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과 공정경제 정책
― 거래공정화 규제의 쟁점 ―
홍대식 교수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Ⅰ. 들어가는 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020. 9. 28.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제정안(‘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법안’) 을 마련하고 입법예고하였다. 이 법안은 입법예고,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2021. 1. 28.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 법안의 제정 추진은 공정위가 2020. 6. 22. 제6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근절 및 디지털 공정경제 정책의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제시된 것으로서, 공정위가 디지털 공정경제에서의 문제점의 하나로 지적한 온라인 플랫폼의 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다른 두 개의 과제는 소비자 피해 발생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전자상거래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개정 추진과 잠재적 경쟁 저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 제정 추진이다.
Ⅱ. 공정경제 정책과 독과점 규제와의 관계
1. 공정경제 정책에 대한 이해: 시장에서의 독과점 규제를 중심으로
2017년 7월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제시된 5개 국정목표 중 경제정책과 관련된 목표인 ‘더불어 잘사는 경제’는 5개의 전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활력이 넘치는 공정경제’이다. 이 계획 발표를 통하여 현 정부의 경제목표로서 ‘공정경제’라는 용어가 등장하였다. 정부의 설명에 의하면, 공정경제는 기업・시장의 불공정을 시정하고 우리 경제・사회 각 분야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을 수단으로 하며, 기회의 균등, 공정한 경쟁, 공평한 분배를 핵심 3요소로 한다. 현 정부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비전하에 5개의 국정목표, 20개의 국정전략, 100개의 국정과제를 제시하였는데, ‘활력이 넘치는 공정경제’ 전략을 구체화하는 국정과제는 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공정위), ② 재벌 총수 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 지배구조 개선(공정위), ③ 공정거래 감시 역량 및 소비자 피해 구제 강화(공정위), ④ 사회적 경제 활성화(기재부), ⑤ 더불어 발전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중기부)으로 제시되었다. 5개의 공정경제 관련 국정과제 중 ①, ②, ③의 3개가 공정위 담당 과제인데, 이는 공정위가 담당하는 국정과제의 전부이다.
Ⅲ. 거래공정화 규제의 쟁점과 온라인 플랫폼 특별법안에 대한 시사점
1. 사전 사업분야 제한 규제로서의 사전 투명성 및 공정성 규제
사업분야 제한 규제는 사업자의 사업분야, 즉 사업활동의 범위를 제한하는 사전 및 사후규제를 의미한다. 사업분야 제한 규제는 경쟁법 집행 과정에서 설계되는 사후적인 구제수단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이 규제가 전통적으로 필수설비(essential facilities)의 성격을 갖고 있는 자연독점적인 기반시설이 존재하는 피규제산업인 공익재산업(utilities industries)에 적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대체로 사전규제로 설계된다. 사전규제 수단에는 회계 분리, 기능 분리, 구조 분리 등 다양한 조직 분리(separation) 수단에 의한 구조적 규제와 투명성, 비차별성, 접근 강제 의무 부과 등과 같은 행태적 규제가 포함된다. 이들 규제 수단을 침익적 효과가 낮은 순에서 높은 순으로 배치하면, 투명성, 비차별성, 접근 강제, 회계 분리, 기능 분리, 구조 분리의 순이 될 수 있다. 여기서 투명성 규제는 사전 투명성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비차별성 규제는 사전 공정성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Ⅳ. 결론에 갈음하여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분야에 대한 새로운 공정거래 규제 도입 여부나 그 수준, 그리고 규제기관의 설계 문제는 입법자에게 비교적 폭넓은 재량이 부여된 정책적 판단에 속하는 사항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법안의 내용이 적절한 것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 법안의 내용에 대하여 제기될 수 있는 의문은 첫째, 온라인 플랫폼 환경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법안의 내용을 기존의 유통 거래에 관한 거래공정화 특별법과 유사한 형태로 만들 필요가 있는지 하는 점, 둘째, 유통 거래에 관한 거래공정화 특별법과 유사한 형태로 만들면서 그 적용범위를 유통 거래와 거리가 먼 분야에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는지 하는 점, 셋째, 기존의 유통 거래에 관한 거래공정화 특별법이 공정위가 전속적으로 관할하는 법이라고 하더라도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대상인 온라인 플랫폼 중개서비스가 부가통신서비스이고 이에 관하여 통신 분야 전문규제당국의 규제 경험과 전문성이 축적되어 있다는 점에서 정부 내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전혀 두지 않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이 논문은 우리나라 법제가 공정위에서 참조한 EU 법제와 다르다는 점과 거래공정화 규제의 쟁점이 온라인 플랫폼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제기된 의문에 대하여 대체로 부정적인 관점을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