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의 법제화의 필요성

작성자 관리자   |   2016-07-13 15:49:17


이성엽 (서강대학교 교수)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스마트폰 보급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중 하나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밴드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 SNS)의 급격한 확대이다. 우리는 SNS를 통해 오프라인상의 친구들 다시 만나서 관심사를 공유하고 일정을 잡는 등 기존 인맥을 강화시키는 한편 온라인상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 인맥을 형성하기도 한다. 올해 4월 기준 국내 카카오톡 사용자가 약 4,000만명을 넘어섰는데, 국내스마트폰 가입자수가 4,40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모든 스마트폰 사용자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톡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능이 단체 채팅방이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문자를 통한 대화와 수신여부 확인이 가능한데다 무료라는 점에서 이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톡이 사적인 공간으로서 사용되는 것외에 회사에서 업무처리를 위해 활용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퇴근 후에도 끊임없이 울리는 회사로부터의 카카오톡 메시지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국회에서 소위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이 발의되었다 이 법은 근로기준법 제62항을 신설, “사용자는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전화(휴대전화를 포함한다), 문자 메시지, SNS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등 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미 올해 2월 프랑스 노동부도 노동개혁 법안에 업무시간외에 이메일을 금지하는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포함시킨 바 있다. 한마디로 이 권리는 오후 6시 퇴근이후 다음날 9시 출근전까지는 회사업무에서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라고 할 수 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근로자의 여가생활을 보장하고 오히려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몇가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먼저 항상 연결되어 있음으로써 업무시간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지만 반대로 시간, 장소에 관계없이 업무처리가 가능한 편의와 업무처리시간이 단축되는 등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 장점을 극대화한 스마트 워크(Smart work)는 근로자에게 탄력근무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업무시간의 효율적 사용과 복지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각광받아왔다. 스마트워크를 확산하려는 노력과 업무시간외에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일견 모순되어 보인다. 둘째, 외국과의 업무가 많은 기업이나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전문 서비스직의 경우 업무시간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등 현실의 다양한 근로형태와 근무시간을 고려하면 일률적인 업무시간외 연결금지의 법제화는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셋째, 만약 연결되지 않은 권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응하는 고용인의 권리에 대해서도 균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반드시 근로자의 권리로만 볼 것인가이다. 사적 관계에 있어서도 지속적으로 친구신청을 하거나 채팅방을 탈퇴하는 것을 비난하는 등 평온한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에도 프라이버시권의 일종으로 이 권리의 도입을 논의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과연 21세기 디지털 온라인이 지배하는 시대에 업무시간과 비업무시간을 구분하는 것이 현실에 적합하냐는 것이다. 오히려 현재 우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활동으로 삶을 구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 글로벌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에서 업무시간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여 연결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고도 가능한 것인지 하는 것이다.

법제화는 사회문제가 강제력이 있는 규범에 의해서만 해결가능할 때 그리고 법의 실효성이 담보될 때 추진되어야 한다. 통제되지 않은 기술로 인하여 근로자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문제는 해결되어야 하겠지만 입법화 여부는 권리의 법적 성격, 근로자의 인식, 고용주의 입장, 법의 실효성 여부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통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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