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어떻게 할 것인가?

작성자 관리자   |   2017-11-21 13:33:09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00년대 초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약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통신비 인하다. 새 정부는 생활비 절감 공약의 하나로 통신비 인하 목표를 제시했다. 흔히 통신비라고 통칭하지만 여기에는 순수한 통신 서비스 요금뿐만 아니라 단말기 구매 비용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가 단말기 지원금을 받고 기간약정으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통신비 인하 방안 중 하나로 월 1만 1천 원인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그 방안의 실현이 현실적인 난관에 부닥치자 정부는 대안으로 기초연금 노인․저소득층에 대한 통신요금 감면 혜택 확대,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대한 보편적 요금제 의무화,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즉 선택적 요금할인의 폭 확대 등의 방안을 새로 내놓았다. 보편적 요금제는 현재 출시되는 요금제 상품보다 기본 제공되는 이용량을 늘리면서 월정액은 대폭 낮추는 상품이다. 이에 대하여 SK텔레콤에서는 단말기 유통과 통신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단말기 자급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단말기 구매 비용을 통신비에서 분리하여 통신비가 너무 높다는 일반의 인식을 개선하고 마케팅 비용도 절감하겠다는 복안이다.

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한 정책 대안들이 어지럽게 제기되면서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당장 알뜰폰 사업자와 이동통신 유통 대리점, 판매점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보편적 요금제 출시나 단말기 유통 분리가 이루어지면, 저가 상품에 주력하던 알뜰폰 사업자나 단말기 지원금 재원으로 조성되던 수수료에 의존하던 중소 유통사업자가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특히 알뜰폰 사업자의 몰락은 이동통신시장에서 눈에 띄던 경쟁압력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치명적이다.

통신비 인하 정책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이 많이 제기하는 문제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정부가 그 동안 의존한 정책 수단은 시장 영역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 수단인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정부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대한 요금 인가제를 통해 사실상 이동통신 3사의 가격정책에 관여를 해왔다. 또한 단말기유통법에서 지원금을 받지 않은 이용자에 대해 선택적 요금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게 하여 요금할인을 유도하였다. 특히 선택적 요금할인제도는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이 요금경쟁이 아니라 단말기 지원금 경쟁 양상으로 벌어지면서 소비자 간 차별을 가져온다는 불만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규제이다. 현재의 요금할인율은 20%인데, 최근 통계에 의하면, 단말기 지원금 대신 요금 할인을 선택하는 가입자 수가 1,500만 명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시장은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균열이 발생하면 시행착오를 통하여 새로운 조정과 균형을 향해 나아가는 속성이 있다. 견고하게 보이던 이동통신시장에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정체된 시장에서 정부의 규제는 균열을 야기하여 새로운 조정과 균형을 향한 시장 참여자들의 움직임을 재촉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정부가 사용한 직접적 시장 개입 수단은 일정 부분 그런 기능을 해왔고, 시장에서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알뜰폰 사업과 선택적 할인요금제의 등장으로 저가요금제를 찾거나 단말기 자급을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이 그 사례이다. 이러한 변화는 유력한 경쟁사업자의 성장과 선택의 폭이 늘어난 소비자 행동의 힘, 즉 시장과 경쟁의 힘에 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관점에서 변화의 속도가 여전히 느리다고 평가된다면, 이제는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게 시장과 경쟁의 힘이 더 잘 작동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이다. 현재의 시장구조에서 사업자 쪽의 경쟁 유인이 아직 부족하다면 새로운 이동통신사업자의 진입을 완화하는 정책을 쓰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그 동안 정부는 몇 차례 제4이동통신사업자 허가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였지만, 후보사업자들이 번번이 재정적․기술적 능력에 관한 높은 심사기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신규 사업자의 진입 문호는 상시적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또한 당장은 기존 사업자와 동등하지는 않지만 합리적인 효율성을 가진 사업자도 진입이 가능하도록 현실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정책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면 가까운 장래에 신규 진입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신규 사업자가 현재 미국에서 공격적인 무제한요금제 출시로 요금경쟁을 이끌고 있는 T모바일과 같은 파격적인 경쟁자라면 그 이상 좋은 정책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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