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공정거래정책에 대한 제언: 온라인 플랫폼 분야를 중심으로
홍대식 교수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022년 5월 3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다. 110개의 국정과제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 비전으로 하여, 국익, 실용, 공정, 상식을 국정운영 원칙으로 하는 5대 분야별 국정목표와 그와 연결되는 20개 약속의 세부적인 실행계획을 구성한다. 110개의 국정과제 중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업무와 관련된 항목은 모두 3가지이다.
■ 민간 주도, 정부 지원의 기조가 공정위 정책에 시사하는 점
새 정부의 경제 분야 국정목표의 키워드는 민간 주도(‘민간이 끌고’), 정부 지원(‘정부가 미는’)이다. 역동성과 경제 활력, 혁신 역량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국정 비전에서부터 분명히 한다. 인수위원회의 발표문에서는 이것이 경제의 중심을 기업과 국민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선언한다. 이는 문재인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라고 생각되는데, 이견도 있을 수 있다. 문재인정부의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도 2019년 10월 발표한 대정부권고안에서 ‘민간 주도, 정부 조력’을 정부가 지향해야 할 3대 기본원칙 중 하나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다만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에 제시된 경제분야 국정목표, 전략과 국정과제에서는 정부가 경제의 방향을 설정하고 정책을 통해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었고,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대정부권고안이 문재인정부에서 채택되었다는 명시적인 근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가 ‘전환’이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경제의 중심 변화를 천명한 것은 공정위를 포함한 경제부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거래공정화정책의 온라인 플랫폼 분야 확대 추진 전략의 수정 필요성
문재인정부의 공정위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2020년 6월 이후 추진된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근절 및 디지털 공정경제 정책이었다. 이 정책은 ①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 추진, ② 「전자상거래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소법’) 개정 추진, ③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 제정 추진이라는 3가지 실행계획으로 구성되었고,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안 입법예고(2020년 9월) 및 국회 제출(2021년 1월), 전소법 개정안 입법예고(2021년 3월)와 심사지침 행정예고(2022년 1월) 등으로 구체화되었다. 공정위의 2022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도 이 실행계획이 핵심과제인 ‘디지털경제에서의 경쟁촉진 및 소비자권익 증진’의 실천과제인 ‘디지털 공정경제의 기본규범 제도화’의 세부 내용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비록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이 정책의 계속 추진 여부에 대한 명시적인 설명이 없더라도 새 정부에서 이 정책이 원래의 모습으로 계속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자율준수가 아닌 자율규제, 어떻게 할 것인가?
공정위가 담당하는 공정거래정책 영역에서도 자율규제의 모델이 이미 존재한다. 공정거래법 제45조 제5항, 제6항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부당한 고객유인 방지를 위한 자율규약을 제정하여 공정위에 심사를 요청하는 근거를 두고 있고, 가맹사업법 제15조에는 가맹본부 또는 가맹본부 사업자단체가 가맹사업의 공정한 거래질서 유지를 위한 자율규약을 제정하여 공정위에 심사를 요청하는 근거를 두고 있다. 다만 이런 법적 근거에 기반을 둔 자율규제 활동이 활성화되지는 못해 가맹사업 분야의 경우 2002년 법 제정 때부터 법적 근거가 있었음에도 실제로 자율규약 제정 심사요청과 승인이 이루어진 것은 2018년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사례가 최초였다. 더욱이 거래공정화 4법 중 자율규제의 법적 근거를 둔 법률은 가맹사업법이 유일하다. 다른 법률(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에는 그 대신 정부가 표준계약서 제정의 방식으로 사업자의 행동규범 공급자의 역할을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안의 경우 자율규약 방식이 아니라 표준계약서 방식을 따르고 있는데, 이는 가맹사업거래보다도 더 생태계 구성원 간의 협력적인 성격이 강하고 사업 유형도 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분야 거래의 특성에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