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공정위가 개별적인 사건 해결에만 집중하게 되면 집행비용이 들 뿐 아니라 수직적 네트워크 통합의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우려도 있다. 극단적으로 법 집행 리스크 때문에 대기업이 수직적 네트워크 통합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데, 그로 인해 중소기업의 사업 기회가 크게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등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지 모른다.
공정거래 분야에서 엄격한 법 집행이 기업의 사업 방식이나 수단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법 집행자가 늘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이다. 그런 점에서 선진 각국의 경쟁당국에서는 ‘단호한’ 법 집행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제재가 아닌 수단에 의해 사업자의 자율적인 법 준수와 거래관계 선진화를 유도하는 ‘부드러운’ 법 집행을 많이 사용하고 그 비중을 키우는 것이 최근 추세다. 하도급법 집행에서는 공정거래협약이 부드러운 법 집행의 대표적인 수단이다. 공정거래협약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당사자가 돼 체결하는 협약으로 하도급 관련 법령의 준수 및 상호 지원협력을 약속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 제도는 공정위가 2007년에 도입한 뒤 2011년에 법제화됐다. 협약 자체는 하도급거래의 당사자인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체결하는 것이지만, 공정위가 협약 내용의 이행평가를 통해 평가등급을 부여하고 등급에 따라 직권조사 면제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공적인 요소가 가미돼, 민간과 정부의 협력이 적절히 조화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 2007년에 11개 대기업이 참여한 이래 이 제도에 참여하는 기업이 계속 증가해 2014년에는 192개에 이르렀다. 2014년 참여 중견기업 수는 56개였지만, 중견기업의 참여가 더 늘어나고 2차 이하 협력사까지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문화가 확산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협약 제도의 성과 역시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정위가 제공하는 협약절차기준을 반영한 공정거래협약의 증가에 따라 협약 내용에 포함되는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또 협약에 따른 대기업의 협력사 지원으로 이뤄진 기술개발 지원 규모가 5300억원에 이르는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또 공정거래협약 이행의 모범사례도 축적돼 관련 업계의 거래관행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5년에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는 협력업체를 지원해 장비·부품을 국산화함으로써 수입대체 효과로 외화를 수백억원씩 절감한 점을 평가받아 공정위로부터 모범사례로 선정됐다.
하도급법과 같이 사업자의 시장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법 집행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시장을 거스르는 직접 개입보다 시장의 흐름에 부합하는 간접 개입이 더 많을 필요가 있다.
시장은 시행착오를 통해 조정과 균형을 향해 나아가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공정거래협약 제도 활성화에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