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플랫폼 경쟁촉진법 추진, 무엇인 문제인가?
홍대식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2024. 2. 26.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대 독과점 플랫폼을 특별히 규제하기 위한 가칭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처음으로 밝힌 것이 작년 12월 19일이었다. 그러던 공정위가 간부와 기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법 제정 추진을 재검토하겠다고 한 것이 올해 2월 7일이었는데, 불과 50일 동안 공정위 관련 기사는 이 법안에 대한 추측성 보도, 전망과 비판, 그리고 이에 대한 공정위의 반박과 해명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공정위가 당초에 공언한 세부내용 발표가 기한 없이 연기된 만큼 법의 내용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 역시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다고 공정위의 법안 추진이 무산된 것은 아니다. 올해 2월 8일자로 발표된 공정위의 2024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는 디지털 경제 민생안정·혁신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이 법의 제정은 핵심 추진과제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핵심적인 내용으로 제시되었던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사전지정제를 포함하여 다양한 대안을 학계, 전문가 등과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법학자인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일반경쟁법인 공정거래법 집행을 담당하는 공정위가 왜 공정거래법을 두고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 특화된 새로운 법 제정에 이렇게 열중하는가 하는 점이다. 플랫폼 경쟁촉진법은 공정위가 이전에 제정해본 적이 없는 형태의 법이다. 경쟁법의 특별법 성격을 가질 수 있어 그 자체도 전혀 새로운 시도이지만, 구체적인 입법 내용에 따라서는 이 법이 경쟁법으로서 특별함을 넘어 공정위의 전통적인 업무 범위를 넘는 전문분야 경제규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필자가 갖는 우려의 핵심이다. 공정거래법과 같은 목적을 추구하면서 단지 집행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과연 플랫폼이라는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공정위가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법 집행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경쟁당국으로서 마땅히 할 일이다. 그러나 해외 사례에 비추어볼 때, 디지털 시장의 문제에 대처하는 임무는 어느 한 부처에 전적으로 속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 간 협의와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할 임무이다. 특히, 공정위가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 제시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사전지정제는 분명히 경쟁법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경쟁당국인 공정위가, 경쟁법 집행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 대한 경제규제도 담당하는 것이 과연 문제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경쟁법 집행과 경제규제는 개념적으로 구별되지만, 경쟁법 모델 중에는 규제적인 특징을 갖는 규제적 경쟁법 모델도 등장하고 있고, 경쟁당국이 규제 수단을 갖는 국가도 존재한다. 만일, 공정위가 사전규제 방식의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제정하는 것이 플랫폼 분야에 관한 한 공정위의 위상을 경쟁법 집행과 경제규제의 하이브리드 기관으로 격상시키는 정책적 결단의 일환이라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추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공정위가 집행하는 경쟁법인 공정거래법 외에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규제 근거를 규정한 통신 분야 경제규제인 전기통신사업법이 공존하면서, 규제 산업인 통신 분야에 관해서는 경쟁법 집행과 경제규제의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현재의 규제 거버넌스 아래에서는 공정위가 경제규제 수단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기본적으로 경쟁법 집행을 본분으로 하는 정부 부처이므로, 경쟁법 집행을 넘는 경제규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보다 시장의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존재하는 경제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본분에 부합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 분야에서는 경쟁법 집행과 경제규제 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으므로,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을 통해 경쟁법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포부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충분한 설명과 전문가, 시장참여자, 관련 부처의 구조적인 대화를 통한 이론적·정책적 기반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이는 그저 경쟁법의 종말로 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