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식 교수 "온라인 플랫폼 사업의 역동성 고려해 규제 수위 조절해야"
홍대식 교수(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021. 2. 13. 폴리경제
최근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을 대표발의하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의 특성을 고려한 권한 조정이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 제시되고 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6일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플랫폼을 규율하고 정보의 투명성을 높여가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지금 나온 법안이 다소 성급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고 해외기업에 비해 국내기업이 더 많은 규제를 적용 받을 소지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홍 교수는 먼저 국내외 기업들 간 조사의 강도와 내용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온라인 기업들은 서버가 국내에 있어 조사 당국이 많은 리소스를 입수할 수 있지만, 외국 기업은 외국에서 서비스가 발생하는 만큼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시장에 국내 기업의 비중이 높아, 조사 대상이 되는 국내 기업들이 많다는 점도 덧붙였다. 홍 교수는 “이번 법안의 참고 사례가 된 유럽이나 일본에선 조사를 강화하려고 해도 상대적으로 조사 대상이 되는 자국 기업들이 별로 없지만, 우리나라에는 로컬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며 “국내 기업들이 조사를 더 많이 받게 되면 위축될 것이고 경쟁에서도 불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 교수는 어느 부처가 규제를 관할하느냐의 문제보다 법안의 디테일한 부분에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홍 교수는 “예컨대 검색, 랭킹 원칙 등의 데이터나 알고리즘은 온라인 비즈니스의 핵심인데, 그런 부분들을 다 공개하라는 조항이 있다”며 이는 ‘양날의 칼’이라 지적했다.
이어 “해외기업에 대한 조사는 우리나라가 강제할 방법이 없지만, 네이버나 카카오는 국내 조사 당국이 자료를 보여달라고 하면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실제로 작년에 공정위가 네이버를 조사할 때 알고리즘까지 다 분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홍 교수는 또 “유럽에서는 플랫폼 기업이 과징금을 물었지만 알고리즘은 제공을 안 했고, EU 당국이 강제하지도 않았다”면서 “비즈니스 핵심 부분에 대해 어디까지 제공할 수 있을지 법적으로 무 자르듯 자를 수 없는 영역”이라고 했다.
즉 기술적으로나 사업모델로서나 사업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료 제출을 요구할 경우, 국내 사업자들이 역차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뿐 아니라 홍 교수는 “정부가 영업 비밀을 잘 보호해주면 좋은데, 그렇지 못할 경우 어뷰징되면 사회적으로 상당히 비난 받을 수 있다”며 “특히나 우리나라는 검색순위를 조작한다든가 기술력을 갖고 있는 기업 등에서 악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홍 교수는 투명성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원칙은 인정하지만, 그 경계를 정하는 데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검색 서비스에서는 사실 누구나 다 평등할 수 없고, 어느 것이 공정한 것인지, 어느 정도까지 공개돼야 하고, 어느 부분에 대해 사업자 자율성이 있어야 할지 경계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분야”라며 “법 규정이 이 사업의 역동적 성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홍 교수는 이번 법안 추진에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비즈니스를 충분히 이해하고 조사하기도 전에 법안이 서둘러 마련된 감이 없지 않다”면서 “한두 번 설문조사를 했지만 빈약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통신사업법에 부가통신 실태조사 규정이 생겨 올해부터 하고 있는데, 세밀한 실태조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과 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 축적이 아직 안 되어 있다는 시각이다.
홍 교수는 “보통 이런 법은 통신 영역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등 산업 규제법들이 있는 데다 해외에서도 산업당국이 먼저 관심을 가질 법한데, 우리나라에선 경쟁당국인 공정위가 먼저 법안을 만든 건 특수한 상황”이라며 “이렇게 독립된 특별법이 과연 필요한지에 대해 시간을 두고 국내 실태조사에 근거해 숙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끝으로 홍 교수는 "관련 부처들이 협력해 틀을 만들어가되, 필요한 것과 시기상조인 것을 구별해 우선순위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