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독점 관련 경쟁법 이슈 연구
홍대식 교수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데이터는 오프라인 경제 시대에도 상품의 생산 또는 서비스의 제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데이터는 사업자가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 또는 제공하여 어떤 가격 기타 거래조건으로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할 것인지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업자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조하기 위하여 데이터를 얻고 이를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가격 기타 거래조건 결정에 민감한 경쟁자의 데이터를 교환하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취득하는 것은 경쟁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데이터가 개인정보의 성격을 갖는 것이라면 그 데이터의 수집, 이용, 제3자 제공 등의 처리가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이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경쟁법적 이슈는 아니다.
데이터 경제란 축적된 정보로부터 가치를 추출할 목적으로 판매자의 네트워크에 의해 데이터가 수집, 처리, 거래되는 세계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말한다.[1] 데이터 경제는 데이터가 접근 가능하고 이용 가능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다른 형태의 시장 참여자(제조자, 연구자, 기반시설 제공자 등)의 생태계를 그 특징으로 하므로, 이러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경쟁이 새로 출현하는 시장을 얻기 위한 경쟁(competition for the emerging markets)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경쟁법에서 어떤 사업자가 단독행위로서의 경쟁제한행위를 할 가능성을 평가할 때 보통 선행하는 작업은 그 사업자의 시장지위가 어떤 것인지를 식별하는 작업이다. 시장의 관점에서 볼 때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자 중에는 경쟁변수가 되는 여러 요소에 관하여 다른 경쟁사업자보다 우위를 갖고 있는 사업자가 있을 수 있다. 이를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라고 한다. 경쟁우위가 있다고 하여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그러한 경쟁우위가 어느 정도 지속가능성을 갖게 되면 시장력(market power)이 될 수 있고, 그 정도가 중대한(significant) 정도에 이르게 되면 시장지배력(market-dominant power)이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에 비하여 미국의 경쟁법인 「셔먼법(Sherman Act)」에 규정된 독점화 행위 또는 독점화 기도 행위에서 유래되는 독점력(monopoly power)은 우리나라의 경쟁법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나 EU의 경쟁법인 「EU 기능조약(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 TFEU)」 에 규정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서 유래되는 시장지배력보다 그 정도가 더 중대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4.2.1. 데이터 접근 관련 법적 틀 구성의 전제: 데이터의 경쟁 관련성
데이터 독점 현상이라고 부르는 상황을 경쟁법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이론적 논의는 계속 진행 중이지만, 그와 별개로 현실에서는 점차로 많은 상황에서 데이터가 핵심 투입요소가 되고 있다는 인식이 증대하고 있다. 특정한 데이터가 필수요소로 인정된다면 이런 데이터를 통제하는 사업자가 그 데이터 접근을 거절 또는 제한하는 행위의 경쟁제한성을 보다 쉽게 인정할 수 있을 것이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해당 데이터의 경쟁 관련성을 식별하여 이런 데이터를 보유하거나 사실상 통제하는 사업자의 행위로 인한 봉쇄의 정도를 평가하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원칙적으로 계약법에 기초하면서, 데이터 접근 거래의 당사자 사이에 이해관계 조정이 어려운 경우에 그 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신의칙에 기한 협상 규칙을 정립하는 것이 보다 시장의 현실에 부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규칙은 사적인 조정에 의해 정립될 수 있지만, 사적인 조정이 정립되기 어려운 조정실패(coordination failure)의 상황이라고 인정될 경우 접근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발생하게 된다.
데이터 접근은 기업의 경쟁력과 혁신 기회를 위한 열쇠가 되고 있다. 가능한 한 많은 기업들이 가능한 한 광범위하게 데이터를 전파하고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를 저해하는 것은 경쟁법적 관심사가 될 수 있다. 다만 광범위한 전파와 활용에 대해서는 경쟁법적 관심뿐만 아니라 다른 정책적 관심에 따른 비교형량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