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서비스 연계성을 고려한 기업결합심사 기준
홍대식 교수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심연우
Ⅰ. 들어가며
디지털 경제의 급속한 발전으로 과거에는 명확히 구분되던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경쟁 당국은 시장 획정, 시장지배력 평가, 경쟁제한성 판단 등 기업결합심사의 전반적인 틀을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디지털 생태계 내에서 온라인 서비스와 오프라인 서비스의 연계는 관련시장 획정 및 경쟁 제한성 판단에 있어서 새로운 쟁점을 제기한다. 관련시장 획정 시에는 생태계 범위 설정 기준, 온라인 및 오프라인 채널 간 경쟁 및 거래 관계와 경쟁압력의 판단 등이 문제 된다. 시장지배력 평가에서는 디지털 생태계의 특성을 고려하여 네트워크 효과, 전환 비용, 싱글호밍 및 멀티호밍 등이 경쟁 제한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야 하며, 온라인 시장의 고유한 특성이 생태계 간 경쟁 및 특정 관련 시장 경쟁에 미칠 수 있는 차별적 영향에 대한 평가 등이 문제 한다.
Ⅱ. 기업결합 심사에서 온·오프라인 채널에 대한 관련 시장 분석
1. 관련시장 획정의 원칙
관련시장 획정은 특정한 경쟁 문제를 평가하는 데에 도움을 주려고 고안된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특정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되는 상황을 가정하는 행위와 분리될 수 없다. 이에 따라 관련시장은 반경쟁적인 효과 분석과 함께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관련시장의 획정이 반경쟁적인 효과 분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 있지만, 관련시장 획정 기준과 경쟁제한성 판단 기준은 구별되어야 하고 관련시장을 획정할 때 고려되어야 할 요소와 경쟁제한성을 평가할 때 고려되어야 할 요소는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경쟁제한성 판단을 위한 관련 상품시장 획정은 거래되는 특정 상품의 가격이 상당기간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인상될 경우 동 상품의 구매자 상당수가 이에 대응하여 구매를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의 집합을 말하며, 특정 상품이 동일한 거래분야에 속하는지 여부는 상품의 기능 및 효용의 유사성, 상품 가격의 유사성, 구매자들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그와 관련한 구매행태, 판매자들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경영의사결정 행태, 거래단계 및 거래상대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2. 온·오프라인 채널 간 동일시장 여부에 관한 판단
프랑스 경쟁당국은 프랑스 가전제품 소매업체 간의 기업결합 사건인 2016년 Fnac/Darty 기업결합 사건을 검토하며, 특정 전자제품(갈색제품과 회색제품) 소매시장을 획정할 때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채널을 포함하여 획정하였다. 이는 프랑스는 물론 유럽에서도 첫 번째로 온․오프라인 채널을 포함하여 하나의 관련시장을 획정한 사례이다. 프랑스 경쟁당국은 2011년 결정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간에 가격과 서비스 측면에서 차이가 존재한다고 판단하면서도, 두 채널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유에서 충분히 대체적이지 못하고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이 결정에서 제시한 이유는 소비자 경험의 차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품질의 우수성, 오프라인 매장에서 나타나는 상업 전략 일관성 보장의 필요성, 온라인 채널의 더 공격적인 가격정책이다. 하지만 2012년 이커머스 시장 조사에서는 인터넷 접속 가구와 온라인 구매의 증가를 고려할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 채널이 융합되면서 상호 대체 가능한 시장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예측했다. 이 사건은 그로부터 4년 후 갈색제품과 회색제품의 경우 대체성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같은 시장으로 획정될 만큼 충분히 그 차이가 좁혀졌다고 판단한 사건이다.
3. 온·오프라인 서비스 간 경쟁압력 행사의 정도
2023년 씨제이올리브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 사건은, 국내 화장품 유통시장에서 화장품을 중심으로 건강 및 미용 관련 상품들을 고객들이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소형 소매점인 H&B 스토어(Health & Beauty Store)를 운영하면서 오프라인 위주의 사업을 영위하던 씨제이올리브영이, 국내 화장품 소매 유통채널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적극적인 상품 차별화 정책을 펼치기 위해 특정 오프라인 납품 브랜드사와의 배타조건부 거래를 통해 경쟁사업자를 배제한 행위에 관한 사례이다. 해당 사건에서 심사관은 관련 상품시장을 H&B 스토어 오프라인 시장으로 획정하고 이 시장을 구성하는 H&B 스토어 오프라인 채널은 온라인 화장품 유통채널 및 오프라인 화장품 채널(브랜드숍, 뷰티편집숍, 대형마트, 백화점, 생활용품 등)과 구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Ⅲ. 온‧오프라인 연계 시장의 시장지배력 판단
1. 디지털 생태계 내 시장점유율 기반 시장지배력 판단의 한계
일반적으로 시장지배력 평가는 시장점유율, 진입장벽과 대체재 유무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에서는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시장이 빠르게 독점이 형성될 수 있어 시장점유율만으로는 시장지배력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무료서비스가 일반적인 온라인 시장에서는 가격이나 시장점유율 지표만으로는 시장 경쟁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플랫폼은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하여 시장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반경쟁적인 행위가 발생하면 그 행위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기업은 공급자 측면에서 데이터, 전문지식, 디지털 인프라 등을 공유하여 다양한 디지털 제품을 개발하고, 수요자 측면에서는 소비자에게 편리한 원스톱 쇼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 당국이 제품 간 연계를 시장지배력의 근거로 인정하면서, 데이터와 유리한 소비자 접근성은 기업의 경쟁 우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기존 시장의 지배력을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고, 경쟁사의 시장진입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제품 간 상호운용성을 제한하거나 끼워팔기와 같은 방식으로 시장을 독점하려는 시도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2. 중개력과 우월적 협상력 개념
기존 시장력 또는 시장 지배력 개념은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에서의 힘의 정도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개력(intermediation power)' 개념이 논의되고 있다. 플랫폼은 판매자(공급자)와 소비자(수요자) 그룹 간에 상품·서비스 거래, 정보 교환 등 상호 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양자를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온라인 오픈마켓은 판매자에게는 소비자에게 접근할 판매 채널을, 소비자에게는 판매자에게 접근할 구매 채널을 제공함으로써 양자 간 거래를 중개한다. 이러한 플랫폼은 두 이용자 그룹 간의 접근을 통제하고 높은 이용료를 부과할 수 있는 능력과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순위나 우수성(prominence)을 조작하고 평판(reputation)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
Ⅳ. 맺음말
디지털 경제의 특성과 온·오프라인 서비스 연계성의 심화는 기업결합심사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요구한다. 전통적인 분석 틀의 한계를 극복하고, 변화하는 시장 현실에 부합하는 효과적인 규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 시대의 기업결합은 전통적인 기업결합과는 상당히 구별된다. 문제의 핵심은 "기존의 심사 제도를 가지고 플랫폼 기업결합을 잘 심사할 수 있는가?"에 있다. 만약 플랫폼 기업결합이 전통 기업의 기업결합과 그 양상 및 효과가 상당히 다르다면, 전통 기업 간 기업결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기존의 심사 제도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의 심사를 수행하기 어렵다.
특히, 명목상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기업결합 심사 기준이 개정되었지만,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완전히 포착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서비스 공급자의 기업결합은 해당 서비스의 이용자 수나 보유 데이터 양 증가로 이어져 네트워크 효과를 유발하고 결합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는 기존 시장지배력 평가 방식의 한계를 드러내며, 새로운 평가 기준의 필요성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