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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럽식 규제모델, 한국의 길 아니다

관리자 2025-05-26 조회수 234

유럽식 규제모델, 한국의 길 아니다


홍대식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2025. 0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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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방의 날’을 선포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 동맹국 등 다수 국가에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관세 규제 역시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 이 문제는 관세만큼 중요함에도 간과하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KORUS FTA)과 같은 자유무역협정은 기업이 정부의 권한을 악용해 경쟁업체를 제재케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한다. 


규제 정책을 바꿨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상호 관세로 인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볼 것 같아 아쉽다. 한국의 비관세 규제 장벽이 미국의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협은 실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비관세 장벽에 대한 우려는 실질적이고 심각한 문제이며 이는 규제에 대한 한국의 접근법이 점점 비우호적으로 흐르는 데 기인한다고 본다. 특히 한국이 유럽의 규제 동향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달리 유럽은 자국 내 대표 기술기업이 없어 위기를 겪고 있다.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 시행 이후 혁신성이 저하하고 있다는 점이 보고된 바 있다. 유럽 디지털시장법(DMA) 등에 따른 경쟁 규제 및 인공지능(AI) 규제는 유럽에서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장벽의 ‘쓰나미’를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는 한국이 이러한 유럽의 접근법을 따르는 데 있다. 일부 국내 기업까지 표적이 되는 한국의 경쟁 관련 입법안은 플랫폼의 ‘행위’가 아닌 ‘규모’를 기준으로 함으로써 혁신을 저해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접근은 공정거래법이 요구하고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가 잠재적인 피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 집행의 기준으로 삼았던 전통적인 효과기반 분석(effects-based analysis)이 아닌 규모에 따라 대형 플랫폼을 제재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유럽의 DMA는 절차적 공정성에 흠결이 있다는 점 또한 문제다. 전통적으로 경쟁법은 독점적 관행 감시, 저가 촉진, 품질 향상, 혁신 증진을 위해 공정성을 요구한다. 가장 강력하게 경쟁법을 집행해 온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한 조사와 차별적 규제 집행으로 미국 기업들을 표적으로 삼는 것처럼 비치는 점이 아쉽다.


공정위가 한국 경제를 보호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은 투명성과 절차적 적법성의 강화라고 생각한다. 법을 어기는 기업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절차적 보호 장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면 제재에 대한 의사결정이 기업의 실제 행위에 근거했는지 또는 다른 요인이 있었는지 의구심을 낳게 된다.


아태지역 내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의 규제 환경이 우호적일수록 더 많은 투자가 유입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예측 가능하고 비즈니스가 용이하며 공정한 시장을 원한다. 한국은 이에 부합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그렇게 할 때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관세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면서 아시아의 AI·디지털 플랫폼 중심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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