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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통신법제의 미래, 위기인가 기회인가?

관리자 2024-11-13 조회수 12

통신법제의 미래, 위기인가 기회인가?


홍대식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2021.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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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시장은 전통적으로 시장 설계(market design)가 필요한 시장으로 여겨져 왔다. 시장 설계는 규칙이 필요한 시장에서 시장이 원활하게 움직이도록 규칙을 공급하고 조정해 나가는 작업을 이른다. 통신 산업은 통신 서비스를 위해 기반이 되는 통신망이 필요한 전형적 네트워크 산업이기 때문에 통신 시장은 네트워크 구축과 이용 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규칙 공급과 조정, 즉 시장 설계가 필요한 시장이다.

시장 설계에서 정부 역할은 나라마다 같지 않다. 미국의 경우 처음부터 민간회사가 통신망을 구축해서 스스로 규칙을 정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발전했기 때문에 정부 역할은 경쟁법 적용과 통신법제 정비를 통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시장 설계를 담당하는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통신망 구축과 통신 서비스 제공을 독점했고, 정책과 제도 변화로 점진적으로 경쟁을 도입해 시장이 창출됐다는 점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 정부의 경쟁 도입 정책은 신규 사업자의 진입 허용을 통한 설비 기반(facility-based) 경쟁 촉진 방식에서 법제 정비와 관련 고시 개정을 통해 유무선 통신망을 개방하거나 재판매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서비스 기반(service-based)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 통신법제에서는 인터넷 서비스도 통신 서비스에 포함된다. 통신법제에서 정의하는 통신은 신호 전송을 의미하고, 통신 서비스는 이러한 통신을 매개하거나 통신망을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에 따라 신호로 이뤄진 데이터와 콘텐츠 전송 매개를 내용으로 하는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 역시 통신 서비스에 해당한다.

그런데 전통적 통신 서비스 시장과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 모습은 전혀 다르게 전개됐다. 전통적 통신 서비스인 전화는 통신망 의존성이 커 경쟁촉진 정책에도 통신망을 보유한 사업자와 이를 보유하지 않고 이용하는 사업자 간 서비스 기반 경쟁이 제한적으로 전개됐고, 혁신 역할도 크지 않았다.

반면에 인터넷 서비스는 통신망을 통하되 그에 의존하지 않는 서비스가 가능한 특성으로 말미암아 통신망을 보유한 사업자라 하더라도 혁신을 수반하지 않으면 인터넷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없었다. 특히 이동통신 시장은 2009년 스마트폰 도입으로 개방형 생태계가 형성됨에 따라 더 이상 통신망 보유 사업자의 폐쇄형 사업 모델은 발을 붙일 수 없었다.

인터넷 서비스는 부가통신서비스로 분류되기만 할 뿐 별다른 규제가 없었다. 우리나라 통신법제가 오랫동안 통신망 보유 여부에 따른 역무 및 사업자 분류와 진입 규제를 토대로 한 규제 방식을 채택, 통신망을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자와 기간통신역무에 대한 규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서비스에 통신망의 일종인 초고속인터넷망을 제공하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2005년 고시 개정을 통해 기간통신역무로 분류하고, 동일계위 간 무정산 방식을 내용으로 한 인터넷 상호접속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도 이를 이용하는 인터넷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통신 서비스와 구별되는 규제 밖의 영역인 정보 서비스(information service)로 분류, 끊임없는 망 중립성 정책 논쟁을 야기하고 있는 미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인터넷 서비스 환경을 조성하는 제도적 기반이 됐다.

통신법제는 인터넷 서비스의 괄목 성장과 관련된 제도적 도전에 따라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첫 도전은 통신 전문 규제 당국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6년 인터넷 상호접속 제도 관련 고시를 개정, 동일계위 간 정산 방식을 종전 무정산에서 트래픽 기반의 상호정산 방식으로 변경한 후 인터넷 접속 서비스 제공자와 이를 이용하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간 망 이용관계 변화에 따른 이해관계 조정의 문제다.

두 번째 도전은 통신법제에도 아직 도입되지 않은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사전규제를 비록 투명성 규제와 같은 약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경쟁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새로운 입법을 통해 도입하려고 시도함에 따른 관련 법제와 담당 기관 조정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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