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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홍대식 교수]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제도 개편, '수치'의 증액을 넘어 '산정'의 합리화로

관리자 2026-03-19 조회수 147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제도 개편, '수치'의 증액을 넘어 '산정'의 합리화로


홍대식 교수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문 링크]


1. 공정거래법 집행의 '꽃', 과징금의 법적 성격과 현주소 


공정거래법 집행에 있어 과징금은 가장 핵심적인 행정적 집행수단이다. 과징금은 위반행 위로 인한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성격과 함께, 법 위반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제재적 성 격을 동시에 지닌다. 대법원 역시 과징금이 행정상 제재와 부당이득 환수의 성격을 겸유 하고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2. 2026년 개편안의 핵심: 대폭적인 상한 상향과 그 이면 


최근 공정위가 추진 중인 개편안의 골자는 '경제형벌 정비'와 연계한 금전적 제재의 대폭 강화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과징금 부과 한도를 현행 관련 매출액의 6%에서 20%로 세 배 이상 상향한다. 

부당한 공동행위(담합): 관련 매출액의 20%였던 한도를 30%로 높이며, 정액 과징 금 상한도 100억 원으로 현실화한다. 

디지털 플랫폼 분야: 유력 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 한도를 4%에서 10%로 상향 하여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한다. 

반복 위반 가중: 1회 반복만으로도 최대 50%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하여 법 위반 의 억지력을 강화한다.


3. 입찰담합 특례와 '통계적 착시'의 문제 


우리 제도의 독특한 사항 중 하나는 입찰담합 시 '계약금액'을 관련 매출액의 대리변수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제재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정책적 선택이지만, 실무적으로는 적 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른바 '들러리 사업자'에게도 낙찰자와 동일하게 전체 계약금액을 기준 으로 과징금을 산정한다는 점이다. 비록 고시 기준 적용을 통해 일정 부분 감액이 이뤄 지긴 하지만, 하나의 입찰 규모가 여러 참여자에게 중복 산입되면서 전체 시장 규모보다 훨씬 부풀려진 '관련 매출액' 통계가 생성된다. 이로 인해 분모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부과율이 낮아 보이는 '통계적 착시'가 발생하며, 이는 한국의 담합 제재 수준이 외국보 다 낮다는 오해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4. EU의 '라스트 필터(Last Filter)'가 주는 교훈 


글로벌 정합성을 추구함에 있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모델은 EU의 과징금 산정 체계다. EU는 관련 매출액의 최대 30%를 기초 금액으로 산정하여 강력한 억지력을 확보하면서 도, 최종 부과액이 기업 전체 글로벌 매출액의 1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 상한 선'을 마지막 여과 장치로 운용한다. 이는 강력한 억지력(산정기준)과 기업의 생존 보호 (법적 상한)라는 상충하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이를 통해 EU 는 단일 제품 생산 기업처럼 관련 매출액 비중이 극단적으로 높은 경우에도, 법적 상한 을 통해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한다.


5. 결론: 합리적 산정 체계와 피해 구제의 활성화 


과징금 제도의 진정한 발전은 단순히 상한선을 높이는 수치 놀음에 있지 않다. 향후 과 징금 정책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첫째, 산정 체계의 정교화다. 디지털 플랫폼과 AI 기술이 지배하는 새로운 환경에서는 위 반 행위의 경제적 가치를 정확히 포착할 수 있는 고도화된 경제 분석 역량이 필수적이다. 관련 매출액 확정의 합리성을 제고하고 시장 상황을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는 산정 모델 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비범죄화와 행정 제재의 중심화다. 사회적·윤리적 비난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행 위까지 형벌로 다스리기보다는, 과징금을 중심으로 한 행정적 집행 수단을 강화하고 형 벌 규정은 축소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셋째, 사후적 손해배상의 활성화다. 국가가 거두어가는 과징금만으로는 실제 피해를 입은 사업자와 소비자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다. 과징금 부과와 연계된 '후속 손해배상절차 (Follow-on suits)'를 활성화하여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야 한다. 


공정거래법의 목적은 경쟁 질서의 확립을 통해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다. 과징금 제도의 개편 또한 단순한 '응징'을 넘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정착시키는 합리적 도구로서 재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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