “순환출자의 법적 문제”, 상사법연구 제32권 제1호 (2013) 참조.

15) 공정위 2018년 1월 30일자 보도자료,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 실태 2단계 조사 착수”. 

16) 공정위, 기업집단 현황 공시 업무 매뉴얼(2018년 4월).

17)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1두7220 판결,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1두6364 판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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